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나를 파괴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영화를 보면 장르와 관계없이 눈가를 적시고
사랑하는 음악을 들으면 며칠을 묶여있게 되고
사랑하는 책을 읽으면 생각이 나아가질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틈틈이 앓는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길래
몇 번이고 무너져도 다시 찾게 되는 걸까.
나 역시도 그들을 종종 무너뜨렸을까.
하지만 사랑은 그 붕괴된 틈을 메우는 것.
명백히 보이는 그 균열을 모른 채 하지 않는 것.
또 다른 파괴가 찾아올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해야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