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이 시작됐어요
"애기야, 맘마 먹을 거야?" "응!"
"아니면 안 먹을 거야?" "응!"
"무조건 응이라고 할 거야?" "응"
엄마가 의문문으로 물어보면 아기가 대답한다. 물론 '응' 한마디뿐이지만. 아빠랑은 '응' '응?' '응!' '으응~'으로만 구성된 대화를 하기도. 물론 도무지 무슨 뜻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냥 서로 말소리를 주고받는 것 자체를 놀이처럼 생각하는 듯.
9개월에 들어서면서 아기가 꽂힌 놀이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방금 말한 '응' 놀이. 아무 때나 하지는 않고, 상대방이 말 끝을 높일 때만 대답한다. 그리고 엄마가 헛기침을 '에헴 에헴' 하면 따라서 '켁 켁' 한다. 처음에는 아기가 감기에 걸린 건지, 집이 너무 건조한 건지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엄마를 따라 하는 거였다. 허탈하기도 하고, 웃기고 귀엽기도 하고.
이렇게 아기가 엄마를 따라 하는 것을 모방 놀이라고 표현한다. 빠르면 7, 8개월부터 나타난다고. 하필 왜 하고 많은 동작 중에 '켁 켁'을 따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100일 때부터 입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았던 아기이니 그러려니 한다. 사실 이미 아빠의 '뽀뽀'와 '쪽쪽' 입모양을 따라 하고 있기 때문에.
두 번째는 '찍기' 놀이. 손가락으로 물건이나 그림의 무늬를 가리킨다. 동그라미, 동물, 점, 구멍처럼 눈에 확 띄는 무늬를 찍는다. 손가락으로 직접 뭔가를 가리키는 행동을 '포인팅'이라고 하는데 보통 10개월쯤 나타난다고. 역시,, 손 쓰는 것 말하는 것 좋아하던 우리 아기 그것만 빠르구나. 아직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것이 아주 자잘한 재미에만 빠졌구나 싶어 웃기고 귀엽다.
물론 항상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건 아닌데, 의사 표현이 조금씩 뚜렷해지며 '싫음'을 표현하는 방법도 본격적으로 다양해지기 시작했기 때문. '으으응~' 하는 건 애교 수준이고, 엄마를 부르거나 하기 싫다고 할 때는 '으아아 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가만히 두면 결국 "꺄아아아아아아앙ㅇㅇㅇㅇㅇ앙라아아ㅏ앍!!!"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농담 안 하고 내 목소리보다 큰 것 같다.
아무래도 이제 '아기를 잘 돌본다'는 개념이 바뀌어버린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전에 아기를 잘 돌본다는 것이 제 때 먹이고 제 때 재우는 등 신체와 생존에 대한 요소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잘 보여주고 잘 말해주고 잘 대답해주는 정서적, 인지적인 측면에 더 중요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 쉬워진 듯 어려워진 듯 항상 알쏭달쏭한 육아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