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멘탈이 필요합니다
네,
제가 5년 일기 쓰는 주제 중의 하나, 글쓰기.
네이버 지상최대공모전, 줄여서 지최공에 응모 했습니다.
거기서 라이브로 연재하느라 5년 일기도 못쓰고 절절 매고 있지만요.
결선에 올라가기까지 15회차 만 연재하면 되지만,
저는 비축분 15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갈엎하면서 비축분이 없는 상태로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거슨 실화인가)
갈엎하면서 앞부분 10화를 버렸거든요. 하하하.
처음 글을 쓰고, 처음 이렇게 큰 공모전에 출품한 완전 초짜가 느끼는 후기를 나눌까 합니다.
1. 기성작가들의 무대가 맞다
여러 선배님들의 글과 영상을 통해 접한 사실이지만, 저 같은 무대뽀 성향의 사람들은 그게 꼭 내 경우란 법 있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 있죠. 지최공이 규모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어쨌든 가장 큰 응모전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한 두 질을 출간한 적이 있는 '기성작가' 들의 무대인 것은 첫날 뚜껑을 열면서 실감했습니다.
일단 기존 독자팬덤이 몰려와서 댓글과 조회수, 선작수를 높였어요. 왜냐하면 초반에는 기존 네이버 독자가 유입되었다기보다 작가들만 글을 읽고 있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작품들이 조회수 한자리수, 관심작 한자리수를 찍고 있는데 손에 꼽는 작품들은 두자리수, 세자리수 막 올라갔기 때문이죠.
한페이지에 PC 기준으로 스무 작품이 게시되는데, 회차 한회분 올리고 새로바꿈 하면 열번째 작품으로 밀리고 조금 있으면 세번 째 페이지, 화장실 갔다 오면 안드로메다로 쓸려가고 흔적도 없는 일이 되더라구요. 조회수 관작수도 없이.
강력한 필력으로 대제목이나 소제목으로 어필하고(어그로 끌고) 들어온 독자 확실하게 잡고, 이런 능력이 기성작가들을 능가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기존팬덤을 넘기 힘들다는 점에서 신인들은 매우 뚫기 힘든 공모전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2. 눈살 찌푸려지는 사고들이 있다.
저는 이번에 웹소설 쓰고 출품한 것이 모두 다 처음이라 이 쪽 시장을 잘은 모릅니다. 다만 한달 여 동안 웹소설 작가님들이 써놓은 글들과 까페를 다니며 분위기 파악을 한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공모전이 시작되자 전체연령가 작품을 써야 하는 조건과 맞지 않게 십구금 제목과 십구금 내용을 담은 글을 버젓이 게재해서 어그로를 끌고 초상위권에 랭크된 작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신고당해서 해당회차 게시물은 내렸지만 전체 조회수와 관심수는 그대로이지요.
매일 들어가서 연재글을 올리고, 자주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하던 저로서는 그 과정을 다 지켜보고 기함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금도 걸려 있고, 수상하면 많은 특전이 주어지는 대회이니 뭐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순진하게 내 작품만 들여다보던 저로서는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3. 진짜 많이 응모하신다.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 두 장르를 모집하는 이번 공모전에는 9월 19일 현재, 로맨스가 860편, 로맨스판타지가 940편 등록되었습니다. 10월 7일까지 접수를 받으니 여기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상상이 안됩니다. 이 작품들이 보통들 하시는 하루 한번 연재를 업로드 하고 나면 저기 멀리 바다로 떠내려 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4. 멘탈이 강해야 한다.
강한 멘탈이 필요 없는 일을 꼽는 게 더 힘든 것이 인생이지요. 그렇지만 지최공에 참여하려면 웬만한 멘탈 두께는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서 쓴 작품이 읽히지도 선작되지도 않는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매일 매일 연재해야 하니까요. 보통 메이저 플랫폼에 연재하게 되면 업로드하면 신작에도 띄워 주고, 조금 있으면 백위 안에도 껴주고 업로드했다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노출이 보장이 됩니다. 제가 메이저 세군데 플랫폼에 무료연재를 해 보아서 그건 알지요.
그런데 여기 지최공은 그런거 얄짤 없습니다. 그냥 상위 콩크리트 이십작을 제외하고는 흔적도 없이 쓸려가고 업로드 한 공이 휘발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심해에 깔려 있어도 조회수, 선작수와 상관없이 네이버픽으로 구원당할 수 있다는 기대감 하나로 매일매일을 업로드하면서 버티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회수 하나, 관심작 하나에 덜덜 떨면서 매달리는 심정도 생겨나거든요.
초반에 마음에 정한 회차를 조용히 풀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과정입니다.
5. 그래도 배운다.
작가 커뮤니티에서는 같은 대회에 네번째다, 다섯번째다 이러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네이버 공모전은 십년 가까이 역사를 쌓은 업계 최고의 대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매년 응모작 상황이나 대회 규정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요.
제 작품 역시 안드로메다로 떠내려 가거나 심해에 가라앉아 있기는 하지만 상위에 랭크된 작품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작품 제목과 소제목을 짓는 방법, 회차를 끊어 가는 방법, 작품의 줄거리를 시기적으로 구성하는 방법, 가독성이 높은 문체와 난이도, 서사의 정도까지 말입니다.
심혈을 기울여 단 시간에 독자를 끌어야 하는 시험대 위에서 웹소설 작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최공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까지 제가 2024년 지최공에 응모한 후기입니다. 저의 5년 일기 중에 스페셜판으로 꾸며야할 것 같습니다. 글쓰기, 외국어, 성경공부 중에 한 종목에서 획을 그었으니까요. 스스로 대견해 하고 어깨를 두드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