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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스 Oct 14. 2022

하루 한 끼, 패스트푸드 고찰

아직까지는 오케이!

오늘 점심은 맥도널드에서 한 끼!

원래는 이틀 전에 먹은(사실 최근 육 개월 동안은 항상 쿼터파운더 버거를 먹었다) 쿼터파운더가 너무 맛있어서(한 한 달 만에 먹었더니만) 그걸 먹으러 간 건데, 앱을 검색하다 보니 포인트가 너무 많이 쌓여서(이런 포인트 오래 아끼면 똥 된다) 디저트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어야지, 하고 들여다보다가 그만 오래된 나의 패이보릿, 필레오 피시를 꾹 누르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음료수 하나에 버거 두 개.


일하는 치과 바로 앞에 맥도널드가 있어서 비록 차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이곳 치과에서 일한 다음부터는 일하는 날 점심시간에 종종 찾는 곳이 되었다.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거나 싸온 도시락이 먹기 싫어지면 오는 곳이다. 여담이지만, 미국에서는 차 없이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대도시(뉴욕 맨해튼 같은)를 빼고 대부분의 도시는 "바로 앞이야!"라고 외쳐도 차길을 하나 건너고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건물을 의미한다. 차로 3분, 걸으면 15분.


처음에는 오랜만인 필레오 피시를 먹고 그다음에 쿼터파운더를 먹었는데, 필레오 피시를 먹고 나니 살짝 배가 차서 과연 내가 쿼터파운더를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다. 나도 요새 유행하는 소식좌들처럼 한입에 오 분 동안 씹어야 하나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어릴 때부터 후다닥 빨리 먹어 버릇한 내가 나이 오십에 이 부분을 바꿔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아서 패스. 게다가 부드럽기가 그지없는 필레오 피시를 다 먹고 나니 살짝 거친 쿼터파운더의 햄버거 패티를 먹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웬걸, 쿼터파운더도 쓱삭 먹어치우고 콜라를 빨기 시작했다. 


맥도널드는 후렌치 프라이가 입맛에 맞지 않아 주문하지 않는다. 그저께 먹어봤던 다이어트 콜라도 영 입에 안 맞아서 역시 다시는 시키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패스트푸드를 거침없이 먹는 것을 부러워한다. 아, 맥도널드를 안 먹는 사람들은 제외하고(한국 분들은 맥도널드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아이들도 못 먹게 하고). 살이 찌는 것을 걱정하거나 헬시 푸드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다들 있기 때문에 패스트푸드는 될 수 있는 한 멀리하며 살아가지만 한식의 짜장면, 짬뽕처럼 한 번씩 먹고 싶은 음식이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간편하고 싼값에 사 먹을 수 있으니 우리처럼 점심시간이 짧은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행복한 얼굴로 "I'll be back" 하며 맥도널드로 향하는 나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이유는 항간에서 패스트푸드가 안 좋다고 하는 부분이, 하루 한 끼를 먹는 내게는 조금 다르게 영향을 미친기 때문이다. 첫째 소금의 양이 많다고 하시는데, 오랫동안 저장이 필요한 재료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햄버거 패티가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하루에 한 끼를 먹는 나는 보통 세끼를 먹는 사람이 섭취하는 소금의 1/3을 섭취하게 되므로 오히려 소금이 결핍이 될까 봐 신경을 써야 한다. 


염분을 과다하게 섭취했을 때도 여러 부작용이 있겠지만 기준치 이하로 섭취될 때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있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심하게 떨어지면 구토, 설사, 두통을 일으킬 수 있고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사전적 지식을 알기 전에 나는 이미 묵직하게 올라오는 두통을 경험하며 저염분의 무서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이고 앞 뒤 삼일 정도의 식단을 계산해봤을 때 염분이 너무 낮았다 싶으면 계란말이를 아주 짜게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혈중 염도를 지켜가는 것이다.


둘째로 역시 재료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화학첨가물이다. 이것은 과일이나 야채의 표면에 내려앉은 농약이나 코팅 성분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게으르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먹거리에 첨가되었거나 입혀져서 오는 화학물질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예를 들어 일반 샴푸 대신 비누로 머리 감기라든지)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부담을 갖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덜하다고 믿어지는 유기농 채소와 과일에도 돈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오메가 뜨리와 비타민으로 정상적인 면역력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면역력이라는 것은 인체의 신비를 그대로 지켜내는 힘이다. 우리 몸은 원래 나쁜 것이 들어오면 다 내보내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물론 작정하고 들어오는 독을 뱉어 낸다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필요로 하지 않는 화학물질 정도는 우리가 건강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배설 및 배변을 통해서 우리 몸을 거쳐 갈 것이다. 역설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세상의 해로움을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방어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믿는 쪽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상의 모든 해로움을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분자 단위의 화학물질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그것을 다 걸러낼 수 있을까. 처음부터 산수가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음식재료의 처리 및 음식 제조가 이루어지는 환경이나 질이, 일반 식당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꺼리시는 이유가 클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그냥 가격대 성능비로 생각한다. 어차피 남의 손을 거쳐서 오는 외식 먹거리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탓도 있다. 정말로 나만을 위해 요리하는 요리사가 내 손으로 식구들을 위해 요리하듯 위생과 건강을 생각하며 일하지 않는 한 내가 어찌 그 위생의 품질을 장담하겠는가. 나는 오히려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이 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자연은 오히려 무균 상태로 가려고 하는 유기체에 대해 더 혹독한 공격을 가한다. 


삼시 세끼를 모두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면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상식으로 여겨지는 많은 개념들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음식 선택에 대한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지만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의 결핍에 대한 공부와 시행착오 역시 동반되어야 한다. 



집에 오니 빵돌이 남편이 몇일치 분량에 달하는 빵 순례를 다녀오셨다. 쪼기 위에 부드러운 카스텔라 하나 우유에 찍어 먹었다. 점심 한 끼 이후에 아주 가끔씩은 이 정도 스낵을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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