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서고 86화
오색찬란만으로도 피로는 나를 엄습한다.
서툰 문장보단 녹록한 삶이 익숙하다.
비교의 '보다'는 어찌 이리도 나와 남을 갈라놓는 걸까.
책속의 활자가 따뜻하다고 느끼는 이 순간, 이것으로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특유의 단조로움에서 향유할 수 있는 평온을 나는 즐겼다. 복잡다단한 사유는 불필요했고 주어진 것을 하면 행복했다. 설령 찬바람이 서늘하게 분다더라도, 두터운 외피로 버티면 족했다.
활자가 나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내일도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갈 것이다. 과거의 흔적이 눅진하게 늘러붙은, 한 그루의 나무터기 속 나이테마냥 새겨진 그곳으로.
앞으로도. 그렇게.
2026.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