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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우 Dec 18. 2024

고양이와 신생아를 함께 키운다고요?

털과의 전쟁. 새벽수유의 추억


코코와 겨울이 그리고 봄이


우리 집에는 아기와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산다. 임신 전부터 고양이와 오랜 시간 함께 한 나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아기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일상무척 기대했다.


인스타에 육아하는 고양이를 너무 많이 봐온 탓일까. 적어도 세 마리중 한 마리 정도는  나를 도와 우는 아기를 달래주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기대를 시작했다.  아기가 고양이랑 부비부비하며 신나 하는 얼굴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아기가 집에 오던 날 고양이들 반응이 궁금했지만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반응이 시큰둥했고 아기가 울든지 말든지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인 건가..? 혹시 아기가 고양이 발톱에 긁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됐지만 그런 걱정이 모두 무색할 만큼, 조금은 서운할 만큼 단 한 마리도 아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는 없었다.

아기보다 모빌에 더 관심이 많은 봄이


아기는 종일 배고프다고 울고 나는 분유를 타고 젖병을 씻고 기저귀를 갈고 아기를 돌보느라 늘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그런데 반복되는 신생아 육아보다 더 힘든 건 고양이 털과의 싸움이었다.

푹신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고양이들 특성상 아기 용품은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다.

아기 식탁의자에 한 마리.

아기 유모차에 한 마리(하필 또 검은색 유모차). 슈유쿠션에 한 마리.

수유쿠션에 몸을 퍼즐처럼 끼워맞춘 코코


손이 닿을 거리에 돌돌이를 여러 개 배치하고 실시간으로 아기용품의 털과 모래를 제거했다.

청소만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 부지런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일이 늘어났다.

최소한의 고양이 케어(털 빗어주기, 화장실 관리, 사료 채우기, 물 갈아 주기등)도 귀찮고 힘들게 느껴졌다.


아기가 태어난 후 우리 집 고양이 세 마리는 그야말로 찬밥신세가 됐다.

늘 내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잠을 자던 고양이들은 모든 방 출입 금지가 됐다. 방묘문을 설치하고 고양이털  안전지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기가 누워 분유먹는곳에 겨울이  


새벽 수유를 위해 고양이 안전지대에서 빠져나와 주방에서 젖병을 준비하고 아기를 안으면 늘 고양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잠에서 깨 있던 건지 아니면 인기척에 잠에서 깨 날 맞이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두 시간 간격으로 고양이들은 늘 내 옆에 있었다.

몸은 고단하지만 가만히 날 지켜봐 주는 고양이들이 어딘가 든든했다.


그래. 역시 너희들이 있어야 해. 내가 좀 더 부지런해볼게 다짐하며 고양이들과 새벽을 함께 했다. 

그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날 지켜봐 주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어서가 아닐까.

아직도 새벽수유를 생각하면 내 고양이들이 바라보던 따뜻한 시선이 떠오른다.

내 고양이들은 아기보다 내가 더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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