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피의 기쁨과 슬픔
브랜드전략실의 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인 임종인 피디(이하 쫑디)에겐 요즘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이름하여 임복동. ‘복동’이란 이름만 들어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 혹시 이 사람 자전거를 좀 타나? 정답이다. 쫑디는 자전거를 아주아주 열심히 탄다. 최근 두 달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아이폰에 기록을 남겼다. 그는 자전거 타기 혹, 운동에는 애플워치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심박수와 이동거리 및 각종 운동 기록에 필요한 정보들을 애플워치가 기억해준다나. 갤럭시를 쓴다면 갤럭시 워치도 괜찮단다. 하여튼 중요한 사실은 쫑디는 운동을 정말 하루도 빠짐 없이 아주 성실히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이 운동이 최근 쫑디의 가장 큰 기쁨이다.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과 출퇴근 때걷기 운동이 전부인 나는 너무 궁금해졌다. 주 2일, 3일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매일같이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쫑디와 운동과의 인연을 더듬어 보자면 2018년 4월 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한번 쯤 그런 시기를 겪는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쓸모 없는 인간 같고, 과연 살아있어 뭐하나, 싶은 고민이 나를 돌돌 묶어 절대 안 놔주는 시기. 흔히 슬럼프라고들 말한다. 경쟁이 난무하는 이 대한민국 사회에 그 슬럼프는 대개 취준생일 때 찾아온다. 쫑디라고 다르지 않았다. 2018년 4월 즈음이 그가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였으니까.
우린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그 안에 계속 빠져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며칠을 괴로워하더라도 결국엔 뭐라도 해보자, 는 마음을 먹곤 한다. 그 때 쫑디에게 힘을 줬던 게 바로 산책이었다. 몇 시에 잠에 들었든 아침 일찍 눈을 떠서 무작정 안양천을 걸었다. 때마침 4월 답게 산책로에는 화사한 벚꽃이 피어 있었고 그는 벚꽃나무 아래서 오만 감정을 느끼면서도 매일 그래도 걷길 잘했다, 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처음부터 걷기로 감정을 다스린 건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선택, 흡연 음주를 가까이 한 적도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정답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술 때문에 두어번 뻗은 후 결심한 건 안 비밀이다.) 괜찮든, 괜찮지 않든 천천히 꾸준히 안양천을 걷다 보니 어느 새 슬럼프에서 벗어나 있었고 유니언에 안착하게 되었다고.
쫑디가 설명하는 운동의 장점은 이렇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안전만을 신경 쓰며 목적지를 향하기 때문에 잡념들을 떨칠 수 있단다. 특히, 자전거를 타면 그 효과는 어느 운동 보다 선명해진다. 목적지 만을 바라보고 바퀴를 굴리는 시간 속에서 마음의 슬픔과 괴로움을 잠시 잊고 오로지 스스로에게만 집중한다. 산책으로 슬픔을 달래던 방식은 더 멋지게 발전해 쫑디를 임복동으로 만들었고, 이젠 안양천 벚꽃길이 아닌 한강 옆 도로를 매일 자전거로 오간다.
누구든 뒤돌아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 만감이 교차한다. 그 때 어떻게 버텼나 싶고, 다시 돌아가겠냐 물으면 아니! 라는 대답이 튀어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아마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인 건 아니지만, 우리는 아팠기에 자라나고 또 괜찮아지는 방법을 배운다. 인터뷰 말미에 쫑디가 시원하게 외친 한 마디로 슬럼프의 슬픔과 성장의 기쁨을 압축할 수 있겠다. “아, 컸다!”
유피들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보고 싶다면 ! https://www.instagram.com/uniontown_n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