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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올프체스키 Feb 04. 2022

AZ(아제)에겐 반가운 MZ를 저격한 '하이틴 감성'

없던 기억을 소환하는 신기한 감성

"기억나네... 나 우리 학교 아이스 하키팀 주장 좋아했었지..."

여리여리한 미소년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상남자다운 아이스하키복을 입고 머리의 헬멧을 벗으면 땀에 젖은 찰랑이는 머리가 슬로우모션 되면서 등장하는 하키팀 주장. 우리 기억 속에 아주 익숙한 모습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NCT U <90`s Love> 뮤직비디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엔 미국과 영국을 배경으로 10대 학생들의 이러한 모습을 다룬 이른바 '하이틴 무비'가 꽤 인기가 많았습니다. 당시엔 국내에서도 '꽃보다 남자', '늑대의 유혹', '백만장자의 첫사랑' 같은 오글거리는 감성의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기도 했는데요. 누구에게나 흑역사로 기억되는 싸이월드 감성을 넘는 새로운 감성이 요즘 다시 인기를 끌면서 그 당시의 스타일과 문화가 MZ세대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재조명 되는 복고문화 키워드 '하이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트로라는 키워드가 우리 대중문화 전반에 만연했고, 이런 레트로 감성이 진화된 새로운 문화가 다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Y2K'감성, '하이틴 감성'이라고도 하는 이 감성은 잘 아시겠지만 2000년대 전후반의 세기말 문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실감해 보자면, 추억 속에 잊혀졌던 패션 브랜드들이 다시 재출시 될 정도인데요. 1020 세대가 많이 찾는 쇼핑몰 무신사에서는 일찍이 데님 브랜드 '리(LEE)'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고 소지섭, 송승헌 등이 모델로 선발돼 스타를 배출했던 '스톰(STORM)'이라 쓰고 292513이라고 읽는다. 도 재출시가 된다고 합니다. 거기다 이 브랜드를 알면 좀 알아줬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도 다시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시절 10대로 살았던 저와 같은 사람들에겐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지금 봐도 세상 힙한 'STORM'

패션 브랜드에 대해 써본 김에 잠시 당시의 모습을 한번 추억해 볼까요? 싸이월드 얼짱들이 유행시킨 리바이스 청바지와 골반 청바지. 카파와 엔진 등 강렬한 원색의 벨벳 트레이닝복(특히 핑크), 블링블링 액세서리까지 지금 보면 "나 옷 잘 입지?!!"라고 동네방네 소리치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의 그런 투머치함이 부끄럽기도 하다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이 하이틴 감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건 무엇보다 영화와 드라마인데요. <글리>, <클루리스>, <가십걸>,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이 재조명 되고 있어요. <클루리스>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서 다시 인기를 끌고 , <가십걸> 역시 리부트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하이틴 감성 그 자체인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MZ세대에게 재조명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하이틴 감성 가득한 드라마 '글리'

'하이틴 감성'은 왜 인기가 있을까?

여기서 본질적인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왜 이런 감성을 요즘 세대들이 다시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로 집콕을 하면서 수많은 동영상을 시청하게 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꼽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유튜브의 신박한 알고리즘은 매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게 해주고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그 시절의 문화를 접한 젊은 세대들은 지금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색감과 자유로운 분위기에 크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의 감성이 MZ세대를 자극시키는 이유는 아마도 그 자체가 개성적이고 예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양한 장르와 개성적인 캐릭터가 넘쳤던 하이틴 장르물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데로 다 하던 음악과 패션들이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닌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된 것입니다.

Y2K 그 시절엔 새로운 세기가 다가온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워낙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화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획일화 되지 않았던 자유로움이 넘쳐났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쿨하게 나를 드러내던 시대. 이런 시대적 가치관이 지금의 MZ세대의 가치관과도 잘 맞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런 하이틴 감성의 인기를 보면 좋은 것은 결국 오래 간다는 믿음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통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로 기억폭행해주는 하이틴 감성 노래들

이런 하이틴 감성이 더해진 음악들은 과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에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이스쿨 뮤지컬이라는 컨셉으로 작정하고 나온 전소미의 <덤덤(DUMB DUMB)>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요. 전소미는 이 앨범을 통해 하이틴 감성에 빠진 세대들에게 매력을 전했고, 음원 등 순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하이틴 감성의 대표가 된 전소미 출처: 걸스타일코리아

개인적으로 최근 아이돌 중 가장 하이틴 감성을 전해주는 아이돌을 꼽자면 'NCT'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워낙 멤버들의 스타일 자체가 매우 하이틴스러운(?) 그룹이기도 하죠. 2020년 발매한 'NCT U'의 <90`s love>는 제목과 뮤직비디오에서부터 작정하고 하이틴 감성을 갈아 넣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하이틴 감성의 노래는 역시 그 시절 노래를 따라올 수는 없기에 몇 가지 하이틴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들을 꺼내 보겠습니다.


Atomic Kitten - The Tide Is High

이 노래는 정말 다양한 매체에서 질리도록 듣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02년 발표한 이 곡은 [Feel so good] 앨범의 수록곡인데요. 영국과 아일랜드 등 유럽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곡입니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Sweet Box'의 곡들처럼 블링블링함이 가득 담긴 대표적인 하이틴 감성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Avril Lavigne - Sk8er Boi

말이 필요 없는 노래입니다. 첫 인트로부터 막 그런 느낌 있잖아요. 학교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우르르 학생들이 뛰어나가고 창문에 삼삼오오 모여서 별 것 없는 농담 따먹기에 깔깔거리는 그런 학창 시절의 감성이 떠오르지 않으세요? 이 노래는 뭐 워낙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노래가 아닐까요? 강렬한 펑크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청춘 그 자체인 노래. 하이틴 감성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될 노래입니다.

https://youtu.be/TIy3n2b7V9k

f(x) - 좋아해도 되나요 (...Is It OK?)

생각해 보면 NCT도 그렇고 SM에서는 하이틴 감성을 꾸준하게 추구해 오는 것 같습니다. f(x)의 첫 번째 정규앨범 [Hot Summer]에 수록된 이 곡은 오랫동안 숨겨온 짝사랑을 고백하는 곡으로 전형적인 하이틴 감성의 가사가 담긴 곡입니다. 지금 보면 이 앨범엔 <Hot Summer>를 비롯한 <라차타>, <Chu~♡> 등 띵곡들이 담긴 앨범입니다.


SHINee - Stand By Me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OST인 노래입니다. 아... 이번에도 SM...! 얼마 전 '바라던 바다' 고성편에서 샤이니 온유와 함께 윤종신, 이동욱, 권정열, 수현 등이 함께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봤는데 이게 이렇게 좋은 노래였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드라마에서 데이트를 할 때 주로 나왔던 노래이기에 무언가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의 감정이 가득 담긴 노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https://youtu.be/FBW2QgRdX5w

M2M - Don't Say You Love Me

노르웨이 출신의 아름다운 소녀 듀오 'M2M'의 하이틴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답고 경쾌한 <Don`t Say You Love Me>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0년 발표한 이 곡 역시도 국내외 큰 성공을 거둔 곡인데요. 정말 단번에 슈퍼스타를 만들어 놓은 곡이죠. 수록곡인 <Mirror Mirror>, <Pretty Boy>도 그 시절의 소녀틱한 감성을 잘 보여주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를 꺼내본 하이틴 감성은 어쩌면 모두의 흑역사인 싸이감성과도 크게 벗어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감성이 요즘의 MZ세대에게도 통한다는 것이 그 시절 지금의 MZ세대 나이였던 저와 같은 사람들에겐 참 반가운 현상입니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레트로의 유행이 이제는 다양한 세대도 즐기고 공감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문화 콘텐츠가 가진 힘을 느껴보게 됩니다.


그 외 하이틴 감성이 떠오르는 음악.

One Direction - What Makes You Beautiful

https://youtu.be/QJO3ROT-A4E

'Eternity' 1집 앨범 [Eternity]

https://youtu.be/CRDok1EO_RU

대표곡: <Wonderful World>, <I Will>, <My Style>

※그룹 'Sweetbox'의 멤버 Jade의 프로젝트 앨범으로 Sweetbox 특유의 클래식한 팝의 곡들로 채워진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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