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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Nov 02. 2021

겟세마네를 불러주오, 폴 아트레이드

영화 듄 Dune, 2021

오늘도 꿈에서 다가올 시간을 미리 보고 잠에서 깨어난 폴(티모시 샬라메). 그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현실의 무게에 투덜거리면서도 담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이다. 그의 꿈의 배경은 늘 영화 제목 그대로의 모래사막 언덕, 공기 반 모레 반인 것 같은 곳임에도 그녀(젠다이야 콜맨)의 파란 눈동자가 반짝인다.



폴의 부친인 레토(오스카 아이작)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심각하게 멋있는데 일찍 사망해버려 내 마음을 상하게 만든 던컨(제이슨 모모아)과 얼마 전까지 thㅏ노스로 출연했던 조슈 브롤린이 어색하게도 상남자 의리남 거니로 분해 그들의 가문을 위한 전쟁에 앞장을 선다.

그리고 폴의 어머니, 레이디(레베카 퍼커슨). 이 여인은 무시무시한 능력을 갖고 있어서 '마녀'라 불리며 그 탓인지 레토와 결혼식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어딘가에선 신비로운 존재이고 다른 곳에선 마녀라 손가락질당하는 삶,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이다.

이들의 애정을 충분히 받아도 전혀 과해 보이지 않는 폴까지 확장성이 무한대로 보여서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을 이 영화의 서막에 배우들의 힘은 막강했다. 배우들이 채워주고 남은 여백은 끝내주는 영상미와 음악이 파고들어 마치 '스파이스'처럼 관객을 홀리게 만든다.



이번 영화는 기나긴 이야기의 서막이자 모든 이야기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인 '자기소개'가 전부인지라 사실 드라마에 있어서 얘기할 거리는 그닥 많지 않다. 중간중간 모호한 부분도 섞여 있었고, 완벽한 나무 바닥에 들뜬 부분 같던 장면도 몇 개 있었지만..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으니 이미 충분히 즐거운 영화임엔 틀림이 없다. 2편은 무려 2023년 말에나 나온다고 하는데, 아마도 2편 개봉일까지 쭈욱 가장 아름다운 SF영화로 버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수를 연상시키는 폴.

엄마와 모래 언덕을 건널  즈음  귀엔 '겟세마네' 들리는  같았는데(겟세마네를 부르는 티모시 샬라메라니!  꿈에서라도 만나고픈 장면!!) 그의 꿈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종교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작가가 성경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참고(?)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코로나19 창궐하기 , 현재 기준 나의 마지막 해외여행지는 사막이었다. 나를 카타르 인근 사막 한가운데까지 데려다주었던 드라이버 라비엘이 들려준 이야기들은 난생처음 접한 사막만큼이나 낯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전혀 와닿지 않는 연도에도 돈과 권력의 싸움이 이어진다는 것이 너무 씁쓸하지만, 와중에 솟아나는 정의를 향한 갈등과 성장기는 매력적일 테지. 1편의 고상함을 잃지 않고 돌아올 2편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마이클 리의 겟세마네를 들으러 갑니다.




Here I am, here I remain.



 

듄 Dune (2021)

미국, 캐나다 SF

(감독) 드니 빌뇌브 Denis Villeneuve

(출연)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 레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 오스카 아이삭/Oscar Isaac, 제이슨 모모아/Jason Momoa, 젠데이아 콜먼/Zendaya Coleman,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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