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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Jun 03. 2021

호주의 사막 여름과 겨울, 사막의 겨울은 정말 추웠어!

호주 울룰루 사막에서 겨울나기!

그렇게 사막에 온 지 어언 2개월 즈음 되었을까. 4~5월 즈음 되니 사막도 꽤나 쌀쌀해졌다. (호주는 남반구여서 계절이 한국과 반대!) 전에처럼 들러붙는 파리들도 없었고 뱀들도 다 겨울잠을 자러 들어가서 뱀이 나타날까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되었다. 무엇보다 더위가 많이 사그라들었다. 겨울이 다가와도 여전히 대낮의 사막은 더웠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덥진 않았다. 뭐든 한순간에 다 녹여버리던 사막의 여름은 그렇게 갔고 내가 모르는 사막의 겨울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여름이 지나고 나니 갈색레깅스가 생겨버렸다.. 림밤은 그냥 다 녹아버림..

너무 무식했던 걸까.. 나는 사막에 겨울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사막은 1년 365일 쨍쨍 햇볕이 내리쬐는 곳이 아니었냐구..?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이곳에 왔던 나는 갑자기 찾아든 겨울에 굉장히 당황했다. 이유인즉슨 나는 이곳에 올 때 여름 옷만 챙겨왔기 때문. 사막은 매일 뜨겁기만 한 줄 알았기에 시드니 친구 집에 겨울옷을 모두 맡기고 왔던 나는 옷장에 가벼운 여름 옷들만 가득했다. 덕분에 짐은 가볍게 올수 있었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훅한 추운 바람에 두려워졌다. 사막의 겨울은 정말 추웠다. 특히 사막은 일교차가 너무나 컸기에 낮에는 제법 따뜻한 날이었지만 밤이 되면 정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정말 심하게 떨어졌던 날은 기온이 0도까지 내려가는 날도 있었다. 이게 사막이냐구..? 날이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나는 이 겨울은 어찌 보내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교차가 정말 컸던 사막의 겨울


그래도 야외에서 일하는 내가 일했던 부서에서는 유니폼 부서에서 나눠주는 양털 잠바를 받을 수 있었다. 유니폼 대용이었는데 입을 옷이 없었던 나는 늘 그 양털 잠바를 평상복처럼 입고 다니며 겨울을 버텨내기로 했다. 호주산 양털 잠바는 정말로 따뜻했다. 그거 아니었으면 사막을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없었을지도..? 일교차가 늘 컸기에 출근을 하는 아침 시간엔 양털 잠바를 꼭 챙겨갔다. 어디 양털 잠바뿐이랴! 털이 보송보송한 털 모자와 마트에서 비싸게 주고 산 머플러와 장갑까지 만발의 준비를 해서 출근하곤 했다. 사막에서 이렇게 온몸을 무장하고 다닐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지! 사막의 찬바람을 맞으면서 일하다가 돌아오면 늘 꼭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뽀송뽀송한 양털잠바 정말 따뜻했다!

그리고 겨울이 되니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었다. 바로 장작 줍기..! 겨울이 되면 추워서 눈물 콧물 쏙 빼는 손님들을 위해 레스토랑 한 부근에 모닥불을 피워놓기 시작했기에 우리는 디너타임 전에 캠프파이어를 위한 장작을 모아야 했다. 사막에 와서 불까지 피울 줄은 정말 몰랐는데.. 장작 줍기부터 불 피우기까지는 정말 시간이 많이 들었다. 레스토랑 한쪽에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은 참 분위기 있고 좋았지만 그 불을 지피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고생이 필요했는지 아마 당신들은 모르실거야...



싹 마른 사막 한가운데에서 땔감을 주워오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바짝 말라서 손으로 몇 개 줍기만 해도 손이 거칠어졌고 뾰족한 나무들에 찔려서 피가 나는 일도 다분했다. 물론 장작 줍기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건 역시 불 피우기..! 야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불 피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매니저에게 불을 붙히는 일을 배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만드는 일을 돌아가면서 했는데 불이 피어오르며 날아오는 연기를 얼굴로 한가득 맞으니 늘 레스토랑 오픈전에는 눈물 콧물로 얼굴이 뒤범벅되곤 했다. 그래도 내가 처음으로 불을 시원하게 쏘아 올렸던 그날은 참 행복했었다. 뭐든 내가 해보지 않은 것들을 노력해서 해낸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는걸 사막에서 불을 피우다가 느끼다니!

불 지피는걸 도와줬던 착한 셰프님!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면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몸을 녹였던 때가 생생하다. 장작을 줍다가 손에 나무 가시가 박혀서 울상을 짓고 있으면 몸 안에서 녹아버린다며 쿨하게 웃어넘기던 친구들에 비해 엄살이 심한 나는 그 조그만 나무가 시를 빼내려 얼마나 눈물을 찔끔 흘리곤 했던지! 그래도 따뜻한 모닥불에 앉아서 차갑고 애린 손손을 녹이고 있으면 이상하게 고통도 사그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 콧물 흘리며 불을 지피고 나뭇가지를 줍는 순간이 싫어서 항상 투덜댔지만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불을 쬐며 몸을 녹이던 시간은 참 행복했다. 언제부턴가 불 피우기 장인이 되었다며 맨날 불 피우기 당번을 시켰던 매니저는 아마 자기가 싫어서 그 일을 나에게 시킨 것 같지만..? 뭐 어찌 되었든- 바닥에 쭈구려 앉아서 불을 피우던 그 장면은 내 기억 속에 콕 박혀서 소중한 기억앨범장에 간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깐-


사막의 겨울은 정말이지 너무나 추웠지만 그래도 그 때의 기억들은 이 따뜻했던 모닥불처럼 따뜻하게 남아있다. 모닥불을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뿌듯했던 그날, 가시박힌 손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던 그날, 그리고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깔깔 수다 떨었던 그 날까지. 정말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지금 돌아본 그 날의 나는 참 따뜻한 겨울을 보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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