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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비드 Mar 17. 2024

아들과 놀이터를 갔다

소중한 아들과의 시간


 오늘 부산의 낮기온은 18도였다. 겨울엔 춥다는 이유로 놀이터를 가지 못했던 시우는, 몇 달 만에 아빠와 놀이터를 갔다. 세 시간 가까이 밖에서 놀며 시간을 보냈는데 마이쮸를 준다고 겨우 달래고 나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만큼 아들은 놀이터에 목말라 있었다. 주말마다 아빠와 놀이터에서 놀긴 했지만, 기침과 코감기로 겨울에는 제대로 나가 논적이 없었다. 카페를 가거나 키즈카페가 뛰어놀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나마 이사를 하고 시공매트를 해서 집에서도 조금은 뛸 수 있게 되었지만 그전에는 그것도 불가능했다.



 시우가 좋아하는 비눗방울과 축구공을 챙겨서 놀이터로 나갔다. 날이 풀린 만큼,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그 수만큼이나 많은 부모들도 있었다. 시우는 비눗방울 기계를 켜고 돌아다녔고 많은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잡으러 다니며 함께 놀았다. 공도 차고 나랑 달리기도 많이 했다.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해본다.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해도 그냥 밖에서 뛰어놀게 했어야 했을까? 몇 달간 못 놀았던 한을 풀듯이, 아들과 나는 신나게 뛰어놀았다. 아직은 형과 누나들이 부끄러운 시우. 같이 놀긴 했지만 아빠가 편한가 보다. 누나들이(?) 시우가 귀엽다며 따라오고 비눗방울 놀이도 같이 하곤 했지만 시우는 아빠를 찾는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나는 의도치 않게 아들과 강제로 뛰어놀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멀리서 지켜보며 환경 유지에(?) 힘쓰고 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룰을 정하고 잘 놀기에 굳이 옆에서 거들 필요는 없다. 우리 아들은 오랜만에 나오고 낯가림이 약간 있어서 아빠를 찾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혼자 노는데 핸드폰만 보고 그냥 두는 부모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아이가 원해서 놀이터에 나왔고, 혼자서 잘 논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누가 봐도 심심해하고 함께 놀고 싶어서 쭈삣거리는 아이들도 있다. 나랑 아들이 함께 뛰어노는 것을 계속 쳐다보는 아이에게 눈이 갔다. 아이의 아빠는 벤치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지 않는 그가 기억난다.


 

 나는 아들과의 시간이 소중하다. 주말에는 내가 전담으로 첫째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지치기도 한다. 아빠를 100번도 더 부르며 함께 놀려는 아들. 아들이 나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노는 것이 고맙다. 가끔씩 혼자 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몇 년 후면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 아빠와의 뽀뽀나, 수시로 안아달라며 다가오는 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춘기의 일탈로 화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도 아들과의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아빠를 좋아하는 아들은 아빠가 무섭지 않다. 엄마에겐 음료수나 초콜릿을 사달라고 하지 못해도 아빠는 다르다.


[아빠. 우리 놀다가 마트 가서 초콜릿 하나 살까?]


 엄마는 사달라고 해도 사줄 확률이 5%남짓이지만 아빠는 50%에 육박한다. 그러니 아들은 나에게 이야기한다. 아들과 단둘이 비밀을 공유하는 그런 사이가 되면 좋겠다.


문화센터에서


 내가 약속이 있거나 직장에서 늦게 마친날에는 아들은 혼자서 잔다. 하지만 내가 있는 날은 무조건 나랑 함께 잔다. 한 시간 정도는 그림자놀이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일 뭘 하고 놀건지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내가 그냥 잠들어 버릴 때도 있고 아들이 일찍 잠들 때도 있다. 잠을 안 자고 꼬장을 피울 때면 화가 나기도 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자기 침대에서 내려와서 내 옆으로 와서 누울 때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같이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들에게 침대에 올라가라고 한다. 그런데 피곤해서 내가 먼저 자는 날에는 같이 침대 밑에서 자게 된다. 아들의 발차기에 새벽에 깨어서 내가 아들의 침대에 올라가서 자는 것이다. 이런 아들과 몇 년을 함께 하면서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찾던 나는 사라졌다. 취미란에는 아들과 시간 보내기를 쓸 생각이다. 같이 공룡 장난감으로 놀고 공룡이름을 50개 넘게 주고받으며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내가 주어진 시간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을 잊지 말고 고마워해야지. 우리 아들들과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고맙다.



P.S - 커서도 아빠에게 뽀뽀해 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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