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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올프체스키 Jun 29. 2017

마케터의 자기 반성.

똑같은 것도 생각하면 바뀐다.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수많은 기업에 빠지지 않는 직군이라 하면 바로 마케터다. 어떻게 보면(마케터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이 직장에 몸 담을 수 있는 직군도 바로 마케터다. 현재 직장에서 기획적 업무도 병행하고 있지만, 어찌됐든 업무 DNA는 마케터인 난 이런 것을 느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인정하고 싶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꺼냈느냐 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을 하는 지금이기에 대다수의 마케터들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운 시대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마케터로서 직업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을 위한 글쓰기를 배운다거나, SNS 관련 교육을 받는다거나, 데이터 관련 기술을 배운다거나 혹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 것으로 업무적 능력을 길러가고 미래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위에 말한 것은 배워두고 익혀두면 당연히 도움이 되고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잠시만 과거를 떠올려 보자. 어느 정도 마케팅이라는 업무에 익숙해 졌다면 우린 마케팅을 위한 글은 어떤 글인지. 최근 떠오르는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영업 혹은 사내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고 실전에서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교육을 받으면 대부분 반응은 이럴 것이다. "다 알던 내용이네..."


잠시만 나의 얘기를 해보겠다. 최근 우리 회사의 방문 트래픽이 상당히 떨어졌다. 아 우리 회사라고 하면 대충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짧게 소개 먼저 하겠다. 시즌적 이슈도 있고, 트래픽 하락을 각오한 시기이긴 하지만, 얼마 전 런칭한 서비스에 사람들이 생각처럼 모이지 않고 관심도 잘 받지 못해서 대표님도 나도 전전긍긍하는 시기다.


이를 위해 마케터인 나는 나름대로 기존 고객들에게 우리의 서비스를 어필해 보기도 하고, 신규 고객을 모으기 위한 콘텐츠도 SNS에 뿌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방법을 써봤다. 워낙 소규모 회사다 보니 이런 일들을 즉흥적으로 내가 파밧~ 하게 됐다. 하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고, 회사의 대표 입장에서는 하나라고 있는 마케터가 이런 상황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해 불안을 겪는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생각도 못한 아니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을 나는 놓치고 업무를 해나갔다. 바로 '소통' 마르고 닳도록 들어 봤을 그 단어는 마케터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필수가 되는 단어다. 그럼 왜 나는 '소통'이라는 것을 놓치게 된 것일까? 이유가 타당할지 모르지만 나름의 이유는 이것에서 출발했다.


어찌됐든 난 회사의 직원일 뿐이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많은 마케터들의 업무는) 대박이 나면 눈에 확 띄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하나하나 보고하기가 어려운 업무들이 워낙 많다. 게다가 그저 직원인 나는 어찌됐든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런 성과들을 보고해서 "난 이렇게 일 잘 하고 있습니다."라고 소위 뻥튀기라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내가 했던 소위 실패한 사례들은 감추어 두는 것이 나의 안위를 위해(?) 좋은 일이며 굳이 실패한 일들을 보고 해서 좋지 않은 상황 속 최악의 분위기를 회사에 전해줄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고객 A에게 메일을 이런 이런 제목과 이런 저런 내용으로 보냈는데 오픈을 했지만 아무런 회신도 반응도 없다고 한다면 '이렇게 메일 보내봐야 별 소용이 없구나'라고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며, 고객 A 단 한 명에게 보낸 메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실패가 가치가 없는 것일까?


답.정.너 일지 모르지만 전혀 아니다. 만약 다른 팀원 누군가가 이런 상황을 모르고 똑같은 내용으로 똑같은 고객에게 다음 날 메일을 보내게 된다면 어떨까? 고객 입장에선 이게 뭔가 싶은 건 당연한 것이고, 회사 입장에선 한 직원의 소중한 시간을 정말 의미없는 일에 써버린 결과가 될 것이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예는 업무체계가 확실한 기업이면 모르겠지만, 선조치 후보고가 잡혀 있는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물론 '기획-보고-실행-평가'의 단계는 스타트업이든 어느 기업이든 있지만, 기업의 특성 상 절차의 최소화 혹은 유연성 있는 절차가 스타트업이 더 많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SNS에 이런 저런 콘텐츠를 올렸는데 딱히 반응이 없다면, 마케터인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정답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번에 이렇게 해서 반응이 없으니 다음엔 저렇게 해보고 그것도 안 된다면 또 이렇게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거나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 보는 것 중에 선택한다'가 정답에 근접하지 않을까? 사실 콘텐츠 하나 업무 하나하나 실행에 있어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플랜 A부터 적어도 C, D까지는 준비해 놓고 실행을 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마케터의 그리고 직장인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대다수는 월급 받고 정해진 시간 일을 하고,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서울에서 빚 없이 집을 사거나 건물을 하나 소유할 일 없는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직원'이다. 그렇기에 깊은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실패한 일'을 다음에도 똑같이 반복해 본 경험도 많이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트래픽의 하락과 신규 방문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도 기업 입장에선 실패의 상황일까? 물론 '실패의 예시'가 될 수는 있지만 성공의 사례보다 오히려 배울 게 많고 할 수 있는 게 많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 위기를 빨리 벗어나게 된다는 가정 하에...


마케팅이란 업무를 하다 보니 마케팅이란 단순히 회사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생존법을 배울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한 번,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됐다고 싶을 때 네 번째 생각 그리고 다섯 번째 생각을 하는 것이 습관처럼 돼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본능적으로 복잡한 것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세 번 정도 생각을 하면 고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일을 하면서 실패하는 것은 정답을 알지 못하는 오지선다 시험 문제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정답이 아니라 생각되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 성공을 위한 다양한 길 중 몇 개의 길 정도는 처음부터 눈에 두지도 않을 수 있게 된다.

진부한 자기계발서에 담긴 말 같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 책에 있는 말들은 다 아는 내용이고 맞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마케팅 업무란 정말이지 해도 해도 답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의 생각이란 다 비슷비슷하기에 누구나 정답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좋은 마케터 혹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됐다고 생각했을 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을 본능적으로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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