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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Sep 01. 2024

아들은 소꿉놀이에 진심이다

오늘도 아들에게서 배운다

 

 아들은 소꿉놀이를 즐긴다. 역할극 놀이라고 해야 할까? 본인이 식당 사장도 되고 손님도 되고 경찰도 되고 도둑도 된다. 티라노부터 괴물까지 자신이 본 적 없는 생명체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로도 변신한다. 그렇게 자신의 가능성을 열고 나랑 같이 논다.



[자 여기 고기 있습니다. 고기 드릴게요.]


아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면, 나는 좀 더 다르게 반응하며 맞받아친다.


[사장님, 저 고기 말고 새우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멜론 아이스크림도 하나 주시고요, 음료수도 한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잠을 일찍 자라고 하거나 장난감을 정리하라고 하면 느적거리며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낸다. 양치나 장난감을 정리하라고 하면 표정부터 어두워진다. 하지만 소꿉놀이를 하는 도중엔, 어떠한 요구도 받아준다. 그래서 나는 진상(?) 손님이 되어 아들에게 장난을 친다.


[저기, 사장님. 여기 음료수 먼저 주세요. 주문한 음식이 너무 늦게 나오네요. 그리고 멜론 대신 딸기 음료로 바꿔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 음료수입니다.]


 장난을 치고 시우에게 계속 무언가를 바꿔서 달라고 해도 아들은 진지하게 조리를 한다. 작은 손으로 옮겨 담으면서 새로운 요리라며 나에게 건넨다. 나는 장난으로 아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진상 손님을 받아주는 것이었다. 아들은 소꿉놀이에(역할놀이) 진심이었다. 나는 아들과 논다는 변명을 하며 놀릴 생각뿐이었다. 아들의 진지함에 나도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놀이를 이어 나갔다.


[아 사장님. 음식이 너무 맛있습니다. 여기 카드로 계산해 주세요.]


오늘도 아들에게서 배운다. 너의 진지함은 내가 얼마나 안이하게 삶을 대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고마워 아들.


P.S - 그런 우리 옆에서 점퍼 하는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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