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의 자유를 11000원에 구매한 것이다
우리는 아들을 재우고 약속이나 한 듯이 거실로 나온다. 큰아들은 자기 방에서 나랑 함께 자고, 둘째는 안방에서 아내랑 잔다. 일이 고되거나 시술이 많았던 날엔 아들과 함께 곯아떨어지지만, 주말에는 아들을 일찍 재우고 나와서 아내랑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이 둘을 기르는 엄마와 아빠에게 영화관은 사치다. 그렇다 보니 티비로 영화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에는 탈주, 파일럿을 같이 보았고 오늘은 베테랑 2를 같이 보기로 했다. 영화관처럼 큰 화면에 몰입도 있게 보진 못하지만 우리 부부는 행복하다. 좋아하는 과자를 한 봉지씩 들고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는데 큰 아들이 화장실을 간다고 해서 중간에 멈추고, 둘째가 자다가 울어서 두세 번을 또 멈추고 영화를 이어간다. 우리는 영화가 중간에 끊기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기보다 혹여나 영화소리에 아들이 깰까 걱정한다. 아내는 1편이 더 재밌다고 했지만 2편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몰입해서 재밌게 봤다.
첫째가 태어나기 전엔 영화관 데이트를 자주 했다. 마땅한 데이트 코스가 없기도 했지만, 같은 곳을 보고 동일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첫째 시우가 태어났을 때도 우리는 종종 아이를 장모님께 맡기고 영화를 보기도 했었다.(시부모님께 맡기는 건 마음이 좀 불편하다나?) 아이가 둘이 되면서부터 우리 부부가 같이 영화관을 가기란 불가능해졌다. 누군가가 아이를 전담해서 보면 한 명이 자부(자유부인), 자남(자유남편)과 같은 자유 시간을 가지긴 했다. 나에게 주어진 몇 시간의 자유를 영화관에서 보내기는 아깝기 때문에 영화관은 우리의 삶에서 멀어졌다.
베테랑 2를 일주일간 대여해서 볼 수 있는 가격은 11000원이다. 한 달만 기다리면 OTT로 나오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보고 싶었던 영화가 VOD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화가 나왔다며 나에게 굳이(?) 알려주었다. VOD 영화를 재밌게 보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나선 마음이 바뀌었다. 신작영화를 보고 싶었던 아내는 잠시나마 육아의 고충을 잊고 영화에 빠져든다.
두 시간의 자유를 11000원에 구매한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내 원칙으로 보건대 나 혼자 살았다면 VOD구매는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육아로 영화관을 가지 못하는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은, 그 돈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아들은 울고 잠을 깨지만 우리 둘은 재밌게 영화를 본다. 어떠한 불만도 불평도 없다. 아내와 함께하는 금요일 밤이 제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