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의욕이 앞섰던 두 번째 '긴' 글에 이어 예고한 대로 이번엔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와의 관계에 대해 가능한 짧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광고,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제 데이터의 활용이 얼마나 중요하며, 광고와 마케팅 활동의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임을 전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기존의 방식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 '꼰대'임을 자처하는 것 같은 부담감도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일해왔던 광고와 마케팅 업무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 더 나은 방법을 활용하자고 제안하려는 취지임을 다시 한번 밝히고 싶다.
나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기획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공부하고 광고 기획자로 살아 오면서도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욕심(?)은 끊임없었고, 경쟁PT 제안을 할 때마다 그리고 캠페인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제작 앞에서 부끄러운 아이디어를 '깠던' 적이 많았다. 광고인이라면 어느 직종에 근무하던 다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물론 제작들이 내 아이디어를 사주었던 기억은 거의 없지만(ㅎㅎ), 기획의 입장에서 전략적 인사이트를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를 살려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을게다.
사실 내가 아무리 아이디어를 낸들, 제작팀의 그 감각적인 크리에이티브에 어찌 범접할 수 있으랴. 제작들은 단어 하나, 그림 한장, 에피소드 하나 등 생각지도 못한 재료에서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신기한 사람들이다. 제작들은 그들의 호기심과 인문학적 소양,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비주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크리에이티브를 뽑아내곤 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크리에이터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역량이자 아주 중요한 경쟁력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전설의 카피라이터 David Ogilvy의 명카피
그럼 이들이 이렇게 신기한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근거는 무엇일까? 너무도 당연하게 소비자 인사이트로부터 출발한다. 물론 주어진 과제에 따라 소비자와는 상관없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광고에 노출될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아무리 기가막힌 아이디어라도 '광고'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광고의 궁극적 목표는 그것이 인지도를 높이건,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건, 구매 행동을 유발하건 간에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광고주로부터 캠페인 과제를 받으면 기획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광고주의 과제를 Debrief 하는 것이다. 광고주의 OT 내용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그런 과제가 주어진 배경과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올바른 전략 수립의 방향을 잡기 위함이다. 기획들이 Debrief를 소홀히 하면 제작을 통해 나오는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가 아무리 훌륭할지라도 광고주에게 '까이기' 쉽다. 특히나 광고주 실무진들의 OT 내용을 기획들이 어렴풋이 이해하고, 그렇게 전달받은 인사이트로 제작물을 만들어 광고주 실무, 임원, 최종 의사결정자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다보면 의사결정자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면 광고주 실무진과 광고대행사 모두는 엄청 면박 당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곤 했는데,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광고주 의사결정자와 실무진 간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광고주로부터 요청받은 캠페인 과제와 KPI가 명확하다면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광고대행사의 몫이다. 부여받은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 경쟁환경, 소비자에 대한 신뢰도 있는 자료 확보와 인사이트 도출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우리 광고인들은 그 동안 정말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정말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Key Insight를 도출해왔던가? 솔직히 말하자면, 현실적인 이유에서 제대로된 분석과 인사이트를 얻어 크리에이티브 결과물까지 이어지는 Case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지난 두 번째 글 중 '차별적 인사이트 도출 근거에 대한 도전'에서 밝힌 '시간과 리소스' 부족이 가장 두드러진 원인일 것이다.
솔까말, 종합광고대행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경쟁력을 소위 '스팩'으로 따지자면 어디다 내놔도 차고 넘칠 지성과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일하고 있는 환경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조직이나 환경 탓을 하는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늘 현업에 치이고, 일정에 치이고, 비용에 쪼들리다 보면 제대로 소비자 조사를 할 시간도 여력도 부족하다. 어렵게 어렵게 조사를 한다 한들, 경향성을 파악하거나 미리 준비된 가설에 대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현업 광고기획자로 일할 때, 국내 유수의 조사회사들과 함께 일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유명했던 조사회사들 중 상당수가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 소비자 조사의 필요성이 없어져서일까? 당연히 아니다. 세상은 더 복잡해졌고,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는 훨씬 많은 정보와 대안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기에 그들을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방식이 도태되는 이유는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시장, 미디어 환경과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접근과 방법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잠시 광고주로 고개를 돌려보자. 소비자와 관련된 정보와 인사이트가 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광고주 기업들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하기 시작했으며, 광고 노출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소비자 정보들을 1st Party Data로 관리하며 분석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자체적인 CDP(Customer Data Platform)을 구축하거나 소프트웨어형으로 제공되는 외부 CDP 서비스(ex. Dfinery)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은 일부 샘플 소비자들에게 물어보고 들어서 얻은 데이터가 아니라 그들이 직접 행동으로 남긴 데이터이기 때문에 진실성 여부나 신뢰도에 대한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어떤 광고에 소비자들이 반응하는지, 반응한 소비자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우리의 플랫포옴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향후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 반대로 반응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누구이며 어떠한 성향의 사람들인지 등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관리한다. 이렇게 광고주들부터 Data Savvy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오늘의 광고대행사 기획자들의 Data에 대한 접근성과 분석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려고 한다. 골프 관련 브랜드를 위한 경쟁PT에 참여한다고 가정하자. 광고대행사 실무자 급에서는 골프를 즐기거나 골프에 대해 잘 알만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나마 알만한 사람은 임원급 정도? 골프를 즐기는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얻을까? 일단 N** 검색, 골프관련 잡지나 리포트를 찾아본다. 검색을 해보니 최근 코로나로 20~30 골퍼의 급증으로 골프인구가 작년대비 35%가량 늘어난 115만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골프 관련 비즈니스가 호황이고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그렇지만 정작 골프를 즐기는 소비자들과 관련된 인사이트를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골퍼 중 조사 샘플을 얻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니 유일한 대안은 지인 중 골프 애호가를 인터뷰하거나, 골프를 치는 소수 집단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사실 이정도 정보는 함께 경쟁PT에 참여하는 어느 대행사도 다 시도해볼만한 일이고 다들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얻게될 것이다.
자 이번엔 데이터를 가지고 골프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파헤쳐보자. 골프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일단 스크린 골프장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일단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스크린 골프 이용자 중 실제 필드 골프장에 방문한적이 있는 사람들을 전국 골프장의 GSP 값으로 걸러내보자. 이들 중 VVIP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필드 골프장 중 회원제 골프장과 퍼블릭 골프장 방문자를 나누어 타깃 소비자를 두 집단으로 분류해본다. 고급 회원제 골프장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만 뽑아내, 이들에 대한 정보들을 살펴보고 싶은가? 그들의 거주 지역, 성별, 연령대, 거주형태, 자산 지수, 주요 관심사 등이 파악된다. VVIP로 분류된 타겟 소비자들을 연령대별로 묶어서 관심사를 파악해로 보니 40대와 50대의 주요 관심사와 미디어 이용행태가 확연히 다르다. 성별로 봤을 때 40대 여성은 금융과 부동산 관련 활동, 남성은 소셜 네트워크 활동의 비중이 높다. 별도로 정의에 따라 분류된 타겟 소비자 집단에 외제차 소유 여부, 부동산 투자 고관심자 등을 따로 필터링 할 수도 있다. 이 시나리오는 실제 IGAWorks MobileIndex의 DMP 데이터로 도출 가능한 소비자 정보들이다(심지어 MI Insight 출시 기념으로 모든 데이터를 2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 있다니 밑져야 본전. 어려워 말고 한번씩 들여다보시길 권해드린다. 정말 공짜다).
소비자 페르소나 / 데모 필터링 예시 (기준 : 명)
소비자 거주지역 / 연령 필터링 예시 (기준 : 명)
여러분이 크리에이터라면 어느 소스에서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인사이트와 아이디어 팁을 찾을 수 있을까? 목록과 세분화되는 분류를 차치하더라도, 전자는 극소수 샘플이며 후자는 거의 모집단에 가까운 소비자들의 실 데이터라고 한다면 어느 쪽이 더 신뢰도 있고, 현실 소비자들을 반영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주는 소스일까? 다양한 미디어 환경을 고려, 핵심 타겟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짚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멀티 크리에이티브 소재를 만들고자 한다면 어느 쪽의 소비자 정보가 더 도움이 될까? TV 광고 등 전통 매체 중심의 캠페인을 하건, 디지털 중심의 캠페인을 하건 상관없이 실제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광고를 만드는데 어느 쪽이 더 광고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다.
사족이지만. 난 광고 크리에이브와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다. 카피 한줄. 그림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그런 크리에이티브를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그런 크리에이티브가 제대로된, Real Big Data에 근거한 소비자 인사이트에서 나온 거라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깨알 홍보] 데이터와 친해지고 싶은 광고대행사 기획자나 크리에이터이시라면 3,500만 소비자들의 리얼 빅 데이터를 마음껏 들여다 볼 수 있을뿐만 아니라 경쟁PT시 소비자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지원까지 해드리는 IGAWorks의 TMP(Tradingworks Marketing Partnership)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