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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Jul 18. 2024

오호츠크해로 달려보자 - 5

24년 5월,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리시리 섬.

이번 여행을 준비하던 중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리시리행을 결정했다. 드디어 리시리 섬을 향하는 날이다. 아침에 떠나는 페리를 타기 위해, 숙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고 왓카나이항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기다린다.



왓카나이항은 본래 러시아를 오가는 선박이 꽤나 다니던 곳인데, 전쟁 이슈로 현재는 운행이 중단된 것 같았다. 현재는 우리가 향하는 리시리 섬과 짝꿍처럼 엮여있는 레분 섬, 두 섬을 향하는 페리들만 오가고 있었다. 일본에서 몇 차례 배를 이용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 타는 페리가 그중 가장 큰 사이즈. 뭍에서 섬을 오가는 분들이 많은지, 출발시간이 되자 탑승구에 줄이 늘어섰다.  



배는 실내외 모두 좌석이 있고, 실내엔 신발 벗고 들어가 자유로이 앉거나 누울 수 있는 룸도 있었다. 리시리 섬 도착 무렵 섬 모습을 보고 싶어 창문이 큰 자리에 앉아 바다 구경을 하며 달린다. 배 한편 작은 매점과 자판기 구경을 하러 가보니 북해도산 옥수수 아이스크림이 있다. 우리나라 옥수수아이스크림과 비슷한 형태인데, 맛과 질감이 제법 고급지다. 고소 달달한 옥수수맛이 짙게 풍기며 우유맛도 느껴지는 아이스크림을 파삭하니 얇은 뻥튀기가 감싸고 있는 것이 별미였다.



외부 자리에 가 바람을 맞으며 바다냄새도 맘껏 맡고 나니, 리시리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짙은 회색 바다 중간에 두둥. 공룡 같은 설산이 등장해서 구경하는 우리를 홀려버렸다. 그야말로, 절경이고 장관이고 신이 내린 선물 같았다.



도착하기까지 남은 10여분 동안 촬영을 멈출 틈이 없이 열심히였다. 오길 잘했다, 정말!! 누가 먼 저랄 것 없이 흥분된 톤으로 섬에 내려서까지 연신 감탄을 하며 설산을 올려다보았다. 바다에 있을 때와 달리 섬에 들어오니 해가 쨍쨍 밝아져 설산은 더더 기묘한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페리터미널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리시리 섬의 매력 포인트 히메누마 호수에 가기로 한 일정. 일본식 가정식을 정갈하게 내는 식당은 지금까지 가본 식당 중 위생으로 진정 탑티어. 식당 화장실바닥이 내 방바닥보다 깨끗....



맥주를 곁들인 점심을 맛있게 먹고 아이스커피를 한잔씩 사들고 호수로 가는 길. 도보로 1시간 10여분 걷는 코스였다. 도파민도 움직이고 배도 부르겠다 호수를 향하는 길에 두려울 게 없었다. 아니 없었었다.


우리가 걷는 길은 해안을 따라가다가 산을 좀 오르는 루트인데, 바다도 산도 다 좋았지만 없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화장실. 일행 중 한 명을 시작으로 찾아온 위기 때문에 호수입구까지 마지막 20여분은 기억이 혼미했다는 것만 밝혀둔다.



다행히 호수 입구엔 편의시설들이 있었다. 휴우.


그리고,

마.침.내. 리시리 산, 히메누마 호수에 도착.

설명을 하기보단 사진으로 대체하는 것이 낫겠다.



좀 전에 겪은 사건 덕도 있었겠으나, 온몸의 세포가 시원해졌다. 또다시 바빠진 우리의 촬영 타임. 얼마간 우리끼리만 이 멋진 장소를 독차지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가며 이리보고 저리 봐도 기깔난 장소였다.



온 몸이 웃는 기분,
상쾌해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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