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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목 Mar 01. 2021

타협 없이 유별나게 살기

'서 있는 여자'를 읽고

넌 참 유별나다. 내가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인 것 같다.
‘넌 어려서부터 느이 아버지 편이었어. 한다면 하지, 잔정이 없고, 살림살이 모르고...’ 197p

유별나고 정도 없고,  하나   엄마와 상의도 하지 않고 결정해 버리고. 사실은 엄마가 원하는  뭔지 안다.  자아를 엄마에게 의탁하는 . 누구한테 자랑할   삶을 살고, ‘딸답게애교도 많고, 엄마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 나는 그게 싫었다. 연지가 엄마에게 느끼는 미묘한 거리감, 하지만 불쑥 찾아드는 죄책감, 갑자기 찾아오는 깊은 공감과 연민. 엄마와 있을 때는 마음이 내내 어지럽다가 아빠와 있을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편안함을  역시 안다. 타인에게 얽매이지 않고 산다는 느낌, 자유로움에 대한 동경. 연지는 정말 나와 닮았다.
그래서  연지에게 공감해서 화내고 슬퍼하며 읽을  있었다. 그리고  역시 연지처럼 모순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살아가는 여성이라  몰입할  있었던  같다. 나는 그냥 그렇게 순응하며 살고 싶지 않았던 유별난 여자였고, 스스로의 그런 점에 대해 은밀한 만족감을 느끼 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쑥  모든  허무하게 느껴지고 사회 속의  부품으로 편입되고 싶다는 생각이  때도 있었다. 연지의 결혼은   가지 입장을 절충하려는 시도로  껴졌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 다수의 딸들이 결혼에 대해서 생각할  제일 먼저 떠올리는 문장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를 되짚으며 그것만 피하면 , 하고 무언가를 선택하면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듯이 연지의 결혼생활도  그랬던  같다. 엄마가 오직 여자이기 때문에 느껴야만 했던  모멸감을 연지는 느끼고 싶지 않았고, 오직 평등한 결혼생활만을 위해 모든 것을 선택했다.
그를 남편으로 골라잡은  사랑 때문도 존경 때문도 조건 때문도 아니고 바로 그가 모든 면에서 나보다 못하다는 거였어.’ 457p
그런데  과정에서 연지는 개인과 개인의 부족한 부분과  잘난 부분을 더하고  정확한 등호가 성립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평등이라고, ‘평등에 대한 크나큰 오해 범한 것이다. 그건 ‘자신에 대한 더러운 모독이었다. 속물적인 사고를 가지고 계산적인 결혼을 하는 사람들을 속으로 멸시해왔던 자신이  누구보다 계산적인 방식으로 결혼을 했음을 깨닫는 순간이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자신의 부족한 부분으로 상정하고 계산에 넣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성별이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위계로 작용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중대한 오류를 범한 셈이다.

박완서는 가감 없이 솔직하다.  정도로 솔직해지는 것도 충분히 대단한 일인데 심지어 너무 예리해서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한다. 박완서의 글을 읽으면 좋은 글이라는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연지가 범한 오류가  미래의 내가  법한 선택인  같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혹시나 미래의 내가 불안해져서 세간에서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삶을 살고 싶어 지면  책을  다시 한번 펼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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