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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pr 02. 2023

트렌드 코리아 2023

독후감 1


 큰 기대 없이 그냥 신년 기분을 내보고 싶어 집어든 책이었다.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기대보다 훨씬 재밌고 유익했다. 별 감흥 없이 넘겼을 사건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경험이 가장 즐거웠다. 그냥 각개의 무질서하게 나열된 사건들을 트렌드라는 이름의 실로 꿰어지는 느낌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 편으로는 올 한 해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하고 위안을 받는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좋은 부분은 가치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놀이문화, 앞으로의 트렌드 변화를 예측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요즘 것들은...'하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30살이나 많은 책의 저자는 그런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는다. 좋고 나쁘고는 중요하지 않고 이것이 트렌드이냐 아니냐만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젋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흐뭇해졌다.


 아무쪼록 새겨놓으면 좋을 법한 삶의 지혜들은 몇 자 기록해 두면 좋을 것 같아 글을 남겨본다.


1. 오피스 빅뱅


오피스 빅뱅이라는 키워드에 담긴 현상은 크게 세 가지이다. 조용한 퇴사, 급여보다 복지, 재택근무이다. 이전에는 직장에서의 성공을 인생의 제 1의 목표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아니다. 일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고 자아실현 욕구는 퇴근 후의 여가생활에서 충족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급여를 받으며 근무를 하고는 있지만 시키는 일만 하며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려는 행위를 조용한 퇴사라고 부른다. 이런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바로 급여보다 복지, 레지머셜 전략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 자체를 쾌적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서 스스로 일하고 싶게끔 만들려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하던 사람들이 사무실로 다시 돌아오기를 거부하고 있다. 근로자들 뿐만 아니라 고용주들 입장에서도 사무실 운영 비용이 줄고 생산성이 늘어났다며 재택근무를 지속하고자 하는 곳들도 많아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한의사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키워드였던 것 같다. 평일 휴무일에 백화점 같은 곳에 붐비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다들 평일에 어떻게 쉬는 걸까? 생각했었는데, 다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었나보다. 쿠팡, 컬리, 배민 등등 이제는 집에서 인터넷만으로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한의원 치료 만큼은 집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제는 환자들이 한의원에서 치료 하고 3만원을 내는 것보다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것을 더 부담스러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차피 밖으로 나가야 하는 김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한의원에 가기 위해서 일부러' 나가야 한다면 같은 가격에도 더 큰 만족도를 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재택 트렌드에 맞춰 배달 진료 서비스를 개척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체리슈머


 이제 소비자들은 돈을 아끼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돈을 펑펑 쓰지도 않는다. 택시비 100원 오르는게 싫어 목적지 50m 앞에서 내려달라고 하면서도 집 앞 마트에 들렀다가 들어가기 귀찮아 배달음식 2만원을 턱턱 시켜먹는 식이다. 불경기라 점심값 0원에 도전하는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지만, 해외여행에 쓰는 500만원은 별로 아까워하지 않는 것 같아보인다. 가성비보다 가심비의 시대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아까워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는 수십, 수백만원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돈을 쓰겠다.'는 마인드의 소비자들을 '체리슈머'라고 부른다. 

 원래 소비자들은 이득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점점 더 그 경향이 심해지는 것 같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하다 보면 피부로 느끼게 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고통 없이 걸을 수 있게 되기 위해 지불하는 20만원의 치료비는 아까워하지만 피부과에서 보톡스, 미백 시술을 받기 위해 지불하는 100만원은 고상한 자기관리를 위한 재투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트렌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르게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원에서 의료의 가치와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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