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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가 맞더라

버터향 고소하게 풍기며 아이들과 쿠키를 만들거나, 달콤한 간식을 만드는 일은 참 즐겁다. 학교에서나, 복지관에서 요리는 선호도 1위를 놓치지 않을 만큼 학생들은 요리체험을 좋아한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가르치는 일이 주 업이었다. 매년 가정의 달이나 10월이면 각종 행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냈었다. 하지만 2020년은 아니다. 전 세계를 휘몰아친 코로나 19로 그토록 좋아했던 요리 수업은 더 이상 하기 어려웠다. 요리를 하며 비말이 튄다는 이유다.


파견근무가 시작된 2월이 지나고 3월부터 쉼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1~2주 이러다 곧 나아지겠지...' 했던 것이

'1~2달 지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 지. 만


내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가진 않았다. 하루, 이틀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열심히 종횡무진 다니던 나도 몇 달 쉬니 슬슬 걱정이 앞섰다.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수업이 재개되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던 센터도 감감무소식이었다.


3개월 푹~ 쉬고 있던 어느 날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요리수업은 어려울 것 같고요 한 달에 한번 하던 글쓰기 수업을 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일단 수업이라도 재개된다면 숨이 트일 것 같았다. 요리수업을 할 때 한 번씩 책을 접목하여 글쓰기를 지도하기도 했다. 학생이나 어른이나 요리만 하기보다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상상 글쓰기를 하면 기억에 더 오래 남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고 글쓰기 수업을 오래 진행하게 될 것 같은 생각에 아이들에게 공모전 제안을 했다. 이왕 글쓰기를 할 바에야 목표를 가지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센터에서도 학생들도 좋아했다. 그렇게 2달간 요리와 관련된 상상 글쓰기를 했고 학생들의 글은 조금씩 성장해 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던 나는 지난겨울 책 쓰기 훈련을 받았다. 코로나 19로 집콕이 시작되자 쉬는 김에 책 쓰기에 매진하며 기획서를 열심히 썼다. 브런치 작가에 입성하여 꾸준히 글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 경험은 책의 흐름을 익히게 되었고, 글감이 다양해졌으며 치유의 글을 경험하게 되었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글쓰기 지도하는 것 또한 자신감이 생겼다.


공모전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심사위원들의 작품 선정기준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그동안 썼던 글 중에 잘 쓴 작품을 하나씩 골라 응모했다. 공모전은 늘 그렇지만 접수하고 나면 그때부터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하다. 학생들보다 기다리는 교사 입장인 나는 더 여유가 없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을까? 글 공모 후 2달이 지난 어느 날,


"선생님, 저 상 탔대요"

"뭐라고?"

"지난번 공모전 낸 거요. 제가 상을 받는대요"

나는 학생이 하는 말에 너무 놀라 손뼉을 마주쳐가며 춤을 췄다. 그토록 감감무소식이던 공모전 소식이 들려왔다. 센터 학생들과 같은 시기에 공모전 제출한 딸아이도 상장과 함께 작품이 실린 책을 들고 왔다.


공모전 작품 제출한 것 중 2명의 학생이 우수상과 장려상을 받았고,

딸아이도 상을 받았다. 딸아이는 이번이 세 번째다.

그동안 수상과 더불어 작품집 받은 책만 세 권이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요리수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좌절만 하고 있었는데, 새롭게 나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열리다니... 어른들 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위기는 기회가 맞더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였지만 브런치 플랫폼을 만나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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