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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비드 Feb 23. 2024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나 자신뿐

 아들과 5일을 함께 보냈다. 아내는 조리원에 있고 나는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어린이집을 보내놓고 티비수리, 이사 준비, 서랍정리, 짐들 정리, 토리 미용, 정관 수술 등 굵직한 일들을 하다 보니 정작 내가 편하게 누워서 쉰 시간이 없다. 그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서 왜 아내는 이런 일들을 하지 않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내가 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걸까? 몇 번의 잔소리를 했지만 아내는 바뀌지 않는다. 나도 아내가 잔소리를 해도 바뀌지 않으니 이하 동문이다.


 아내는 먹지 않는 과자나 음식들을 버리지 않는다. 내가 잔소리를 한 적이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장과 서랍 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먹지 않는 것들


 유통기간이 지난 과자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뻥튀기는 왜 세 개씩이나 있는지. 아내에게 이 사진을 보내니 고생했다며 머쓱해한다. 치우면서 화도 나도 욕도 나왔지만 내뱉을 순 없다. 혼자서 정리를 하다가 화를 내고 성질을 내면 알게 모르게 태도에서 드러날 테니까. 앞으로 냉장고와 서랍은 내가 주기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우리 집은 많은 물건이 놓여 있다. 아내는 버리지 못한다. 장모님 댁의 식탁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살아왔고 결혼한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내가 욱해서 화를 낼 때만 없어지고 다시 며칠 만에 식탁은 짐들로 가득 찬다. 고쳤다면 벌써 고쳤을 것이다. 고칠 생각이 없는 이에게 기를 쓰고 변하라고 해도 변하진 않는다. 이럴 땐 내가 변하면 된다.


 내가 혼자 살 때, 집안엔 생존에 필요한 것들만 있었다. 만약 뻥튀기를 샀다면 저걸 다 먹을 때까지 다른 과자는 사지 않았을 거다. 치킨을 시켜도 다 먹을 때까지 다른 음식을 시키거나 만들어 먹지 않았다. 저녁도 치킨, 아침도 치킨, 다르게 조리해 먹기도 하지만, 베이스 재료는 남은 치킨이었다. 냉장고엔 최소한의 것들이 있었고 짐이 없으니 방도 넓어 보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살던 집보다 배는 크지만 누울 공간은 좁다. 아들의 장난감과 짐들이 많지만 아내는 버릴 생각이 없다. 둘째가 써야 한다며 장난감도 모아두는데, 차라리 버리고 새로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 몇 년 후를 생각하며 가지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과연 둘째가 첫째 처럼 동일한 스타일을 좋아할지도 의문이다.


 혼자 만의 시간이 주어질 때 내 스타일로 정리하니 속이 후련하다. 장난감도 절반은 버리고 싶지만 아내의 반대가 있으니 버리지 못하겠다. 유통기간이 임박한 과자와 재료들은 부모님과 외할머니께 보낼 예정이다. 난 우리 부모님이 낳고 기른 아들이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준 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하고 요기를 할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는데 지루해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 가족이 당연하게 생각해서다. 지금 우리 아들을 돌보면서 동일한 반찬을 같이 주고 함께 먹는다. 아내처럼 매번 새로운 반찬을 하고 밥을 더 먹으라고 굳이 이야기하진 않는다. 안 먹는다고 하면 바로 치운다. 저녁을 얼마 먹지 않아서 과자도 먹고 우유도 하나 더 먹긴 하지만 그것도 안 주려고 노력한다. 덕분인지 평소보다 아침 빵을 더 잘 먹는다. 굳이 먹기 싫어하는 애한테 강제로 먹게 할 생각은 없다.


웃는 둘째

P.S -엄마가 오면 또 많은 것이 바뀌겠지? 그래도 내 맘대로 육아하고 정리하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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