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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Mar 07. 2023

[독서일기]언젠가 퇴사하겠지만 행복하게 일하기로했습니다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까?

2021년 7월, 현대모비스에 이상한 공고문이 떴다.
회사의 그라운드 룰을 만드는 유닛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257p


앗, 내가 해 보고 싶었던 조직문화 프로젝트의 모습이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현업의 팀원들을 Change Agent로 구성해 각자의 입장에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함께 지켜야 할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함께 만들었기에 구성원들이 원하는 조직문화의 모습이 조금 더 많은 이들의 관심아래 조직 내에 빠르게 스며들 수 있을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변화의 필요를 인식하고,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전파하는 조직문화 프로젝트, 사실 나에겐 여전히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일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인사부서에서 일하면서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은 놓칠 수가 없다. 전사 차원의 캠페인이나 소소한 이벤트 같은 활동들을 시도하는 건 조직이 커지면서 더 이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방향성을 가지고, 전 사원에게 전달할 Message는 여러 제도들 사이에서 일관성있게 진행되어야 했다. 그리고 당장 안 한다고 해서 문제로 드러나지 않아 업무 시급성에서 늘 후순위로 밀리는 게 당연해졌다. 


"자유라는 연료가 타야 창의성이 나온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한 말이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행복이라는 연료가 타야 창의성이 나온다.'라고.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전략보다 문화의 힘이 더 강력함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행복이다. 5p


현대모비스에서 조직문화 그라운드 룰 제작을 위해 직급도, 하는 일도 서로 다른 7명의 유닛을 결정했다. 지원 동기, 포부 등 써야 하는 항목이 많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 중 가장 정성스럽게 지원서를 쓴 7명을 대표 선수로 선발했다고 했다. 무엇이 그들의 관심을 이끌었는지,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는지 궁금했다. 어찌되었건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조직문화 활동을 아주 그럴듯하게 잘 해내고 있는 것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정말 부러웠다. 


현대모비스의 모행(모비스인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은 기본적인 일을 대하는 태도, 업무관계를 잘 유지하는 법, 그리고 일에 몰두하는 방법에 대해 유닛 7명이 업무를 하면서 맞닥뜨렸던 사례들을 통해 설명해준다. 잡담을 Job담으로 만들면 업무에 대한 Tip을 얻을 수 있고, 동료와의 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한때 팀에서 매주 하던 스크랩데이(티타임을 하면서 서로 정보를 전달함)가 떠올랐고, 상사의 두루뭉술한 지시에 의중을 파악해 그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이 일잘러의 미덕으로 생각해왔다는 말에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해온 나의 모습이 뿅하고 떠올랐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경험했을 수많은 삽질과 '진짜진짜진짜최종ver.'이라는 파일명이 있다는 현실감 가득한 이야기에 웃음이 터졌다.


현대모비스가 문화 그라운드 룰을 만든 이유는 구성원들이 업무에 좀 더 만족하고 행복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는 말에 무척 공감을 가졌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우리 손으로 만든다. 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가슴 뛰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올해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바로 인사제도의 변화관리이다. 일에 대한 사회적 제도의 변화, 일을 하는 구성원의 변화, 그리고 일을 대하는 인식의 변화, 그 안에서 인사제도에도 분명 변화가 필요했다. 다만, 정답이 없을 뿐.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인사제도의 방향을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 방향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보고 싶다. 


코로나가 감기같은 일상의 병으로 변화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일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결국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건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고, 시간인 것이다. 일을 하는 과정이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향에 대한 가이드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현대모비스 Culture Agency의 모행 작업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은 나에게는 더 없이 인상적이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동료의, 팀의, 그리고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나가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현대모비스 유닛이 얼마나 행복하게 일하고 있을 지 상상을 해 본다. 같은 업종에 근무하고 있으니 어쩌면 만나서 책에 미처 옮기지 못했던 좌충우돌 조직문화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지도 않을까.   

   

직장인 여러분, '모두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까?' 라는 책 표지의 질문이 가슴 한 켠에 꼭꼭 묻어두었던 조직문화라는 화두를 기분 좋게 깨운다.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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