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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남매맘 딤섬 May 23. 2023

사남매맘 아이들과 갯벌로 떠나다

소소한 사남매맘 이야기

나는 어린 시절 갯벌에 대한 추억이 있다.

부모님과 바다에 갔었다. 신나게 놀다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앞에 있던 바다가 없어졌었다. 아빠와 외삼촌이 바구니를 들고는 따라오라고 하셔서 장화를 신고 따라나섰었다. 바다가 있던 곳을 걷고 또 걸었는데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해삼도 보이고 물고기도 보였다. 사람들이 여기 다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옆에서 해삼도 잡고 꽃게도 찾아서 잡았었다. 아빠가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해서 뒤를 보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돌아가 잡아온 해산물로 맛있는 걸 해 먹었었다. 오후가 되자 모든 곳이 바다가 되었다.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남아 있다.


코로나라는 이유로 우리는 3년간 많이 다니지 못했었다. 작년 후반부터 아이들과 조금씩 여행도 다니고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이들과 책을 읽는데 "갯벌에 가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셋째 말에... 평소 같으면 다음에 가자 했을 텐데.. 생각이 많았었다. 큰아이들도 갯벌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한참 다녀할 시기에 동생들이 태어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갯벌에도 가보지 못했었다.

이대로 괜찮을까?? 고민이 많았다.  

큰아이들이 갯벌 책을 들고 와서 셋째에게 "여기 있는 생물들이 갯벌에 살고 있어"라고 하면서 보여주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결심이 섰다. '갯벌에 가야겠다. 조개를 캐야 한다' 우리 가족의 여행 목적이 한순간에 세워졌다. 이때가 3월쯤이었는데 바로 가기엔 날이 추웠다. 새 학기 적응 잘하고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갯벌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나 혼자) 

모든 바다에 갯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왕 가는 거 조개도 캐고 다양한 경험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의 생각들은 커지고 커져서 2박 3일이 되었고, 나는 서천까지 떠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사남매와 갯벌에 오다


상상을 현실로~ 그렇게 나는 2박 3일 서천 갯벌 여행을 떠나왔다. 서천 갯벌은 내 기억 속의 갯벌과 달랐다. 내가 아는 갯벌은 바닷물이 정말 끝도 없이 차올랐다가 확 빠졌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다양한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었다. 바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서천 갯벌은 나에게도 새로웠다. 

바다는 어디에 있지??

첫 갯벌에 신이 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조개를 찾아서 떠나가버렸다. 나랑 신랑이 아이들을 찾느라 고생했지만 아이들은 한껏 신이 나 있었다. 막내는 갯벌에서 모래 놀이를 한다고 난리였다. 모래를 파면 물이 나오고 질퍽하니 신기해했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즐거움과 호기심을 주는 것 같다. 하루종일 놀았는데도 재미있어했다.

아이들과 갯벌이 처음이라 아이들 준비를 허술하게 했다. 나는 장화에 호미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옷이 엉망이 되고 아이들은 진흙 투성이가 되었다. 마음을 비우니 우리가 제일 즐거워 보였다. 실제로도 우리가 제일 신나 있었다. 뒷일은 힘들었지만... 즐기기로 했다!!


갯벌 앞에서 장작숯불바베큐파티를 예약했다. 미리 자리를 잡아 두었는데 위치 선정이 최고였다. 밤이 돼도 갯벌은 바다가 되지 않았다 언제 바다가 되지??

장작에 불을 붙여 주시는데 나는 그게 왜 이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었다. 불멍 해보고 싶었는데.. 불멍을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장작을 추가로 구입해서 계속 불멍 하고 싶었다. 장작에서 구워 먹는 마시멜로맛와 라면맛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본 것 같은 하루였다. 


여행을 몇 번 갔다 와서 그런지? 이제는 아이들과의 여행이 익숙해졌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즐겼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목표는 1. 갯벌에 가기 2. 조개 캐기였다. 아이들에게 갯벌에서 조개 캐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냥 갯벌에 한번 와봤다가 아니라 우리가 갯벌에서 조개를 캤었지. 또 조개 캐러 갯벌에 가고 싶다. 이런 기분을 남겨 주고 싶었다. 

서천 바다는 늘 우리에게 갯벌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하고 싶을 때 마음껏 갯벌로 뛰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은 조개를 꼭 캐야지" 신랑과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갯벌로 떠났다. 바다가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한참 걸어 나갔다.

갯벌을 걷는 건 아이들에게 즐거운 일이었고 조개가 나오지 않아도 신이 났었다. 작은 꽃게도 보고 다양한 새들도 보았다. 얼마나 갯벌을 걸은 걸까? "조개 잡았다~" 셋째와 신랑의 소리에 우리는 그쪽으로 이동했다. 첫 조개를 캐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모두 추억이 되었다. 힘듦과 기다림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첫 조개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되어 주었다. 

땅을 팔 때마다 2~3개의 조개가 나왔다. 아이들과 나는 신이 났다. 조개 캐기는 나도 처음이라 그런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땅을 팔 때마다 조개가 나오는데 그것 자체로도 재미있었다. 


갯벌에 오고 싶다던 셋째는 갯벌에서 뒹굴기도 하고 조개도 캐며 마음껏 갯벌을 즐겼다. 큰아이들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야 한다고 했는데도 "한 번만 더~"를 외치면서 끝까지 조개를 캐며 놀았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또 추억하나를 만들었다. 얼마나 걸어온 건지... 돌아갈 길이 막막할 정도였다. 얼마나 놀았던 걸까?? 해가 지기 시작했다. 갯벌에서 놀고 뒹굴고 놀기도 하느라.. 조개를 많이 캐지는 못했다.  우리 가족 한 끼 먹을 정도 캐서는 이동하기로 했다.


30분 넘게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는데도 힘들지 않았다. 잡아온 조개는 해감을 하고 옷에 있는 진흙을 털어냈다 더운 날이 아니라 해가지니 추워서 빠르게 방으로 이동했다. 다둥이 키우기 만랩인 우리 부부는 서로 할 일을 하나씩 빠르게 해 나갔다. 말하지 않아도 호미랑 신발이랑 정리는 신랑이 하고 나는 아이들을 씻겼다. 막내가 태어난 뒤로 둘이서 협업해야 할 때에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서 척척 하고 있다.

마지막은 힘들었는데 뒤돌아 보니 즐거웠던 기억만 가득하다 "엄마 또 우리 언제 갯벌가??" 아이들은 계속 나에게 물어본다. 올해 가기 전 다른 조개를 캐러 갯벌에 가고 싶다. 



사남매야~~ 우리 갯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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