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티 Dec 14. 2024

단단한 돌이 되기를.

조가람



“ 이번 평균은 4점이나 올랐네? 가람아 너무 고생했다. ”


‘ 전혀요. 제가 원했던 점수가 아닌걸요. 이 점수따위로 만족하면 안되는데 ‘


네, 평균 미달자 입니다. 사실 평균이 오른 것에서는 기뻤지만, 저의 목표까지는 오르지 못한 것에서 화가 났고, 무엇보다 정말 “ 슬픔 ” , “ 두려움 ” 이라는 단 두 감정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어쩌지,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시험을 보고 싶을 정도로 후회로 휩싸였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목숨을 걸어서, 자살할 각오로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어쩌면, 그 열심히 라는 단어가 성에 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우울하고 힘들었던 나날을 되새겨봤지만, 그 과거는 저에게로 부터 발길을 끊었더라구요. 과거에 멈추면, 과거에서 살게되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저는 알고 있기에, 그저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과거를 회상할 용기가 없었기에. 코피를 흘려가며 문제집을 풀었던 그 밤으로 돌아가기엔 저는 너무 멀리 와있었습니다.


주변 이들은 잘 봤다고 칭찬했습니다. 어쨋든 가내신이 올라간 건 사실 이니까요. 하지만 그 2점이, 저를 긁히게 만듭니다. 단단한 돌인 줄 알았던 제가, 그 2점이라는 돌뿌리에 상처가 생기다니, 참으로 굴욕적이면서도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운명을 받아드렸습니다. 어찌되었던, 저희는 결국엔 숫자로 평가받고, 숫자로 줄 세워지는 해솔중 이라는 파일의 작은 데이터들의 집단이니까요. 분명히 일본이라는 처리 과정의 산출물을 목적으로 처리를 시작한 것 같았는데, 저라는 데이터는 결국엔 성적 미달자라는 파일로 저장되었습니다. 대한해협을 가로질러 몇주가 걸려도 헤엄칠 각오 정도는 있지만, 사실상 해협을 헤엄 친다는 것은 각오 속 거짓이였기에, 그 전에 저라는 데이터는 합격이라는 생각으로 동력을 통해 움직였기에 많이 허무하고 곧 사라질 운명이겠지 싶었습니다.


내신이라는 밑바탕으로 저희는 교육 의무를 시행하고 이어갑니다. 사실상 절대평가이면서 정량평가인 저희 나라의 내신의 구성은 청소년들의 막막하고도, 어두운 무대의 커튼과도 같습니다. 이 커튼이 젖힐때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나에게 닥치는 시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전해져 오는 심리적 불안감.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고 압박감에 짓눌리는 학생들은 그저 정해진 방식대로 흘러가는 몸에 익숙해졌기에, 별 다른 저항 없이 교육 제도에 따르고, 시험 준비를 미친듯이 합니다. 사실 하고싶은 말은 산더미지만, 그 누구도 입 하나 벌리지 않고 “ 그저 ” 흘러가기에 그 말들은 우리들의 목구멍에 뱆혀 아픈 염증으로 남게 되겠지만 말이죠.


학생들은 공부라는 둘레에 갇혀, 진정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숫자로만 판단되는 이 세상 속, 그 누구도 단단한 돌이 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숫자로만 판단되기에, 결국에는 그 숫자가 저희의 겉모습이 되니까요. 아직 15살 밖에 되지 않은 저지만,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제가 누군지 차차 알아가게 되며, 책을 통한 학습으로 기본적인 저의 지식은 향상 되었고, 그 선생님이 심어주신 지식을 통해 저는 이번 시험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을요. 공부가 재미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선생님 덕분에 가능성이라는 희망으로 저에게 공부라는 의무가 가슴에 깊게 와닿았습니다. 비록 지금의 제가 너무도 부족하고 선생님께 실망을 드렸어도, 이런 저에게 이런 평균 미달자에게 단단한 돌이 될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멈춰서서 아직도 후회에 가득찬 저에게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의 가능성을 통해서, 이보다 더 나은 저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지금의 저는 클릭 하나면 삭제되는 평균 미달자로 분리된 데이터 이지만, 이제 저는 멈춤으로써, 넘어짐으로써 더 빠르고 더욱 굳건하게 달리는 법을 몹소 몸으로 깨달았으니, 이젠 저 목표라는 마지막 코너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을때면 아른거리는 제가 틀린 문제들. 그 문제들 조차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선생님께서 바라시는 마라톤 경기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운동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달렸던 저지만, 공부라는 의무에 눈을 돌려 새로운 저를 마주하기 위해 저는 다시 달리기 위해 신발끝을 단단히 묶고 자세를 취하고 다시 달립니다. 누구보다 뒤떨어지는 저지만, 저는 몸으로 느낌으로써 다시 한번 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에게 다시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석영사이에, 못난 단단한 돌이 되어 끝까지 살아남겠습니다. 불안정이라는 인간다움으로 무너진 저지만, 야성이라는 인간다움으로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깨져도 다시 굴러갈 돌. 하지만 절대 깨지지 않을 돌이 되어 선생님께 새로운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인공지능의 기능에 의지하며 자신이 가상 세계 속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속에,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처한 평균미달자에게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단단한 돌이 되기 위한 성장의 마침을 알리는 평균 93, 다신 없을 평균 93 조가람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