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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Jan 22. 2021

사막에서 야생동물과 동거 중! 완전 와일드 라이프인데?

호주 아웃백 사막에서 살아남기! 도마뱀 낙타 뱀과의 야생 라이프!

사막살이가 한 달 즈음 지나자 그렇게 못 해낼 것 같은 생활도 나름 적응이 되어 갔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건가! 훅하고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싫어서 눈을 잔뜩 찡그리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래바람도 온몸으로 받아냈다. 땀을 뻘뻘 흘리는 날도 탈수 증상이 와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물만 마시던 날도 평생 적응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나름 적응이 되었다. 탈수 증상으로 늘 고통에 시달리던 날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허벅지에는 어디서 생긴지 모르는 멍이 매일매일 갈수록 늘고 있었지만 멍이 하나둘씩 생길 때마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은 써니가 이제 진정한 우리의 멤버라며 좋아했다. 시퍼렇게 멍든 허벅지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일하는 SOS(Sound of silence, 내가 일했던 야외 레스토랑 이름) 우리들의 표식이라나 뭐라나..? 그렇게 상처와 멍들로 몸이 가득했지만 이미 푸석한 이곳의 환경에 내 몸은 나름 적응해 나가고 있는듯했다.

이유 모르게 늘어가는 상처와 멍들..

그렇지만 그 사막살이에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야생 친구들과의 동거였다. 여기는 정말 야생 '와일드 라이프' 그 자체였다. 바삭하게 건조한 사막의 공기도 땀이 쏙 빠질 정도로 힘든 노동의 강도도 제법 빨리 적응되었지만 이들과의 동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먼저 사막에는 개미들이 정말 많았다. 먹을 거를 먹다가 잠시 식탁에 내려놓으면 개미 떼들의 밥이 되어있었고 잠시 빨래를 널으러 쪼리를 신고 사막 길을 걸어 나가면 발을 물어대는 개미들 덕분에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운동화를 신고 나가야 했다. 사막에 사는 개미들은 크기도 크고 힘도 대단했다. 개미가 물어봤자 얼마나 아프겠어?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여기 호주 사막의 개미들을 경험해보시길.. 발이 따가워서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였으니깐..


개미들뿐만이 아니었다. 사막에는 파리도 정말 많았다. 여기에 사는 호주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었다. "Bloody Flies!" 정말 여기 호주 아웃백에는 어딜 가나 파리가 넘쳐났다. 낮에 밖에 나가서 테이블 셋팅을 할 때는 더위도 참 힘들었지만 얼굴에 온 구멍마다 들어오려고 하는 파리들 때문에 정말 너무 힘들었다. 콧구녕 귓구녕 눈구녕 구멍이란 구멍은 다 어택을 해대는 파리들 덕에 처음 일을 시작한 날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파리그물망(Flies net)을 선물 받기도 했다.

호주 아웃백 사막의 필수품이라는 파리망(Flies net)

어디 곤충들뿐이랴! 야외에서 일할 땐 늘 스틸캡(Steal cap) 신발을 신곤 했는데 무거운 걸 놓쳤을 때 발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뱀을 쫓기 위함이기도 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부터 뱀을 직접 들고 오셔서 뱀의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야외에서 일하는 우리 부서들은 특히 더 그랬다. 호주에서 유명하다는 킹 브라운 뱀 (king brown snake)이 사는 서식지이기도 한 이곳에서 뱀은 가장 무서운 존재였다. 그래서 뱀을 봤을 땐 무조건 바로 신고해야 한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는 스네이크 캐쳐(Snake Catcher)번호를 따로 저장해 두어야 했다. 누구든 뱀을 보면 그 즉시 뱀 잡이(?)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며 매니저는 늘 신신당부를 했다. 다행히 뱀을 잡는 그분을 만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건 정말 내 인생에서 평생 감사해야 할 일이지 싶다. 휴우 땡스갓(Thanks God)!

오리엔테이션에 만난 야생 뱀 / 그리고 일하는 곳에 자주 출몰했던 샌드고아나

그러다 보니 지나가다 보이는 각종 벌레며 도마뱀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하다가 자주 만났던 샌드고아나(사막에서 주로 서식하는 도마뱀)는 어느 날은 안 보이면 서운할 정도였다. 처음 팔뚝만 한 도마뱀이 내 앞으로 튀어나왔을 땐 얼마나 놀랬던지! 꺄악 소리를 내며 도망가곤 했는데 그 징그러운 놈도 자주 보니 제법 귀여워 보였다. 근데 고아나 정도는 정말 귀여운 정도였다. 일한 지 일주일 즈음 지났을 즈음 나는 야생 낙타 가족들을 만났다. 테이블 셋팅하다가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걸 보고 소리를 경기를 일으키며 달아났었던 야생 낙타와의 첫 만남. 태어나서 그렇게 큰 낙타는 정말 처음 봤으니 얼마나 놀랬을꼬! 나의 반응과는 다르게 여기서 오래 일한 동료들은 '또 낙타 군!'이란 시덥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낙타 정도는 매달 볼 거야!라며 웃어넘기던 친구들. 정말 그랬다. 한달에 한번은 꼬옥 만났던 낙타 패밀리들은 같이 일하는 동료로 느낄 정도로 자주 보곤 했으니깐.


낙타가족 처음 만났던날. 무서워서 저 멀리서 찍었다

내가 떠나기 한 달 전에도 낙타 친구들이 등장했다. '나 이제 낙타는 못 만날 수도 있으니깐 사진 한 장 찍어볼게!'라며 대담하게 낙타 쪽으로 다가갔다가 리더 언니한테 혼쭐이 났다. 낙타가 귀여워 보여도 야생동물들에게는 함부로 다가가는 게 아니라며 한소리를 들었다. 물론 소심한 나는 낙타 근처도 가지 못했었지만.. 그래도 쭈뼛쭈뼛 다가가서 낙타와 함께 투샷을 남겼다. 멀뚱히 바라보던 낙타와 무서워서 그 옆을 슬슬 기어서 다가가려 했던 내가 웃겼던지 사진을 찍어주던 친구는 한참을 웃었다.

낙타와 함께 쭈뼛쭈뼛 투샷!


울룰루를 마음껏 느껴보겠다며 자전거로 울룰루 투어를 나간 친한 언니는 딩고(호주의 야생 개)떼의 습격에 허벅지가 터질 정도로 페달을 밟아서 도망쳐 나왔다고 했다. 귀여워 보이는 왈라비도 동물원에서 만나는 그런 귀여운 녀석들이 아니었고 자주 봤던 낙타에게 습격을 당해서 병원에 실려간 사람도 있다고 했다. 아마 이 모든 것들을 알았다면 나는 과연 여기 아웃백 사막을 잘 이겨낼 수 있었을까..?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며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낙타가 귀엽다며 다가갔던 나는 아마 그 모든 것들의 무서움을 몰랐기 때문이겠지 싶다. 내가 사막에서 잘 살아낼 수 있었던 건 아마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같이 겁 많은 겁보가 그 모든 것들을 알았다면 새벽부터 그 어두운 사막 길을 혼자 터벅터벅 걸어 다니진 않았을 터이니!


그래도 나는 신의 은총이었던 건지 정말 아무 탈 없이 사막 생활을 보냈다. 귀찮게 하는 개미나 파리 정도는 겨울이 되니 점점 수그러들었고 그 무섭다던 뱀도 겨울잠을 자러 들어갔다. 그렇게 늘 뜨거울 것만 같았던 사막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사막이니깐 늘 더울 줄만 알았는데 점점 서늘해지는 사막의 밤에 겨울이 다가옴을 느꼈다.


낙타에게 어깨를 물렸던 나.. 내가 맛있어 보였나 보다. 낙타는 초식동물인데..?


사막에도 겨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나는 서늘해진 공기에 마냥 좋았다. 앞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테이블 셋팅을 안 해도 된다는 것과 파리떼들의 어택을 받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냥 즐거웠으니! 내가 겨울옷이 없다는 것에 나는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겨울이래봤자 사막의 겨울이니 뭐 얼마나 춥겠어!라고 생각했으니깐..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사막의 겨울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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