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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개떡

그동안의 가뭄을 해소하듯 봄비가 땅을 촉촉히 적셔주었어요. 만개한 벚꽃은 꽃잎을 날리며 떨어지고 건조한 세상은 푸릇한 초록의 세계로 변신하겠지요. 매일매일의 풍경이 다른 것을 보며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이 솟아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서 감사'

'사계절이 있는 한국에서 살게 하니 감사'


계절의 변화는 사람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건조하고 추운 겨울을 견디고 나면 어김없이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 건조한 마음에 단비도 내리고 설레는 마음도 품게 하니까요. 그 설렘이 조금 시들해질 즈음이면 무더위로 산과 바다를 찾아 휴가를 떠나게 되고, 한여름밤의 추억이 가실 즈음, 열매를 풍성히 거두게 되는 가을이 오지요. 어쩜 사계절이 오고 갈 때마다 마음이 달라지는지... 그날그날이 다릅니다.


쑥버무리, 쑥 인절미로 아이의 입맛을 사로잡고 나면 쑥떡 입맛에 길들여져 어느새 쑥과 친해지게 되지요.

'쑥으로 만들 것이 더 없을까?'

고민할 것도 없이 우리네 조상이 배고픔을 달래며 담백하니 먹었던 쑥개떡이 떠오릅니다.

https://brunch.co.kr/@naarya/407

https://brunch.co.kr/@naarya/418


지금은 쑥개떡을 별미로 먹지만 옛날에는 구황식이었죠. 보릿고개 시절 먹을 것이 없어 보릿겨나 밀기울, 메밀겨를 반죽해서 밥 뜸 들일 때 함께 쪄서 먹었다는 개떡에 쑥을 넣어 만든 떡이지요. 아무렇게나 만들어 볼품이 없다는데서 붙여진 접두사 '개'와 '떡'이 합쳐진 말이라는 설과 '겨떡'에서 파생되어 온 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정말 쑥개떡은 솜씨가 없어도 대충 둥글넓적하게 빚어 밥 위에 올리면 되니 이처럼 쉬운 떡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저는 어렸을 적 떡에 밥알이 묻어 있는 것이 참으로 싫었더랬죠. 엄마가 쑥개떡을 밥솥에서 꺼내주면 그 밥알을 다 떼고서야 먹었으니 참 까탈스러운 아이였음에 분명합니다. 이젠 밥알 묻은 쑥개떡을 만들어줄 엄마는 없지만 내 아이와 조물딱 거리며 그때 먹었던 쑥개떡을 만들어 봅니다.


이왕 만드는 거, 모양을 좀 내어볼까요?

아이와 전통모양 떡틀을 이용하여 모양을 찍어봅니다. 꾹~ 떡틀을 눌러보니 문양에 따라 떡의 모양도 달라지네요. 너무 세게 누르면 떡 반죽이 찢어지는 것도 경험할 수 있고, 약하게 누르면 누른 듯 만 듯 모양이 희미해지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쑥개떡 만들기


재료를 알아볼까요?

재료: 쑥 150g, 습식멥쌀가루(떡집 판매용) 4컵, 소금 6g(멥쌀가루에 소금이 들어갔다면 생략), 설탕 2와 1/2큰술(25g), 참기름 약간, 쑥 삶은물
도구: 반죽할 볼, 접시, 찜기, 믹서기


쑥개떡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쑥은 잡티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서, 소금 1작은술을 넣고 삶습니다. 삶은 물은 익반죽에 사용합니다.

삶은 쑥은 물기를 짜고 칼로 여러 번 자릅니다.

멥쌀가루에 설탕, 소금을 넣고 굵은 체에 한번 내립니다.

체에 내린 멥쌀가루와 삶은 쑥을 넣고 믹서기에 포슬포슬 갈아줍니다.

위에 쑥 삶은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익반죽을 합니다. 푸드프로세서는 반죽까지 가능하지만 없다면 손으로 치대며 한 덩어리가 되도록 부드럽게 반죽합니다.

반죽을 탁구공 만하게 떼어 접시나 도마에 놓고 떡틀을 올려 눌러줍니다. 떡 틀이 없다면 손바닥에 올려놓고 돌려가며 눌러 납작하게 만듭니다.

찜 솥에 베보자기(면포)나 실리콘시트를 깔아주고 김이 오르면 위의 반죽을 올립니다.

김이 오른 찜 솥에 센 불로 15분, 약 불로 15분 쪄 줍니다. (대나무 찜기는 괜찮지만 유리뚜껑이나 스텐 뚜껑일 경우 뚜껑에 면포를 씌워 덮으면 물이 떨어져 뭉치는 현상을 막아줍니다)

한 김 식으면 기름을 발라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냅니다.

쑥을 따로 구입하기 어렵다면 떡집에서 쑥을 넣어 만든 쑥가루를 구입해도 됩니다. 이렇게 가루를 주문하여 냉동실에 넣고 드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브런치 신미영 sopia 작가님직접 뜯은 쑥으로 떡집에서 가루내어 냉동식품으로 만들어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 드신다고 했어요.


여기에 각자 좋아하는 콩을 넣어 반죽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이건 취향껏 만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완성된 쑥개떡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살짝 발라줍니다. 윤기가 자르르르...

군침 돌지요?

아이와 손에 하나씩 들고 쫄깃한 쑥개떡을 한입 베어 물어볼까요? 따끈하니 금방 한 떡은 호호 불어가며 웃음꽃이 핍니다. 포슬 한 쑥버무리와는 또 다른 맛의 쑥개떡이라 쫄깃한 맛에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새 다 먹었으니 또 만들어야겠지요?

이번에는 아이 마음대로 숭덩숭덩 반죽을 뜯어 빚어볼까요?

누구 반죽이 더 이쁜가 내기도 해 봅니다.

어르신들은 보릿고개를 넘기려 겨를 섞어 거친 맛이었다면, 이건 부드럽고 쫄깃한 고급 떡이 되겠습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쑥향과 함께 꿀꺽!!



브런치에 용돈 교육, 사는 이야기, 전원주택, 요리와 동화 글을 쓰고, 글을 엮어 책을 만듭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습니다.

작가의 책이 궁금하다면,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YES24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고경애 | 한국경제신문 i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알라딘: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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