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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비드 Mar 01. 2024

아내는 둘째가 마냥 귀엽단다

나는 글쎄…


 

 둘째 지우가 태어난 지도 2주가 지났다. 나는 아직 지우가 어색하다. 안을 때도 혹여나 부러지지 않을까 조심조심하게 되고 기저귀를 갈 때도 얇은 팔다리가 다치진 않을까 조심스럽다. 이렇게 작고 연약한 생명은 쉬를 하면 울고 배가 고프면 울고 응아를 하면 또 운다. 자세가 불편하면 울고 딸꾹질을 하다가 운다. 울어서 자신의 존재를 어필한다. 아내는 지우를 보다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둘째는 울어도 밉지가 않아. 밤에 울어서 깨도 마냥 귀여울 수 없어.]


 그 말엔 많은 의미가 있었다. 첫째 시우가 태어났을 때, 아내는 정말 힘들어했다.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매번 울었으니까. 생각해 보니 산후 우울증이었었고 시우가 태어나고 50일이 지나서야 조금씩 좋아졌다. 첫째는 소리에 민감해서 우리가 작은 소리를 내도 깨곤 했고 잠을 자다가도 불편한 게 있으면 크게 울었다. 그러니 잠을 못 자는 아내는 점점 더 예민해지고 지쳐갔다. 둘째는 어떠한 소음에도 깨지 않고 잘 잔다. 첫째가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옆에서 소리를 크게 내도 잘 자는 것이다. 아내는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웃기나 보다.


너무 작은 발

 

시우를 키워본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니 육아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분유를 먹이면서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둘째가 울어도 바로 안아 주지 않고 놔두기도 한다. 예전에는 시우가 울면 바로 안아주고 달래 주곤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습관이 될 거란 걸 알기에 적당히 안아주는 것이다. 내가 허둥지둥하고 있으면 아내는 이야기한다.


[예전에 안 해 봤어? 초짜배기야?]


 농담도 하고 웃으며 지우를 돌보니 마음이 놓인다. 이사를 하고 청소와 정리를 하느라 아내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불편해하거나 힘들어하진 않는다. 첫째를 낳고 길러본 경험이 둘째를 더 큰 애정으로 키울 수 있게 만든다.



 나는 글쎄… 아내는 둘째가 마냥 이쁘고 사랑스럽다고 하지만, 솔직히 시우가 태어났을 때보다 감동과 떨림은 덜하다. 첫째는 두려움반 설렘 반이었다. 둘째는 첫째 처럼 내 안의 무언가가 나왔다는 느낌이 아직 없다. 시간이 지나면 첫째보다 둘째가 더 이쁠 거라며 주변에서 이야기하지만 혹여나 시우가 사랑을 뺏긴다는 느낌을 받을까 봐 걱정이다. 열흘이 넘도록 단 둘이서 시간을 보냈고 이사를 와서도 출근하지 않고 시우랑 지내니 우리 부자는 더욱 돈독해진다. 둘째도 시우만큼 내 모든 걸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겠지? 다행히 시우는 동생 지우를 예뻐하고 말도 걸고 분유를 함께 주기도 한다. 미혼인 직장동료에게 장난반 진담반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추천한다. 결혼생활을 한다고 해서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뀌진 않지만 육아를 하면 모든 것이 바뀔 테니까.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깨달음은 체험하지 않고선 알 수 없으니까.


P.S - 사랑하는 지우야. 우리 모두가 기다렸단다. 오해하지 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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