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 -
홍지호
“엄마,엄마는 왜 별똥별한테만 소원 빌어? 그냥 떠 있는 별이 더 좋은 거 아냐?”
“꼭 그렇지만은 않아.”
“아니지! 별똥별은 죽은 별이 시체가 되서 떨어지는 거랬단 말야”
“엄마가 죽은 성들에게 소원을 빌어주는 이유는 드넓은 우주와 밤하늘에서 묵인 당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별이기 때문이야.”
“뭔 말을 하는 거야”
“너가 커서,어른이 되었을 때 너도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보단 별똥별에 더 눈이 갈 거니까. 그 때 가서 너도 엄마처럼 두 손을 모아 보렴.”
세상에는 지는 별들은 참으로 많다. 성들은 남에게 인정 받지 못하면 별자리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비참하고 비운스럽게도 버림 받는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회에서 버려지는 인간은 우리의 생각보다 꽤 많다. 사회가 바라는 가치와 개인이 이룰 수 있는 가치의 싱크로가 제대로 맞지 않아 무참한 난도질 끝에 저 밑바닥으로,바닥을 밟고 올라 올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 탓에 천재성이라는 별은 그렇게 별똥별이 되어 하늘에 떠 있을 권리를 잃게 된다.
‘달과 6펜스’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이는 내 아이패드의 한켠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기도 하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는 못 베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이는 폴고갱의 일화를 담은 책의 내용이다. 폴고갱은 오늘날 폴 세잔과 함께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지만 하마터면 사회의 ‘좋은 직업 가졌으면서 굳이 그림을 그려야겠니?’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꼼짝 없이 주식 중개인으로 살게 될 뻔 했지만 그는 타히티섬으로의 도피를 선택하고 천재였지만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고 평가하였다. 결코 한 천재의 성운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만도 같다.
흔히 천재성을 대표하는 지수는 아이큐(IQ)이다. 나는 한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한겨례에서 과거 아이큐 190을 능가하는 수준의 지능을 가진 천재는 유명한 대기업에 취직하였고 과한 업무와 주위 동료들의 무시와 따돌림으로 인해서 본인의 고향으로 내려가 그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서 계산기를 두둘기는 은행원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세기의 천재는 미국의 외딴 시골에서 그렇게 생을 마감하였단 뉴스를 볼 때에는 눈물이 찔끔 났다.
사회와 세상은 결코 천재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암기를 잘하고 수학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을 좋아한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도 평가받는 창의성과 천재적 직관 능력과 통찰력의 결여는 곧 천재를 천재가 아니라 그저 그런 인간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혹여나 비상한 인간이 있다면 에디슨의 경우처럼 지적장애인이라는 라벨을 붙여준 뒤 은근슬쩍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려 한다. 그렇게 천재성은 사회에서 자주 지워져 버리고 그 빛을 잃어 결국 평범한 인간으로 만든다.
그렇기에 앞서 어머니가 별똥별에 기도를 해준 것은 얼핏 보면 기도지만 사실상 애도에 가깝다. 스티브 잡스나 에디슨,아이켄슈타인처럼 인류를 바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 모두가 제 천재‘성’을 발휘 할 수 있었더라면 이미 세상에는 더 많이 반짝 거리는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았을 테지만 너무나도 특별하고 잘난 탓에 드넓은 밤하늘과 우주에서 배제 되고 무시되어 묵인된,시체로 남게 될 천재‘성’들은 그렇게 별똥별이 되어 하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한명의 천재를 죽이는 사회에 일조한 어머니는 일종의 미안함과 사과를 애도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게속해서 마음 속 응어리짐만을 두고 죄책감만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믿어주면 된다. 직관과 창조적 상상력을 ‘망상증 환자’나 ‘자폐스펙트럼’으로 판명하는 게 아니라 천재로 받아드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천재와 우등생은 구별해야한다. 초등학교 대부분에 존재했던 영재반은 테스트를 치뤄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그 영재반은 대부분 수학 문제를 잘 풀거나 영단어를 잘 외운 친구들에게 입단 자격이 주어졌고 정작 천재성을 가진 아이는 특별 취급을 받으며 특수학급으로 보내졌다. 그렇기에 애디슨을 믿어준 엄마처럼 “나는 그를 믿고 기다리는 중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하나의 천재‘성’이 밤하늘을 배회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