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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ta Driven Marketer Aug 13. 2022

데이터가 결정적 무기로 작용하려면

데이터의 효율에 대한 오해와 진실

광고의 성공은 제품에 달려있다. 광고일을 사반세기(^^) 넘게 해온 사람으로서 어쩌면 다소 변명같은 이야기지만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광고'의 역할은 이미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이 알게 하거나 기존의 인식과 태도를 개선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과 브랜드 자체, 이에 대한 기존의 소비자 인식과 태도는 모든 광고 캠페인이 시작되는 출발선이다.


알아서 잘 나가는 브랜드, 잘 팔리는 제품은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제품 자체, 브랜드가 가진 장점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있고 오가닉한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미지를 개선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전달하거나 구매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을 때 광고는 이런 목표를 이루는데 좋은 수단이 된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경쟁력이 없거나, 이미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된 경우는 그렇지 않다. 광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포장하거나 무리하게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경우, 대부분의 광고 캠페인은 실패로 돌아간다. 광고는 제품 자체를 개선해줄 수 없고, 무슨 해독제처럼 나빠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시킬 수 없다. 제품과 브랜드의 문제는 해당 기업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 개선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제품과 브랜드가 소비자들이 받아들일만한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 광고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쟁하는 제품들의 성능과 가치가 비슷하고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다면 광고, 마케팅 활동을 통해 그 다른 부분을 차별화 포인트로 소구하고, 내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를 제시하면 된다. 적확한 광고 전략과 눈에 띄는 크리에이티브로 긍정적 이미지와 태도를 형성하면 구매의사 결정시점에 결정적 영향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광고를 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가릴 수 있거나,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헛된 바람이다. 광고를 통해 일정기간 소비자의 눈과 귀를 속일 수는 있겠지만,  제품과 브랜드를 직접 만나게 되는 고객경험은 결국 진실의 순간에 이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은 데이터 마케팅에서도 아주 똑같이 적용된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데이터의 활용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게 되면서 너도 나도 데이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글로벌 리딩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 관련 조직, 인프라에 투자하고 데이터 관련 회사들을 인수 합병하는 등 일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광고가 제품과 브랜드의 근본적 이슈를 해결해줄 수 없듯이, 데이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시장, 경쟁사,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돕는다. 사람의 경험과 지식, 직관이 아닌 데이터로 검증된 비즈니스 의사결정과 마케팅은 엄청난 시간적, 비용적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군인들이 사용하는 개인화기는 조준된 타겟에게 매우 위협적 무기이다. 그러나 사람의 눈과 감각만으로 사격을 할 경우 왠만큼 숙련되지 않고서는 정확히 타겟을 명중시키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개인화기에 확대 조준경을 장착하는 것 만으로도 명중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가늠쇠와 가늠자로 타겟을 조준하는 일반적인 방식
조준경으로 확대해서 정확하게 타겟을 조준하는 방식


더군다나 야간사격의 경우는 타겟의 방향으로 지향사격을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적외선 투시경을 장착할 경우 안보이던 타겟이 선명하게 보인다.

야간 사격 시 타겟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
적외선 투시경으로 보면 야간에도 타겟을 명확하게 조준할 수 있음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개인화기에 확대조준경과 적외선 투시경을 장착하는 것과 같다. 사람의 직관이나 감각에 의존하는 위협적 무기는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라는 기능을 더함으로서 결정적 무기가 되며, 타겟 적중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목표와 방법이 선명해지고 목표 달성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우겠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면 퍼포먼스 마케팅 효율이 올라간다는 단순논리로 비약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데이터를 통해 찾아낸 타겟 오디언스가 때로는 효율이 아주 낮을 수 있다. 자산지수 상위 1%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한다면 퍼포먼스 효율이 높을까? 일반 오디언스 평균에 비해 아주 낮을 게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데이터를 통해 타겟 오디언스를 특정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면서 결정적 순간을 찾아낼 수 있다. 여기다 단순 퍼포먼스 효율을 대입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제 모든 비즈니스가 결국 데이터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경영전략 컨설턴트 Thomas H. Davenort의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비즈니스와 마케팅,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가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데이터를 장착해도 위협적인 무기조차 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 및 브랜드가

2) 강력한 캠페인 전략과

3)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한다면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4 )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타겟을 정확하게 타격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족이지만,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1)~3)의 개선에 분명히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가 단번에 제품과 브랜드의 근본적인 문제와 경쟁력없는 마케팅 활동과 크리에이티브까지 한번에 해결해주리라 기대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갓 입대한 신병에게 스나이퍼가 사용하는 최첨단 저격용 소총을 쥐어주면서 타겟을 명중시키길 기대하는 것과 같이 무리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퍼포먼스마케팅 #데이터리스마케팅 #광고효율 #데이터드리븐마케팅 #IGA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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