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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an 03. 2022

[시즌 2]를 시작하는 엄빠의 상태

생후 1000일을 다가가는 D+950 언저리입니다.


이제는 '초보 엄마 아빠예용~' '육아는 말이죠~' 하기에도 뭔가 민망한 31개월 아가를 기르고 있는 엄마 아빠, 그리고 아기의 현 상태는 대략 이렇다.


아빠

2021년 불꽃같은 한 해를 주로 일터에서 보냈다. 지난해 평균 귀가 시간은 빨라야 오후 8시, 늦으면 오전 0시. 그나마 코로나19가 새벽 2시 귀가는 막아주었다고 한다. 어쩌다 집에 일찍 온 날도 노트북을 항상 펼쳐 놓고 있었으며, 오후 11시 이후 폭음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으나 얻은 것은 체중 뿐. 1년 동안 체중이 10kg나 불었다. 성격도 나빠져 엄마에게 소리도 몇번 질렀단다. 위안이라면 그래도 주5 근무는 관철했다는 것. 결국 2022년 상대적으로 야근이 덜한 부서로 재이동, 정신을 좀 차린 뒤 다시 글을 쓰는 중.


엄마

딸의 모든 점이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단 하나, 잠을 자지 않으려 떼를 쓰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 부모님의 힘을 빌려(많이 빌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또 오후 시간대 육아까지 신세지고 있다. 매일 죄인 같지만 그렇다고 커리어를 포기하기는 싫다. 아빠가 힘든 것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매일 퇴근한 뒤 집으로 제2의 출근을 해 아이를 씻기고 재우려고 씨름했다. 지칠대로 지친 상황, 남편의 부서 이동으로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인가.


말을 잘한다. 너무 잘한다. "아빠가 회사에 가서 슬퍼. 아빠가 안 갔으면 좋겠어"라든가,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간다는 내용의 노래를 들으며)어 이 노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잖아"라든가, "엄마 큰 맥스(타요에 나오는 캐릭터)는 있는데 왜 큰 레미콘(역시 타요에 나오는 캐릭터)은 없어?"라고 묻는다. 한 번은 "아빠 꿈에 상어가 나타나서 입을 왁 크게 벌려서 엄마랑 아빠를 잡아먹었어! 그래서 솔이가 너무 무서웠어(두 손을 오들오들 떠는 연기를 한다). 그래서 자다가 악 소리쳤어"라고도 했다.(도대체...)


최애 콘텐츠는 뽀로로와 타요. (아이코닉스 보고있나) 그보다 조금 아래 띠띠뽀도 있다. 핑크퐁은 어째서인지 즐겨보지 않는다. 무서운 괴물이 나타나거나 상어가 나타나면 무섭다며 "티비 꺼!"를 외친다. 한참 뽀로로나 타요를 보다가 대충 스토리가 이해됐다 싶으면 방으로 뛰어들어가 작은 피규어 인형들을 들고 그 스토리를 흉내낸다. 스토리를 너무 좋아한다. 반면 조작 능력이나 사물을 다루는 능력은...하아 괜찮다 그래.


키나 몸무게는 여전히 통계 상 50% 보다는 조금 낫지만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이가 18개월쯤 하나가 올라와 걱정을 했다. 늦은 만큼 늦어(...?) 31개월인데 아직도 아랫니 중 앞니 하나가 올라오는 중이다.(다른 건 대부분 올라왔다 그나마)


그리고, 이 또래 아이 키워본 부모님들은 다 알겠지만... 그렇다. 그렇고 그런 그리고 그랬던 행동들을 한다. 짜증과 분노와 슬픔과 억울함과 서러움과 흥겨움 그 어딘가쯤을 항시 왔다 갔다 하며 웬만해서는 말릴 수 없다는 그 시기. 자아가 분명해져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하고 고집도 세고 떼도 곧잘 쓴다. 이런 모습은 800~900일 즈음 극에 달했고, 지금은 조금씩 협상을 배워나가는 중.


물론 잘 생각해보면, 아이가 협상을 배우는 게 아니라, 부모가 협상과 타협과 분노 조절과 달래고 어르는 법과 인내와 기다림을 배운 게 아닐까 싶지만...



어쨌든 대환장 육아일기 시즌2를 시작해봅니다.

역시나 시즌1 처럼 실시간으로 적어 나갈 것이라,

저도 시즌2의 결말이 행복인지 멘붕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저, '온 가족이 같이 커나가자'고 마음을 다잡는 중.






0개월~12개월 초보 아빠 엄마의 대환장 육아일기를 다룬 '매일 행복했다면 거짓말이지(해요미디어)'는 전국 주요 서점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판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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