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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Dec 14. 2024

한 행성

류호림




“될 놈은 돼. 그 될 놈은 너밖에 없어.“ 우리 엄마가 제가 6살이었을 때부터 하시던 말씀입니다. 항상 그 말을 부정하곤 했습니다. 엄마의 순수하고 행복하며 무책임한 그 한마디는 나에게 그저 헛된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는, 우리는 모두 허상과 상상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살기 위해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인간다음이라 하죠, 말그대로 인간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정의할 수 없는 끌림입니다. 



며칠 전 한 인생에 대한 실험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미래와 인생을 글로 적고 그 글을 침대 위에 붙여놓은 후 일어날 때마다 읽어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참가자들의 대다수는 그들이 상상하고 꾸며낸 허상의 이야기를 따라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점점 나라는 인간이 묘하고 신비롭고 이해할 수 없게 느껴집니다. 상상과 허상과 착각, 손에 잡히지 않는 이 울렁거리는 끌림은 어쩌면 인간의 살기 위한 생존본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점쟁이들에게 수십 킬로미터를 달려가 거액을 내고선 묻습니다. ”저는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점쟁이들은 말합니다.  ”크게 될 사람이야. 20년만 참아봐. 대운이 터질꺼야.” 그렇게 우리는 20년을 고대하고 기다리며 인생의 이유와 목적이 생기고, 그렇게 상상과 허구로 삶을 연장해나갑니다. 



그 점쟁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신내림을 받았다 할 지언정 그 신이라는 존재 조차 사실 인간의 상상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착각에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스스로 어리석어지는 이유는 각박하고 냉정한 사회 속 우리 마음에서 팔딱거리는 불안이 조금이나마 진정하려는 인간의 발버둥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설마 전교 회장에 당선될 수 있을까? 하는 헛된 희망에 나가보았던 전교 회장 선거, 혹여나 내가 전교 1등을 할까하는 설렘에 암기했던 시험공부, 나도 개미허리와 얇은 다리를 만들 수 있을까하며 운동을 시작해보았던 상상들은 나를 성장시켜주기도, 나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헛된 희망으로 시작한 “시도”들은 매우 조금씩이라도 저를 성공에 다가가게 하였으며, 위 실험처럼 상상대로 인생이 펼쳐졌던 이유 또한 상상을 통해 얻은 한 줄기의 빛을 통해 하나하나모인 시도의 발자취들이 참가자들 자신이 원했던 인생, 성공한 인생을 살게 만든 것이죠. 





인간은 여리고 힘없고 약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81억개의 뜨겁게 달아오르는 심장들 때문일까, 계산할 수 없는 강렬한 힘이 인간을 짓누릅니다. 

얼어붙을 듯한 사회의 매정함과, 때로는 견딜 수 없는 뜨거운 현실이 인간을 괴롭힙니다. 그럴 때마다 상상이라는 착각이라 해야할까, 헛된 희망은 마치 지구를 태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오존층이 되어 우리의 감각을 둔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그러한 무감각적인 정신을 강한 멘탈이라 부르고, 상상으로 만들어진정신으로 끝없는 시도를 통해 우리는 성장에 한 걸음 다가갑니다. 그렇게 보호받아야 하고, 한껏 과장되어 있는, 어리석으면서도 안쓰러운 외로운 행성이 인간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은 나약하지만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위대한 이유는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가는데 있습니다. 세상에 던져진 존재에 불과하고 아무런 이유도 방향도 목적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할 단 하나의 이유를 대자면 그냥 내가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상으로 자신을 세뇌시키며 내 삶을 살고 싶은 삶으로 만들어나가고, 그 과정은 짐승과 인공지능이 따라할 수 없는, 모방할 수 조차 없는 허약한 인간의 위대한 생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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