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나는 친구 K가 10년 동안 5억을 모았다는 얘기를 듣고 한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난 그동안 뭐했지? 부의 추월차선은 커녕 한 달 카드값만 1~2백인데 내 돈 다 어디 갔지?' 허탈했다. 나름 큰 충격이었기에 브런치에 글을 썼고, 그것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어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위로를 받았고, 재테크 고수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직장생활에 에너지를 쏟는 것만큼 재테크도 인생의 중요한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나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과는 별개로, 내 자산 규모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로또 당첨도 안되었고, 부동산은 엄두도 못 내고, 대출 한도 축소 뉴스가 들려도 '땡길까 말까' 고민만 잔뜩 한다. 주식 투자에 올인할 만큼 배포도 키우지 못한 채로, 여전히 작고 귀여운 금액을 쪼개고 굴리는 중이다.
평범한 30대 싱글 여성 직장인,벼락거지이고 싶지 않은 재테크 꿈나무의 금융자산 불리기 현황.
정기적금, 주택청약
아무리 은행 금리가 낮아도 시드 머니를 모으는 데 정기적금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첫 월급을 받을 때부터 주거래은행 정기적금을 붓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주택청약 또한, 당첨 여부와 관계없이 월 10만 원씩 계속해서 넣고 있다.
연금, 저축보험
소득공제용 연금저축, 개인연금, 저축보험을 넣고 있다. 직장 상사 한 분이 '난 승진할 때마다 연금 하나씩 더 가입했어. 지금 4개야'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도 저렇게 해야지 다짐했었다.
나는 보험사에 다니고 있기에 우리 회사 상품을 가입하면 급여에서 자동으로 보험료가 빠져나간다. '없는 돈이다' 생각하고 꾸준히 넣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납기 10년이 끝났다.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펀드
연말연초를 맞아 정기적금, 예금들이 차례로 만기가 되었다. 일부는 예금에 재예치했지만, 펀드와 주식 비중을 늘려보았다. 내가 직접 정보를 취득하기 어려운 채권, 해외 주식의 경우 펀드를 선호하는 편. 게다가 3년 전에 가입한 '미래에셋아시아그레이트컨슈머', 'AB미국그로스' 수익률이 두 자릿수로 높아, 잘 고른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글로벌인컴펀드, EMP펀드 (ETF-Managed Portfolio),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펀드를 선택했다. 펀드를 고를 땐 주거래은행이 추천하는 이달의 펀드를 참고하고, 포트폴리오 구성 및 판매량을 꼭 체크한다. 다만, 단점은 비싼 수수료. 상품별 상이하지만 연 1% 수준으로, 3년 간 1,000만 원 가입 시 약 20~30만 원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주식
코로나 이후 본격화된 동학개미, 서학개미 열풍으로 주식을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시대다. 작년처럼 좋았던 시기에 왜 더 큰 금액을 넣지 않았을까, 후회도 한다.
내가 처음 주식을 시작한 건 3~4년 전. 관심 종목들을 1주씩 사는 것으로 시작했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현대차, 대한항공, 이마트. 중간에 팔기도, 추가 매수도, 종목 확대도 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덕분에 전체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이미 주가가 너무 올랐거나 특정 종목 선택이 어려운 산업은 ETF로 접근한다. 테크, 헬스케어, 배터리 같은 테마형 ETF를 고르는데, 이미 고점에 다다른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큰 금액 베팅은 무섭다.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라면, 주식은 어느 정도 하는 걸 추천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지인들과 소소한 얘깃거리도 된다. 크게 굴리는 사람이라면 차를 바꿀 수도 있었겠지만, 내 경우에는 딱 소고기 사 먹을 만큼의 기쁨을 누렸다.
에임 (AIM)
업무 때문에 '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해 조사해 본 적이 있다. 낮은 수수료, 편의성을 앞세워 한 때 미국 젊은 층에게 인기 있던 로보 어드바이저. 초기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국내 스타트업 에임 (AIM)에 300만 원을 맡겨보았다. 가입 프로세스는 펀드와 비슷하다. 투자 목적, 기대수익률 등을 입력하면 에임이 알아서 ETF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방식. 내가 할 일은 투자 금액을 정하고, 에임이 권하는 자산 배분을 따를지 말지만 결정하면 된다. 최소 가입금액인 300만 원으로 시작해 오늘이 370일째.
지난 1년 간 수익률은 5%. 작년 상승장을 고려하면 높지 않다. 하지만 에임의 장점은 1)꾸준한 배당수익, 2)나 혼자서는 접근하지 못했을 자산군에 분산투자해주는 것(예를 들어, 유럽, 신흥국, 골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