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을 했다
난 이제 생산직이 아니야. 서비스 직이지.
직업적인 변화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난 어제 정관수술을 했다. 글은 자기 직전에 쓰고 브런치에 올리곤 하는데, 수술의(?) 영향인지 아들과 함께 그대로 아침까지 자버렸다. 정관수술을 하기 전에 아이가 몇 명이냐고 묻고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 아이는 시우와 지우 둘이고 그것으로 만족한다. 후기를 보면 간단하고 금방 끝난 다곤 하는데, 내가 체감하기엔 30분 이상이 소요된 것 같다. 수술 중간에 원장님이 잘라낸 정관 두 개를 보여주었다. 묶는 게 아니라 절제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6개월까지도 정자가 생존해 있을 수 있고 최소 사정 20회 까지는 피임기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내가 모르는 분야를 들을 때는 더 경청하고 집중하게 된다.
수술을 할 때 긴장을 해선지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의자에 앉아 있었다. 정관수술을 하러 온 다른 분의 모습도 보였다. 통증은 수술이 끝나고 약 2시간 뒤부터 찾아왔다. 조리원에 있는 아내가 필요한 것들과 먹고 싶은 것을 사느라 한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돌아다닌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아들의 어린이집 하원은 처제에게 부탁했다. 매번 고마운 처제. 처제가 퇴사 후 다른 직장을 알아보며 쉰다는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도와준다.(물론 내가 용돈을 주기도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내에게 정관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아내가 놀라며 물었다.
[진짜 했어? 오빠 진짜로 할 줄은 몰랐어.]
[갱이 10개월 넘게 고생했는데 30분 금방인데 뭐. 근데 생각보다 되게 아프네. 그리고 그 형부(?)들은 말만 하는데 나는 둘째 태어나자마자 수술하고 왔어.]
[이제 형부들이랑 비교도 하면 안 되겠다. 오빠가 최고야.]
[난 이제 생산직이 아니야. 서비스 직이지.]
아내의 조리원친구, 시우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같은 반 엄마들, 같은 아파트 엄마들 등 인싸 아내는 알고 있는 엄마들도 많다. 나는 그중에서 유일하게 정관수술을 한 남편이다. 어떤 남편은 한다고 연차까지 썼다가 그냥 돌아왔단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나? 난 아내에게 명품가방은 못 사주지만 정관수술을 할 수 있는 남자다. 그래. 나를 위해(?) 한 것이긴 하지만 아내가 고마워하니 기분은 좋네.
P.S - 내가 수술날 배가 아프다고 이야기를 했다. 시우가 오늘 아침에도 배가 아프냐고 묻는다. 아프지 않다고 하니 나를 꼭 안아 주는 시우. 아빠를 꼭 안고 싶었구나. 몰라줘서 미안해.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