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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lee Sep 28. 2020

피부과에서 250만원을 쓰다

헛된 지출일까, 미래에 대비한 투자일까

가끔 넘치는 소비욕구를 주체할 수가 없다.

나는 새로운 돈 쓸 거리를 찾고 살까 말까 고민하는 걸 즐긴다. 예전에는 큰 맘먹고 백화점  사는 정도였는데,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시계, 의원, (요즘은 리클라이너 소파 검색한다) 범위어지고 씀씀이도 커졌다.


7월의 어느 날 공원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놓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어플로 찍을 땐 눈에 띄지 않던 눈가 주름과 기미가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서는 확연히 보였다. 안 그래도 유난히 남들보다 마스크 자국이 오래다고 느끼고 있던 터. 몇 년 전 사진과 비교하면 확실히 얼굴이 달라졌다. 칙칙한 안색, 생기 없는 양 볼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훅 가는 건가'

타고난 외모는 어쩔 수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피부와 근육이 자산이다. 큰일이다. 방치하고 있었구나, 위기감이 든다.

당장 피부과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년 전 쯤 눈가에 보톡스를 맞은 적이 있는데, 당시 상담 실장님은 내가 보톡스나 필러 경험이 없다고 하자 놀라워했다. 이번에는 뭘 해야 할까. 안 아프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면서도 오래 유지되는 마법 같은 치료는 없을까?


유튜브, 부과 전문의의 블로그를 정독했다. 검색하면 할수록 신세계다. 역시 미용 산업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구나. 오래전부터 인기 있던 시술은 물론, 이들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장비들도 등장했다.


며칠 검색 끝에 피부과를 찾았다. 또 한 번 놀랐던 건 피부과를 찾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 피부가 매끈하고 친절한 원장님으로부터 상담을 받은 결과, 여러 번에 걸쳐 리프팅 레이저와 색소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리고 대망의 결제 타임!

미리 검색을 해두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무려 250만원의 거액이었다. 250만원, 꼬박 몇 주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인데! 정말 효과가 있을까? 괜한 곳에 헛돈 쓰는 건 아닐까? 지금 당장 결정하지 말고 집에 가서 며칠 더 생각해볼까? 하지만 지금 망설였다간, 40대엔 비용이 2~3배로 껑충 뛸지 모른다. 고민하는 기색이 보이자 상담 실장님은 내 앞에 동그란 거울을 내밀었다. 칙칙한 민낯이 보였다.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나를 피부과로 오게 만든 결정적인 사진을 다시 보았다.

후, 카드를 내밀었다. "결제해 주세요."




대망의 첫 시술일!

상담 때 만났던 원장님은 "이건 피부과 레이저 중에서 가장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긴장하지 마시고요, 괜찮으시죠?"라고 를 달래주었다. 처음에는 따뜻한 느낌이 들더니, 점차 뜨거워진다. 앗 뜨거!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스치는 순간, 원장님은 기가 막히게 내 얼굴에서 손을 떼고 레이저 위치를 옮긴다. 이 정도면 견딜 만하다. 다행이다.

  

집에 돌아와 열심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첫 날이라 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열심히 번 돈으로 나를 가꾸는 행위에 대한 만족감일까? 미래에 다가올 변화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돈 쓰는 범위와 단위가 달라진 건 확실하다. 부디 헛된 지출만은 아니길.  




*이미지 출처: https://myhealthblogs.com/cosmetic-dermatology-for-a-renewed-s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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