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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Nov 12. 2021

[아이와함께읽기] 오월의 달리기, 김해원

아이와 함께 5.18을 마주하다

책을 쉬이 펼치지 못하고, 안개꽃으로 가득 메운 표지를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작고 하얀 안개꽃 사이의 검은 어둠 속 아래로 내려가면서 책 <소년이 온다>의 동호를 만났던 기억이 났다. 나는 5.18 민주화 운동을 그렇게 동호를 통해서 마주했다. 책 <오월의 달리기>를 펼치기 전에, 괜히 동호가 기억나 크게 숨을 한번 내쉬어본다. 이제는 명수를 만날 차례가 되었다.



10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동네책방에서 김해원 작가의 어린이 북토크가 있었다. 초등학생 딸 아이는 책 <오월의 달리기>를 읽고서, 남편과 나는 책을 읽지 않고 함께 북토크에 참여했다. 1980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79년 5월에 태어난 내가 광주에서 태어났다면 나의 오월은 어떤 기억이었을까? 


명수를 만나기 전에, <오월의 달리기>를 쓴 김해원 작가님을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을 겪었던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주해본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살던 보통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겪었을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다. 가해자로만 보였던 젊은 군인들, 사실은 그들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 이제야 상기해본다. 1980년 따뜻한 봄 햇살이 눈부셨을 5월, 그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야 했던 보통 사람들이었을 그들에게 필요한 건 진정한 사과였다는 것을 책 <오월의 달리기>를 통해 생각해본다.     


"아버지가 손수 맹근 시계를 줄라고 허셨소? 그라서 깜깜한 새벽에 차도 안댕기는 길을 걸어 걸어오셨소? 총든 군인들이 서 있는 길을 어찌케 오셨소? 나는 시계 같은 건 읎어도 암시랑도 않은디, 그라도 잘만 뛰는디, 잘 뛰어서 아버지 웃게 해 줄라고 혔는디.."


부모가 되어 보니 명수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을지, 차도 없는 길을 그렇게 꼬박 걸어서라도 갈 수 밖에 없었음을, 총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그 길을 지나갈 수 밖에 없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수 많은 명수와 동호, 그리고 고장 난 회중시계를 들고 전국 시계방을 찾아 다닌 군인 아저씨의 진심 어린 사과에 울컥 눈물이 난다. 1980년 5월은 아직까지도 상처와 아픔이 가득하다. 덕분에 지금을 살아가는 이 시간이 미안해진다.  


명수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작가님이 차분하게 들려준 명수의 이야기를 포개어보게 된다.  작가님의 목소리는 포근하게 감싸안아주는 것처럼 분명 따뜻했는데, 이상하게 슬프고, 또 슬프다.  


2021.11.12.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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