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즐거웠던 기억은 남겨 줄 수 있으니까
우리 가족은 저녁 식사 후에 소화도 시킬 겸, 마트 구경을 다닌다. 일상 용품코너나 식품세션보다 장난감을 파는 곳에서 오랜 시간을 머무른다. 아들이 장난감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그곳을 쉽게 떠날 수 없다. 체리 선버스트 색상의 레스폴 기타를 볼 때의 내 모습이 그러했을까? 아들은 마음을 빼앗긴 채 장난감을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만져 본다.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아니고 몇 줄로 놓여 있는 공간이니 얼마나 신날까? 다른 곳에 가자고 재촉하기도 하고 보채봐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다른 장난감 보러 가자고 하거나 엄마가 빨리 가자고 다그쳐야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다.
아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가족을 제외하고) 공룡이다. 집에도 공룡들이 가득 하지만, 마트에는 집에 없는 공룡들이 더 많다. 시우가 가장 재밌어하는 놀이는 아기 기가노토사우르스 놀이이다. 내가 아빠 기가노토사우르스가 되고 아들은 아기 기가노토사우르스가 되어 사냥을 하고 공룡시대를 탐험한다. 솔직히 이 놀이의 의미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룡처럼 걸어 다니고 초식공룡을 사냥하면서 아들은 해맑게 웃는다. 네가 웃으니 나도 좋아.
공룡 장난감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사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저 눈빛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어렸을 적 가지지 못했던 장난감과 기타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가지고 픈 욕구가 없다. 하지만 아들은 다르다. 아들은 저 공룡들을 손에 쥐고 공룡시대로 달려가고 싶다. 하나둘 공룡 장난감을 사다 보니 놀이방의 한 귀퉁이는 공룡으로 가득하다. 큰 공룡들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에 주어지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수시로(?) 선물을 주시기 때문에 공룡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버렸다.
장난감을 버리려고 해도 갑자기 특정 공룡이나 장난감을 찾는 경우도 있어서 장난감은 점점 쌓여나간다. 수납공간을 늘리기도 하고 찾지 않는 장난감을 버리기도 해서 공간을 만들고 있지만 둘째 지우의 장난감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으니 난감하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장난감을 대신하여 몸으로 놀기로 결심했다. 지금 있는 공룡으로도 충분히 새롭게 놀이를 만들 수 있다. 공룡 퍼레이드도 해보고 초식공룡대 육식공룡과 싸움도 해본다. 하다 보니 아들도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서 같이 놀자고 한다. 비록 내 몸은 피곤하지만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니 행복하다. 아빠가 세상을 안겨주진 못해도, 함께 즐거웠던 기억은 남겨 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