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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비드 Jun 06. 2024

아들이 영어를 배우고 있다.

칫솔은 영어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때가 있다. 네이티브처럼 구사하기 위해선 어렸을 때 배우는 것이 좋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 가족은 아들이 영어를 배우는 데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어린이 집에서 영어를 배워서 단어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귀엽게 볼 뿐이다.


 라떼는… 중학교 1학년 영어 수업 때 처음 영어를 접했다. 아내는 나보고 언제 적 사람이냐며 놀리곤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그래도 외국 가서 대화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정규교육의 힘인가? 토익이라는 스킬을 획득해서일까? 유창하게 내 마음속의 속내를 이야기 하진 못해도 의사표현과 간단한 농담정도는 할 수 있다. 아내는 내가 엄청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대부분 팝송가사를 암기해서 사용하고 있고 생활영어가 전부이다.


 

 아들이 유치원에서 알파벳을 배워왔다. 아들은 A와 B와 C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D는 기억하고 있었다.

[반달 모양 D] 라며 두 팔을 머리 위로 모은 뒤 허리를 비스듬히 꺾는다. 다른 알파벳은 특징이 약했던 걸까? 비록 D만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는 귀여운 아들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기뻐했다. 아들은 이날 10번은 넘도록 반달모양 D를 외쳤다.


 아내는 종종 나랑 같이 영어 공부를 한다. 리딩튜터 책을 보고 해석을 하고 간단하게 문법도 배운다. 아내는 일찍이(?) 학업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영어에 약하다. 그래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 공부하는 모습은 아들들에게도 필요했다. 모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우리는 종종 식탁에 앉아서 같이 공부를 한다. 아내가 하나씩 영어 문장을 해석하고 예시문제를 맞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종종 내가 오버해서 설명하기도 하지만 싫은 내색하지 않고 영어를 배운다.



 이날은 아들에게도 그림카드를 보여주며 영어 단어에 답변을 했다.


[코끼리가 영어로 뭐야?]

[엘리펀트]

[오, 그럼 고양이는?]

[캣]

[그럼 칫솔은 영어로 뭘까?]


 갑자기 나와버린 고난도의 그림카드에 아들은 당황했만 이내 차분하게 답변했다.


[야앙치]


[어? 아, 양치 라고 했구나.]


 옆에서 공부하던 아내와 나는 즐겁게 웃는다. 아들 덕에 이렇게 크게 웃는다. 고마운 아들. 고마운 아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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