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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필년 Jul 31. 2024

결혼식 축사낭독 대작전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신랑 하치연의 친구 김정년입니다. 저희가 처음 만난 곳은 고등학교인데요. 그 때 반마다 축구팀 유니폼을 맞추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 옆구리에서 패스를 뿌려주던 깡마른 까까머리를 기억합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어른이 된 치연이와 그의 아름다운 동반자 유림씨를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모바일 청첩장보다 종이 청첩장을 좋아합니다. 신랑신부가 결혼을 결심한 순간을 듣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에는 불가사의한 결심이 깃들어 있습니다. 나랑 사는 인간이 갑자기 싱싱한 제철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폭풍이 몰아쳐도 딸기를 구해오겠다는 마음. 그런 마음은 참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이득과 손해를 최대한 덜 따지는 관계, 무언가를 기꺼이 책임지려는 마음이 귀한 세상입니다. 저도 신랑신부가 먹은 결심을 기꺼이 따르고 싶네요. 두 사람이 결혼적령기 남녀에게 본보기가 되는 신랑신부이길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서른 다섯 총각이고 싱글입니다. 하객 여러분의 많은 문의 기다리겠습니다.






하씨 집안에서 제일 유명한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씨는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신랑 하치연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저도 한 번 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신부 서유림씨, 치연이를 인천으로 돌려보내고 싶을 때도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결혼이라는 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하치연의 오랜 친구 김정년도 하루키 씨의 생각과 같습니다. 신랑 신부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2024.04.26작성 05.04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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