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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목 Mar 28. 2021

내던지기 전에 생각했나요?

'All about Love'를 읽고

나는 이 책을 펼치면서도 사랑에 대한 냉소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랑을 해도 사랑이 끝나고 돌아봐도 도대체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면. 나는 이해하지 못할 것을 혐오한다. 내 생 동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불가지론자들처럼. 그렇다면 내가 느껴온 이 상태는 뭐였을까.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기엔 그 존재감이 너무 압도적인데.

희망과 절망을 불안과 정념을 품은 불안정하고 비이성적인 상태를 어떻게 책 한 권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마치 신에 대해 생각하듯 사랑을 대했다. 우리는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듯 그렇게 보이지 않는 무엇의 어렴풋한 윤곽을 평생 더듬어 갈 수밖에 없는 거라고, 몇 번이고 사랑을 해도 우리는 코끼리의 코를, 귀를, 다리를 코끼리의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전혀 일치하지 않는 진술만을 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사랑의 완전한 형태 같은 건 평생 알 수 없고 어쩌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사랑을 더듬었지만 그래도 사랑을 믿고 싶어서 대체 이게 뭔지 끝없이 자문했다.


그런데 내가 한 게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었다니?

사랑을 갈망하는 것 자체는 아직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실제로 ‘행해질 때’ 존재하게 된다. 사랑은 의지에 따른 행위, 즉 의도와 행동이 함께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219p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직 사랑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상태에 휩쓸려 무작정 나를 내던지는 파괴적인 게 아니라, 사랑에 빠진 순간은 그냥 순간일 뿐이고 사랑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의지’를 가지고 ‘선택’ 해야 하는 게 사랑이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자극에 목말라 있고 대중매체는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생산한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과 관점에서 만들어진 사랑에 대한 환상은 우리를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사랑이 뭔지 끝까지 알 수 없도록 만든다. 왜냐하면 미디어에 나오는 사랑 같은 건 사실 없으니까.

날카로운 통찰들이 아주 많은데 그것들에 대해 다 얘기하자면 이 책 한 권 분량이 되어도 모자라다. 가부장제와 페미니즘, 가족애와 우정, 로맨틱한 사랑, 현대인들의 결핍과 물질 만능주의 등에 대해 다룬다. 우리나라에서 쓰인 책이 아니라 많이 공감이 되리라는 기대는 없었는데 의외로 공감되는 부분이 아주 많았다. 전 세계의 남자들은 다 저런가 싶었다.


나는 모태신앙 가정에서 자란 무신론자라 기독교 얘기가 좀 듣기 싫은데 자꾸 기독교를 끌어들여서 그 부분이 좀 거부감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너무 이성애 중심적인 책이기도 했다. 또, 현대인들의 사랑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다가 갑자기 결론이 너무 덮어놓고 희망적이라 그런 부분들도 공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통찰력 있고 배운 사람이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 있어야 희망이 있는 세상이 유지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어쩌면 사랑에 대한 책을 펼치면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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