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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Dec 03. 2021

[독서일기] 블루밍_다시 열일곱 살이 된다면, 정여울

오늘도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다시 열일곱 살이 된다면 나는 더욱 맹렬하게 읽고 쓰고 듣는 훈련을 하고 싶다. 이 책은 다시 열일곱 살이 된다면 내가 직접 발로 뛰어 찾아다니며 듣고 싶은 인문학 강의이자, 내가 그때 그 시절 꼭 읽어야만 했던, 그러나 제대로 깊이 읽지 못했던 책들에게 바치는 뒤늦은 연애 편지다." - 에필로그에서


# 다시 열일곱 살이 된다면 

열일곱의 두 배의 시간을 살아낸 지금, 그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비밀의 화원, 마틸다, 어린 왕자, 칠드런 액트, 데미안, 키다리 아저씨, 작은 아씨들, 빨간 머리 앤, 종이 동물원, 그렇다. 나는 열일곱 살에도 읽어보지 않았던 이야기를 나이 마흔을 넘기고서야 읽고 있다. 그때 읽었더라 분명 좋았을 책들, 책 <블루밍>을 통해 정여울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열일곱 살의 감성,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알아지는 감정 깊이가 더해져 사실 다시 열일곱 살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좋다. 엄마가 되어서 사춘기 딸의 마음에 한 발짝 다가가는 느낌이랄까. 어린 시절 나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다시 지금의 사춘기 딸 아이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 나는 아직도 비커밍 Becoming

열일곱의 두 배의 시간을 살아낸 지금, 나는 언제쯤이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누가봐도 나의 삶의 시간과 경험치는 더해지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도는 느낌이랄까. 어른이 되면 마음의 평정심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은 돌아서면 또 다시 어려운 화두들이 작정이나 한 듯 내 앞을 떡하니 가로막는 것을 보니, 어른이 되는 건 역시나 쉬운 일은 아님이 틀림없다. 그래도 작은 숨 쉴 수 있는 틈은 주는 걸 보니 쓰나미처럼 밀려오지 않는 것에 위안을 가져본다. 내 나이 마흔 셋, 나는 그렇게 오늘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에겐 아직 더 다정하고 친밀한 시선으로 가꾸어야 할 수많은 비밀의 화원이 있다.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도 있고, 버려진 자연의 공간 속에도 있으며, 아직 개척하지 않은 모든 인간의 가능성 속에도 있다. - 비밀의 화원 중에서
피노키오의 외형을 만든 것은 목수 제페토였지만, 피노키오의 '마음'을 만든 것은 피노키오 스스로의 투쟁이었다. - 피노키오 중에서


# 다시 마흔 셋이 된다면

언젠가 머리가 더 희끗희끗해지는 시간이 되면, 지금의 사간을 추억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아직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나는 지금 마흔 셋의 나를 위해 오늘을 살고 싶다. 열일곱에 읽지 않았던 책들을 지금 읽고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지금 나의 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느끼면서 살아내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예뻤던 나이 열일곱, 지나고 보면 참 예뻤다고 기억될 나이 마흔 셋.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딸 아이에게 언제나 바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고 싶다. 다시 마흔 셋이 된다면 나는 지금처럼 살고 싶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나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나는 아직도 비커밍,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2021.11.30.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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