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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Jun 15. 2021

세상의 중심에 오르다! 호주 울룰루 에어즈락 등반성공!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달성!

울룰루에 오면 꼭 하고 싶은게 있었다. 바로 울룰루 에어즈락 등반하기! 생각보다 너무나 어마무시하게 큰 바위덩이라는걸 알고 살짝은 겁이 났지만 이때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마음에 나는 울룰루 등반을 꼭 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여기 울룰루에 온 지 한 세 달 즈음 지났을까? 일이 너무 힘들고 사막 라이프가 버거워 내 버킷리스트를 잠깐 잊어버리고 지내던 시간 즈음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나를 잘 챙겨주던 호주 친구였는데 다음 오프가 맞는 친구들끼리 에어즈락 등반을 가자는 것이었다. 오-예! 이게 웬 떡! 혼자선 에어즈락 근처도 가기 힘든 나였는데 차도 빌려서 나를 픽업한다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나의 버킷리스트 항목의 한곳을 체크하게 되는 그날을 기다렸다.


파아란 하늘과 그림같았던 울룰루-


대망의 오프 날, 나와 호주 친구들 두 명이 더 함께 하는 여정이었다. 열심히 사막 길을 달리며 저 멀리 보이는 울룰루를 보고 있자니 와 정말 황홀한 광경이 따로 없었다. 역시 울룰루는 파란 하늘이 매력이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새빨갛게 보이는 울룰루를 향해서 달리던 그날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는 내 인생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여전히 쾌쾌한 건조한 공기가 내 얼굴을 뒤덮었지만 그날만큼은 이상하게도 굉장히 상쾌했다. 원래는 에어즈락을 보러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필요한데 회사 차를 빌려왔던 우리는 그냥 공짜로 입장할 수 있었다. 뻔뻔하게 일을 하러 들어왔다고 하며 입장하는 친구들 덕에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도 덕분에 공짜 입장을 허락받았지. 헤헤.


그렇게 호주 친구들과 함께 에어즈락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저 멀리서 볼 때는 정말 손가락 만했던 바위였는데 막상 도착하니 정말이지 너무도 거대했다. 오리엔테이션 이후에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지라 괜히 두근거렸다. 처음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그날, 여기 울룰루 등반도 언제 꼭 해보라는 언니의 말이 현실이 된 것 같아서 굉장히 기뻤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고 마냥 꿈꿔왔던 여기를 오르는 날이 오다니!


쇠봉하나만 덜렁 꽂혀져 있었다 / 나는 무서웠고...

그런데 에어즈락을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굉장히 가팔랐다. 에어즈락에 오르는 곳에 도착했는데 오르는 길은 딱 한 곳이었고 가파른 돌길을 올라가는 곳엔 잡고 갈 수 있는 작은 쇠봉만이 꽂혀있었다. 신난다~ 며 열심히 올라가는 친구들에 비해 나는 그 가파른 돌길이 너무 무서웠다. 고소공포증도 있던 나였지만 정말 이 쇠봉 하나만을 의지하고 올라가기엔 이 돌길은 너무나도 무서워 보였거든.. 밑에서 엉거주춤 올라오고 있는 나를 보고 호주 친구들은 깔깔깔 웃었고 너를 기다릴 수 없다며 쇠봉을 잡지도 않은 채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올라갔다. (캥거루 친구들은 어디든 참 잘 뛰어다닌다) 주춤주춤 올라오고 있는 내가 웃기다며 사진 한 장을 딸랑 찍어주고는.. 그래서 나는 그 가파른 돌길을 혼자 올랐다.


이렇게 보니 꽤나 많이 올라왔구나..


에어즈락을 오를 수 있는 날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날씨가 안 좋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위험해서 오르는 곳을 막아둔다고 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오를 수 있어!라고 했던 친구들의 말에 나도 안심을 하고 올랐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정말 이게 오를 수 있는 날씨 좋은 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앞만 보고 열심히 오르고 있는데 모래바람이 정말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겁보쫄보인 나는 살짝 무서워졌고 잠시 에어즈락에 걸터앉아서 쉬기로 했다. 무서워하며 오르는 날 보고 맨발로 걸으면 안 미끄러지고 더 좋다는 지나가는 호주 오빠의 말에 나는 맨발로 이 바윗길을 올랐는데 뜨거울 대로 달궈진 이 바윗길을 오르는 동안 내 발바닥이 후라이팬에 지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발바닥도 식힐 겸 휴식시간을 가져볼까? 하고 난 그 가파른 바위 돌산 위에 살짝 걸터앉았다. 물론 거센 바람에 나는 무서웠기에 쇠봉은 꼭 잡은 채로...


라이온킹의 한장면이 떠오르는 뷰!


앉아서 쉬면서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아웃백 사막을 바라봤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막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멋있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막의 모래바람은 거세지고 내가 바짝바짝 말라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라이언킹에 나오는 심바가 사는 곳이 이런 곳일까? 저 멀리 보이는 자동차들이 장난감 자동차처럼 보이는 높은 곳까지 왔을 때 나는 이 정도면 되었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끝까지 올라가라면 갈 수도 있었지만 저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내려갈 길을 바라보니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맞다 나는 거센 모래바람이 무서워졌고 여기까지만 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최대한 웃어보려 했으나..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바람이 정말 거세게 불었던.. 얼굴은 왜저래..?


바람이 정말 거센 에어즈락을 오르는 길 어딘가 즈음에서.. 기념으로 셀카를 한 장 남기고 나는 내려오는 길을 떨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 점프샷을 못 남긴 건 참 아쉬웠지만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용기라며. 이 정도 오른 나 자신도 칭찬해 주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정말이지 더 무서웠다. 나 같은 쫄보가 여기까지 어찌 올라왔지 싶을 정도로 거센 바람을 이 작은 쇠봉 하나만 의지한 채 이겨내며 내려오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 정도만으로도 대단해..라며 위안을 가지며 살금살금 내려왔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여기 에어즈락을 오르다가 바람에 날아가서 사망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고 했다. 아마 그 사실을 알았다면 난 아마 여기까지도 오르지 않았을거다. 나는 여기에서 정말 죽음의 위협을 느꼈거든...


같이 일했던 친구들과 뒤늦게 셀카타임!


결국 에어즈락 정상에 못 가고 내려왔다는 말에 정상을 찍고 뒤늦게 내려온 친구들은 또 깔깔깔 웃었다. 나 정말 죽을뻔했다!라고 하니 정말 죽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그제서야 해주는 친구들이 참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기념사진은 한 장 찍어야지?라며 오르는 길목 근처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뭐 그래 이 정도면 기념사진인 걸로..


지금은 에어즈락 등반이 금지가 되었다고 들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사망자가 계속해서 나온 것도 이유겠지만 여기 에어즈락은 원주민들이 신성시 여기는 돌이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고 했다. 에어즈락을 친구들과 오르고 다음날 다른 친구들에게 올라갔다는 얘기를 열심히 하던 그때같이 일하는 원주민 친구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걸 나는 그날 봤다. 그들이 신성시 여기는 돌이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걸 오른다는 게 그들에게는 인상이 찌푸려지는 일이라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그날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못한 자신이 조금 부끄럽고 창피했다.


친구들이 찍어준 기념독사진.. 쭈뼛쭈뼛

에어즈락 클라이밍을 이제 못한다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지만 울룰루는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멋있다. 사실 에어즈락은 오르지 않고 밑에서 바라볼 때가 가장 웅장하고 멋있으니깐! 과거의 나로 돌아간다면 원주민 친구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곳으로 기억될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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