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생각을 구겨둔 일기보다 담백한 대화 몇마디가 낫다.
내가 최근에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다섯 가지 조건을 정리해봤어."
"뭔데?"
"산책 할 수 있는 여유? ... 내지는 시간? 그리고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들거나 즐기는 거야.
.
.
.
그리고 무언가를 깊게 느끼고 생각하고 감상하는 것도.
내가 지금까지 몇 개 말했지?"
"지금까지 세 개! 또 뭔데?"
"글을 쓸 수 있는 거."
"표현하고 창작하는 삶에 가깝겠지?
"응. 맞아 그리고 이런 걸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거야."
20.05.31
0.
다이얼로그는 2020년 5월 31일의 대화를 재현한 것이다. 기록된 대화를 1년이 흘러 다시 꺼내본다. 우리는 여전히 저 대화를 그럭저럭 잘 지키면서 사는 거 같다(고 어림 짐작해본다).
적어도 저 다이얼로그는 내게 성경 십계명과도 같은 힘을 지닌다. 타인의 윤리가 또 다른 타인의 삶에 침투하는 기적적인 순간이 있다. 일년에 한 두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일이다.
내 경우에는 저 다섯 가지 예시가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윤리강령처럼 자리잡았다. 때론 담백하게 적어둔 다이얼로그가 큰 힘을 발휘한다. 매주 혹은 매달, 시간을 쪼개 그간 타인과 나눴던 좋은 대화를 재현할 시간을 벌어두면 이런 식으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어요.
1.
달의 마지막 날이 월요일인 게 좋다. 새로 찾아온 달을 조금 마음 편하게 받아치게 된다고 해야하나...일단 내가 5월에 뭐했는지 어떤 말을 꺼냈는지 차근차근 기억을 되짚어 복기해보자.
만나고 싶은 사람들 싹 다 만났고(스케쥴 꽉채워다녔는데도 아직 미처 못만난 친구들도 한가득인 걸 기뻐해야겠죠?)...재밌는 거도 같이 많이 하러 다녔구...심신에 이로운 오피니언도 되게 많이 교환했다. 아직 미처 다 못 쓴 기록재현이 많아서 염려스럽지만...다이어리에 최대한 6월에 이어서 작성하는 방향으로 염려한다. 염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충분히 노력해서 염려한 것은 마음에 오래 남으니까.
2.
앞서 소개했던 다이얼로그 같은 일이 거의 매일매일 벌어졌던 5월이었다. 먼 훗날...21년은 5월에 가장 행복했노라고 단언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