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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얼큰한 육개장이 생각나네요.

매콤한 육개장 레시피

요즘 청소년이 만나면 무엇을 할까요? 열에 절반은 인생 네 컷 사진 찍고 마라탕을 먹는다고 하더군요. 전 처음에 그게 뭘까?라고 생각했는데 센터, 학교 수업에 가서 물어보면 절반은 긍정의 대답으로 격하게 공감합니다.

"선생님도 마라탕 좋아해요?"

"선생님, 인생 네 컷 어떻게 알아요?"

ㅋㅋ 제가 마라탕 먹으러는 안 가도, 인생 네 컷은 찍지 않아도 아이들이 귀띔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로도 충분히 경험한 듯 생생하게 알고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의 대답에 내 아이도 그런가 싶었어요. 방학에 남매가 밖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 엄카를 주며 마라탕을 먹으러 가도 좋다고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집에서 얼큰한 육개장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마라탕을 먹으러 가느냐는 반응이죠.


마라탕과 육개장은 엄연히 다른 음식이지만 육개장 밑바닥에 당면을 깔고 그 위에 건더기 가득 육개장을 올려 밥 말아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음... 이 대목을 쓰는데 벌써 침이 고입니다. 아침에 먹은 육개장이 또 생각나요. 점심때는 육개장에 칼국수 넣어 육칼을 먹고 싶네요.


육개장 한솥 끓여 놓으면 당면, 라면, 칼국수, 떡국떡 등 사리를 바꿔가며 먹는 재미도 있고 집에서 끓이니 건더기 듬뿍 넣어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위 속까지 매운 마라탕 말고 입에서 적당히 매운 육개장이 오늘은 사무치게 생각납니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
얼큰한 육개장 한 그릇 어떠세요?

육개장 만들기


재료를 알아볼까요?

(이 레시피는 네이버 블로그 '금수강산의 엄마밥상'에서 배웠습니다. 저의 입맛에 맞춘 거라 맛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재료: 물 1.5리터, 멸치육수 한 컵, 숙주 250g, 소고기(양지머리) 300g, 삶은 고사리 150g, 느타리 1팩(200g), 대파 2대, 다진 마늘 1큰술
양념: 집간장 2큰술, 소금 1/2큰술, 후추 약간, 액젓 2큰술, 간장 1큰술, 미림 1큰술
고추양념: 올리브 오일 2큰술(올리브 오일이 없다면 일반 식용유), 참기름 2큰술(또는 들기름), 고춧가루 1/2컵(기름에 고춧가루 볶은 채 그대로 씁니다.)
고추 양념/대파 데치기/데친 채소들(사진은 위 레시피의 2배양입니다.)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소고기는 찬물에 1시간가량 담그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핏물을 뺍니다.

핏물 뺀 소고기는 덩어리채 물 1.5리터를 넣고 1시간 이상 끓여줍니다. 이때 뚜껑은 덥고 끓기 시작하면 중간 불에서 계속 끓입니다. 여기에 잡냄새를 잡아주기 위해 월계수 잎 2~3장, 소주 2큰술 넣고 끓이면 조금 더 깔끔합니다.(멸치육수가 없을 때는 멸치, 양파, 다시마를 거름망에 넣어 같이 끓입니다.)

다음은 채소를 준비해야 하는데요, 숙주, 느타리버섯(결대로 찢는다), 대파(5cm 길이로 자른 후 2~3번 길게 잘라준 후 데친다.)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삶은 고사리는 한번 더 씻고 채반에 올려 물기를 빼 줍니다. 건 고사리를 사용한면 끓는 물에 충분히 삶아줍니다.

넓은 팬에 올리브 오일, 참기름, 고춧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 볶고 난 후 식으면 채소를 한 번에 넣어 버무려줍니다.

소고기가 익으면 식힌 후 결대로 찢어 넣습니다.(찢어지지 않는다면 더 익혀야 함)

준비된 재료를 소고기 끓인 물에(멸치육수, 양념, 볶은 고춧가루에 버무린 채소) 모두 넣고 간이 배도록 한번 더 끓이면 완성입니다.

육개장은 숙성된 맛을 느끼려면 저녁에 끓이고 다음날 먹는 것이 깊은 맛이 납니다. 고춧가루가 덜 매운 것을 쓴다면 고추씨나 청양고추를 조금 더 넣거나 고춧가루를 더 넣습니다. 저는 친정에서 가져온 고춧가루가 청양고추를 섞어 빻은 거라 청양고추를 따로 넣지 않아도 매운맛을 냅니다.

양념은 각 가정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가감하고, 식당에서 먹는 맛을 내려면 msg를 조금 추가하면 됩니다.

사진에는 작년 가을에 만들어서 배추, 무도 넣었습니다.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면 좋아요. 토란을 넣으시는 분도 많은데, 저는 토란 알레르기가 있어 사용하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 육개장 생각나지요?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 호로록 입에 넣으면 콧속까지 매운맛이 훅 들어오는 것이 정신이 번쩍 납니다. 호호 불어가며 먹고 나면 어느새 등줄기에선 땀이 주르륵, 콧등엔 땀이 송골송골합니다. 요즘은 육개장에 칼국수를 넣어 얼큰한 육칼도 인기더라고요.


육개장은 조선시대 임금들이 복날에 먹기도 했다고 하니 보양식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물론 조선시대는 소가 농사에 주는 영향이 크므로 소를 잡는 일은 지금의 농기구를 해체하는 일과 같아서 서민의 음식은 아니었을 터지요. 하지만 지금은 서민도 언제든 끓여먹을 수 있으니 비거니즘이 아니라면, 환절기 건강을 위해 오늘은 뜨끈한 육개장 한 그릇 어떠세요?    


브런치에 용돈 교육, 사는 이야기, 전원주택, 요리와 동화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습니다.

작가의 책이 궁금하다면,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YES24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고경애 | 한국경제신문 i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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