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경국 Nov 18. 2024

첫째의 숙명인가?


[아니야. 그거 아니야. 내 거야.]


우리 아들

 

 우리 첫째 시우가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요 근래 짜증도 늘고 화도 많이 낸다.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으면 버린다고 말하며 버리는 시늉을 했을 때 아들은 분노 발작하듯이 화를 내고 소파를 손으로 때리며 울었다. 이렇게 까지 울고 화를 낸 적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실수를 한 것이기도 했지만 매번 웃음과 기쁨을 주는 아들이 본인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이 잘 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해 본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를 알고 있다. 미운 4살, 미친 4살이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만 3세인 아들이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호르몬의 변화? 나이가 들어서? 고집이 생겨서?


우리 아들들

 

 둘째 지우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시우는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동생 지우를 알게 모르게 지켜보는 시우. 첫째는 둘째를 원망의 눈빛으로 보진 않지만, 자신에게 주어질 마땅할 관심과 사랑을 뺏겨서 내심 서운하다. 그래서 시우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잠도 자지만 아들은 하지 않던 실수를 한다. 변기에서 잘 보던 소변을 그냥 거실에서 본 것이다. 아들은 그냥 급해서 쌌다고 하는데 요 몇 달간은 실수한 적이 없었고 자기 스스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잘 놀았다. 그런데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것이 놀랍다. 아내는 시우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거 같단다.


아내와 다짐하지만…

 

 말을 예전보다 잘 듣지 않고 고집도 세졌다. 좋은 말로 좋게 이야기하면 고치지 않는다. 그러니 아내는 아들을 혼낸다. 혼을 덜 내고 안아줘야 하는 걸 알지만 마음과는 다른 말이 나가는 것이다. 아들이 속상하다며 자기 방에 혼자 들어가기도 한다. 안아주고 데려 나오면 바로 풀리긴 하지만 정말 속상했을 거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이 동생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신난 시우

 

 요즘 들어 엄마랑 같이 자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며 같이 자려고 한다. 매번 나랑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하는데, 엄마를 둘째 지우에게 뺏기는 느낌이 들어설까? 동생을 데리고 일찍 안방에 재우러 가는 엄마를 계속 찾는다. 주말에는 안방에서 넷이 다 같이 잔적도 있고 평일에는 시우가 잠들 때까지 아내가 같이 누워있기도 했다. 소중한 우리 시우. 나도 동생이 태어났을 때 이러했을까? 아들을 보며 어렸을 적 나를 본다. 나라는 존재도 이렇게 질투를 하고 자신을 바라보라며 애타게 찾았을까? 이것은 첫째의 숙명인가? 우리 아들도 엄마 아빠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수시로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아들. 네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날까지 좋은 테두리를 만들어 줄게. 더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자.




이전 01화 공룡을 바라보는 너의 눈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