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싱숭생숭한 이유, 잘할 수 있을 거야 언제나처럼.
우리는 주말에는 매일 나가서 차를 마시고(차만? 밥도 두 끼 이상 먹는다) 주중에도 두 번 이상 차를 마시러 나간다. 차를 마신 다는 것이 대단하게 멋진 카페를 멀리 찾아간다기보다 집 앞 파네라나 스타벅스에서 음료수 한잔씩을 마시고 돌아오는 것이다. 수다가 길어지면 세 시간을 앉아있을 때도 있지만 대게는 두 시간 정도면 오고 가는 시간까지 포함할 수 있다.
월요일은 일주일의 시작이니까 긴 주말을 쉬었다가 일을 시작한 기념으로.
수요일은 이제 일하러 나갈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은 일종의 불수를 기념하기 위해 차를 마시는 것이다.
나는 일일 일식을 한 지 십 년이 되어가므로 원래 저녁을 먹지 않고,
남편은 팬데믹으로 재택을 길게 하면서(아직도 일주일에 이틀 정도 출근) 나처럼 하루 한 끼 식사에 정착하게 되었다. 둘째마저 대학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저녁시간에서 밥상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둘째가 아직 고등학생이던 때는 주말에만 나가던 차마시기가 이제 주중까지 들어와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특별히 나쁜 일로 여기지는 않았지만 오늘 남편이 이제 주중에도 매일 나가서 차를 마시자는 얘기를 통보처럼 꺼냈을 때는 마음이 복잡했다.
최근에 바빴던 회사 일이 마무리되면서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던 것은 알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의 위치, 더 생산적이 되기 위한 생활 습관, 주일학교 교사로서의 무게 등등.
우리에게 저녁 식사가 없기 때문에 주중에도 매일 차를 마시는 것으로 그 자리를 메꾸고 주말은 여태까지처럼 수시로 나가서 차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자는. 그리고 매일 열두 시에는 꼭 자겠다는 다짐까지 보태면서. 그런 생활패턴을 지금부터 십 년, 아니 은퇴하는 것과 상관없이 주욱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얘기와 함께.
그도 나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들이다.
본업에 충실해야 하고, 미국에 사는 이상 영어공부를 게을리할 수도 없으며 각자가 재밌어하는 일들을 놓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모습으로 항상 시간이 빠듯하다.
다만 남편은 나처럼 엔잡러를 표방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보다는 여유가 있다.
나는 덴탈 어시스턴트를 풀타임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번역을 하고 글을 쓴다. 번역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영어실력을 쉴 새 없이 키워 나가야 하고 주일이 되면 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우리 반 아이들을 떠올리며 내 신앙을 조금이라도 더 유창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뿐인가. 읽고 싶은 책도 많고 봐야 하는 한드, 미드가 매일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매일 나가서 티타임.
사실 물리적인 부담보다도 혼자서 자기 인생의 기준을 세우고 마치 자기에게 이로운 것이 우리 부부에게도 잘 맞고 이상적이라는 듯이 통보한 부분이 아쉬웠다.
다 괜찮다.
매일 티타임으로 내 인생이 조금 덜 발전하고, 그래서 내가 조금 덜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고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 것도 괜찮다. 하나님은 그중 아무것도 내게서 요구하지 않으시니까 말이다.
나 혼자 조급했을 뿐이지.
함께 살고, 사랑하고,
함께 있는 동안 충분히 즐겨야만 하는 부부이니까. 그리고 그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니까.
격일은 안될까 네고를 시도했더니 화요일은 빼주기로 했다.
어차피 목요일에는 그의 사적인 미식회 모임(말이 그렇고 마음 맞는 동네 친구 둘과 수다 떠는 모임)이
자주 벌어지니 적어도 월화수목 나흘 중에 이틀은 번 셈이다. 그러면 다시 원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