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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pers Summit Mar 19. 2021

나의 일상 컬러링, 나를 돌보는 실질적인 방법 알아가기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를 읽고

이번 주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고민하던 중, 요즘 읽게 된 책과 그 책 속의 툴 키트(tool kit)가 떠올라 그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슬리퍼스써밋이 추구하며 행사와 사업에 주되게 녹이고자 하는 가치 ‘지속가능성’.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 환경, 교육, 전통문화, 예술과 예술 생태계와 같이 범지구적으로 지속되어야 할 가치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구성원으로의 ‘우리’, ‘나’라는 개인이 지속 가능하도록 잘 돌보아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지난 브런치에 작성하였던 조선백자를 알아가며 닿게 된 소나무와 소나무가 우리에게 허락한 ‘쉼’과 같이 우리는 어떤 요소가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지 꼭 돌아봐야 한다. 


사실 이런 내용을 꺼내고 있는 나 또한 나 자신을 잘 알아봐 주고 돌봐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러하다.’라고 답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개인적인 욕심에 컴퓨터를 앞에 두고 밤을 새우고 식사를 거르거나 미루는 일은 당연해지는 날들이 허다하고, 밤낮은 어느 나라의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바뀌어 병이 나기도 했다. 분명히 나를 챙기는 시간에 대한 절실함은 꽤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는데, 나의 일상과 업무와 ‘마음 챙김’, ‘쉼’의 시간이 균형을 이루게 만드는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과 <사부작사부작 공동체>를 함께하고 있는 장비치 작가님을 통해 유보라 작가님과 작가님이 만들어온 라이프 컬러링 툴 키트를 알게 되었다. 올해 ‘라이프 컬러링,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툴 키트를 개발하기까지 유보라 작가님의 여정과, 그 툴 키트를 활용하여 어떻게 자신들을 돌아볼 수 있는지에 나눈 책이 발간되었다.


 책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     사진: 도연희


이 책에서 작가님은 나는 어떤 일주일을 살았으며, 내 시간들은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그 시간들을 예쁜 컬러들로 그려냄으로 그 시간을 맞이하던 나의 감정들은 어떠했는지, 자신에게 다정하게 물어주는 쉽고도 따뜻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한동안 컬러가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과 컬러를 활용한 프로젝트들에 푹 빠져있던 적이 있는 나에겐 일상을 색으로 표시한다는 지점 또한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책은 작가님의 게으름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된다. 침대와 소파를 오가다 끝나버린 오전 시간, TV를 보다 저녁을 먹고 남편분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찾아온 밤, 그리고 오늘 하루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물든 밤과 새벽 그리고 그러한 일상의 반복. 너무나도 솔직한 고백 덕에 그럼에도 어떻게 자신의 시간들을 아껴주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려서부터 (중, 고등학교 시절) 내가 지내게 될 다음날의 일정들을 10분 단위까지도 쪼개서 적어놓곤 했다. 나의 시간들 중 10분, 5분까지도 계획돼야 한다는 강박은 버렸지만, 요즘도 잠들기 전 시간대별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적어두고 잔다. 그 계획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고 확신하지만, 확실히 나를 존중하고 배려한 계획은 아니었다. 매시간 빡빡하게 채워진 업무들, 리서치 및 자기 계발 시간 그 와중에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들도 생산적이길 바랐다. 그리고 그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고 미뤄진다면, 그에 대한 죄책감과 찝찝함은 하루의 기분을 망치기도 했다. 


(좌) 10-20분까지도 체크하던 나의 학장 시절의 모습 / (우) 벨롱벨롱나우 2020을 준비하던 날 중 하루의 기록 


유보라 작가님은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이름을 들으면 알 법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인물들의 일과가 다양한 색으로 정리된 차트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들의 시간들 중에는 창작활동이 아닌 일상적인 일, 여가, 운동에 할애된 시간들도 다수 포함되어있다. 유보라 작가님은 아티스트들의 일상에 대한 컬러링 차트를 보고 그들의 일상에 대해 알아가던 중 그들도 우리와 같이 집중이 어려운 날들이 있었으며, 게으르게 보냈던 나날들도 있었고, 자신의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날들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유보라 작가님이 영감을 받았던 차트의 모습 (차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 https://www.visualcapitalist.com/visualizing-the-daily-rout)


누구나 집중이 어렵고 목표했던 모든 것들을 이루지 못하는 ‘게으른’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임에도, ‘내가 왜 그랬는지, 나의 마음은 어떤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준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게으르고 부족한 자신을 자기 합리화를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함으로 자신도 몰랐던 감정과 행동들의 원인을 찾고, 더 나은 나날들을 위한 힌트를 얻어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듬뿍 와 닿았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제안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나의 일과들을 채색해보고 돌아보면서 아래와 같은 나를 발견했다. (사실 나는 작년에 텀블벅을 통해 작가님의 <컬러루틴 키트>를 구매해두었다.)

내가 컬러링 해본 나의 일주일
‘과한 욕심으로 인하여 나를 몰아세우는 계획을 세우곤 한다.’
‘빡빡한 일정 탓에 중간에 돌발 업무들이 생기면 시간에 대한 강박감이 나를 억누르게 된다.’
‘다음날로 미뤄지는 업무들이 생기면 온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진정한 쉼이라고 느끼는 시간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며, 쉼 또한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온전한 쉼의 순간들은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와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연대, 햇빛이 가득한 날의 산책,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여행’

그리고 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쉼의 시간을 배치하기’
‘빨리빨리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자책하기보다, 나에게 주어진 제한적인 시간들을 인식하기’
‘열심히 달려온 나를 응원해주기’
‘가끔 신호를 보내는 나를 알아주기’  

등을 차근차근 실천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 속에는 나의 일상들을 색칠해 나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휴식은 무엇인지, 내가 실천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그 이유를 파악해 나가는 방법들도 깨달을 수 있는 질문들도 녹아들어 있다. 

작년 여름 잠시 참여했던 유보라 작가님의 휴식 리스트 만들기 워크숍 떄 나의 모습  사진: 장비치 작가

요즘은 참 ‘마음 챙김/ Mindfulness’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나조차도 진정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그 개념을 쫓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선물 받은 책 한 권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 글을 읽어주고 계신 분들도, 내 주변의 내가 아끼는 많은 사람도 이 책과 같이 먼저 구체적인 고민을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을 더욱 탄탄하게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방금도 김승민 큐레이터님으로부터 오늘 한 시간 메디테이션을 수업을 들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밀려오는 일 때문에 취소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두가 그렇듯 우리는 늘 해야 할 일들에 치여 자신을 돌보기 위한 시간들을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된다. 


나와 슬리퍼스써밋도 우리들을 단단하게 채워나가며 더 많은 이들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도연희 문화 기획자/기업가, 슬리퍼스 써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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