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아기와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산다. 임신 전부터 고양이와 오랜 시간 함께 한 나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아기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일상을 무척 기대했다.
인스타에 육아하는 고양이를 너무 많이 봐온 탓일까. 적어도 세 마리중 한 마리 정도는 나를 도와 우는 아기를 달래주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기대를 시작했다. 아기가 고양이랑 부비부비하며 신나 하는 얼굴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아기가 집에 오던 날 고양이들 반응이 궁금했지만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반응이 시큰둥했고 아기가 울든지 말든지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인 건가..?혹시아기가 고양이 발톱에 긁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됐지만 그런 걱정이 모두 무색할 만큼, 조금은 서운할 만큼 단 한 마리도 아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는 없었다.
아기보다 모빌에 더 관심이 많은 봄이
아기는 종일 배고프다고 울고 나는 분유를 타고 젖병을 씻고 기저귀를 갈고아기를 돌보느라 늘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그런데 반복되는 신생아 육아보다 더 힘든 건 고양이 털과의 싸움이었다.
푹신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고양이들 특성상 아기 용품은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다.
아기 식탁의자에 한 마리.
아기 유모차에 한 마리(하필 또 검은색 유모차). 슈유쿠션에 한 마리.
수유쿠션에 몸을 퍼즐처럼 끼워맞춘 코코
손이 닿을 거리에 돌돌이를 여러 개 배치하고 실시간으로 아기용품의 털과 모래를 제거했다.
청소만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 부지런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일이 늘어났다.
최소한의 고양이 케어(털 빗어주기, 화장실 관리, 사료 채우기, 물 갈아 주기등)도 귀찮고 힘들게 느껴졌다.
아기가 태어난 후 우리 집 고양이 세 마리는 그야말로 찬밥신세가 됐다.
늘 내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잠을 자던 고양이들은 모든 방 출입 금지가 됐다. 방묘문을 설치하고 고양이털 안전지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기가 누워 분유먹는곳에 겨울이
새벽 수유를 위해 고양이 안전지대에서 빠져나와 주방에서 젖병을 준비하고 아기를 안으면 늘 고양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잠에서 깨 있던 건지 아니면 인기척에 잠에서 깨 날 맞이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두 시간 간격으로 고양이들은 늘 내옆에 있었다.
몸은 고단하지만 가만히 날 지켜봐 주는 고양이들이 어딘가 든든했다.
그래. 역시 너희들이 있어야 해. 내가 좀 더 부지런해볼게 다짐하며고양이들과 새벽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