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월 사가-나가사키 여행
전날 미리 받은 티켓은 그야말로 한 다발이었는데, 좌석권으로 보이는 것들만 들고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사가역 게이트를 들어가며 알게 되었는데, 그땐 이미 기차 출발 시간이 10분 남아있을 때였다. 사가역 역무원은 일단 기차를 타고 도착지에서 해결하는 게 좋겠다며 우리를 플랫폼으로 들여보냈다. 기차에 올라 서칭을 해보니 좌석권 외 나머지 티켓이 필수였고, 온라인 예매 내역은 효력이 없었다. 우리와 같은 무지렁이의 최선은 새로 티켓을 구매하고 일정 기간 내 본래의 티켓을 찾아와 수수료를 제하고 새로 구매한 건을 환불받는 것이었다. 예매해 온 티켓 꾸러미는, 우리가 어제 묵은 숙소의 휴지통 안에 있을 텐데.. 이 방법을 확인하곤 바로 스님께 연락을 했다.
스님은 휴지통을 뒤져 티켓 꾸러미를 찾아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휴우, 죄송해라. 우리는 나가사키에서 3일을 보내고 다시 사가로 돌아와 하룻밤을 더 보낼 계획인터라 그날 이 꾸러미를 전달받기로 했다. 나가사키역에 도착하여 역무원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 새 티켓을 구매했다. 예매한 티켓은 조기예약할인을 받아 구매했으니, 수수료를 내도 정가 기준 손해는 없었다. 덕분에 하나 또 배운 셈.
나가사키 숙소는 귀여운 전차를 타고 가야 했다. 전차에서 내려 전차만큼 귀여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에 들어가 짐을 풀고, 슈퍼에 들러 야식거리를 사고 기차 간식거리로 사가에서 구매한 도넛과 커피를 (그제서야) 먹고 잠시 쉬었다.
바닷가에 왔으니 일단 바다 구경부터. 해가 이미 넘어가 푸르스름한 바다에 도착. 바다는 참 언제든 어디든 좋다. 공기도 바람도 내음도 소리도, 모두 좋아.
러시아에서 온 빌딩보다 큰 여객선이 반짝반짝 어둠을 흔들자 바닷가 공원엔 저녁 산책 나온 동네 강아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모를 뽐내며 바닷가를 휘젓는 강아지들이 눈호강 범위를 넓혀주어 예상보다 더 오래 바다구경을 했더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있었다. 이곳은 나가사키! 촌스럽지만 나가사키짬뽕 맛은 봐야지 싶어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국내에서 먹는 나가사키짬뽕에서 매콤함을 도려내고 좀 더 풍성한 재료가 들어서 보기보다 라이트 한 맛. 취향이 아닐 줄 알았는데, 기깔난 생맥주가 있기에 생각보단 맛있게 먹고 나왔다. 맛만 보는 셈 치고 가볍게 먹어서 숙소 쪽에 돌아가 2차이자 본격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는 길에 차이나타운 야경도 슬쩍 보고.
나가사키 번화가를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철판요릿집에 들어가 달큰한 사시미와 제철 굴 구이를 먹고 숙소에 돌아와 미리 사다둔 맥주를 마시며 밤을 보내줬다.
눈발이 날리는 아침, 나가사키에 이 정도 눈이 오는 건 드문 일이란다. 오늘은 애초에 이나사야마에 있는 온천에 가기로 한 날이다. 온천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온천에 도착, 실내탕에서 먼저 몸을 데우고 기대하던 노천탕으로 GO.
와, 눈 내리는 노천탕!
겨울 감성 터지는 노천탕을 한껏 즐기고, 온천 내 식당 오픈 시간에 맞춰 내려왔다. 11시 땡 치자마자 식권을 구입하고 큰 창 옆 넉넉한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생맥주 필수! 이만큼 먹어도 되나 싶게 둔둔한 식사를 하고 소화시킬 겸 온천 내부를 돌다가 충동적으로 다리 마사지를 받았다. 개운해진 하체로 다시 탕에 들어가 2차 온천을 즐겼다. 역시나 노천탕, 최고야!
잊지 않을게,
나가사키의 눈 내리는 노천탕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