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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언타운 Aug 14. 2020

[6] 기쁨이라는게, 과연 뭔가요?

유피의 기쁨과 슬픔

#성장하는 열정맨


 인터뷰 전에 유피들이 받는 <유.기.슬>의 질문지(라고 썼지만 사실 다섯 줄짜리 카톡 메시지다.)에는 이런 물음이 적혀있다. ‘당신의 인생에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지금 가장 큰 기쁨을 안겨 주는 건 무엇인가요?’ 다소 포괄적인 질문에 브랜드 전략실의 한진수 피디 (이하 찐디)는 인터뷰 도중 이렇게 되물었다. ‘근데 과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기쁨이라는 게 뭔가요? 인스타그램에 즐거워 보이는 사진을 많이 올린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진짜 기쁜 건 아니잖아요.’ 허를 찌르는 역질문과 대답에 아주 조금 당황했지만, 이로써 나는 찐디의 기쁨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찐디의 찐기쁨은 과연 무엇일까.

찐디의 찐기쁨은 과연 무엇일까...이 사진 꽤나 기뻐 보이는 걸?

 거창하게 정의하자면 찐디의 기쁨은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들이다. 무엇이든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지만(사실 사람 심장은 원래 뛴다 살아있다면), 그 중심에는 ‘일’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건축학과를 졸업한 찐디는 지금 소속된 공간팀이 하는 일, 인테리어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진 건축 회사를 첫 직장으로 마주했다. 찐디는 첫 회사에서의 나날들을 회색 빛으로 설명했다. 늘 같은 패턴의 업무에 칙칙하기 그지없는 아파트를 매일 봐야했으니, 이렇게 계속 재미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간 스스로가 너무 슬퍼질 것 같았단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앞장 서서 해내는 멋찐디

 그래서 그는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원하는 일을 해야만 삶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찐디를 열심히 말렸다. 지금의 좋은 회사를 두고 어딜 가려고 하냐는 말부터 시작해 인테리어 쪽이 얼마나 박봉인 줄 아느냐는 말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찐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잡히는 대로 시도했다. 소위 막노동이라고 하는 일부터 시작해 6개월간 열심히 헤맨 끝에 원하는 느낌의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또 다른 여정이 펼쳐졌다. 멘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그 회사에 만났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좋은 스승에게 하나하나 배워 나가며 찐디는 자신의 열정을 살리기 시작했고 까먹었던 기쁨을 되찾기 시작했다. 전혀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더 열심히 하고픈 마음이 매일매일 자라난다는 느낌만으로 충분했다. 스승님의 회사를 나와 다른 곳으로 이직했을 때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이 꽤 많이 성장해있음을.

 이 성장을 찐디는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과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아직 부족하단 말을 덧붙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매우 충분한 사람으로 보인다)

다이어트 앞에서는 아직 한 없이 부족한 찐디 

 이어진 그만의 열정과 성장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열정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의 성장은 다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부족한 점을 돌아볼 용기도 거기서부터 생기는 것 같다고. 브랜드 전략실의 열정맨 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 새 나도 고갤 끄덕이고 있었다. 진지함이 오글거림으로 연결되는 시대라고 한들, 진중한 열정은 여전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으니까.

 찐디는 이렇게 일에 대한 기쁨을 장황하게 늘어놓고도 이걸 빼면 인생의 기쁨은 그저 쉬는 시간에 조용히 먼산을 보거나 가끔 축구 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쁨이란 뭐인지 정말 모르겠단 말과 함께. 이렇게 진지하고 길게 열정에 대해 말 해놓고!


 너무 정석적인 이야기만 한다 생각할까 봐 비밀 같은 사실을 마지막으로 밝히고 끝내려고 한다. 찐디는 아주 가끔 비가 오는 날 무작정 나가 걷는다. 중요한 포인트는 우산도 우비도 쓰지 않는 것이다.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후련함과 자유로움을 모두 얻는다. 특히 고민이 있을 때는 효과가 배가 된다. 다소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한 방법이 없다고.

 의외의 이야기라 조금 놀랐지만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과 함께 비를 홀라당 맞고 기분 좋아 히히 웃던 나의 고등학교 때가 생각 나버렸다. 후련함을 느끼기 위해선 그만한 게 없다며 찐디는 유피들 언제 한번 다같이 비를 맞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언젠가 유.기.슬에 직원 다같이 비맞은 후기 같은 게 올라올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 오면 꼭 행사 주최는 찐디임을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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