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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둥빠 Jan 03. 2021

연예인 소개팅도 거절한 두 번째 고시 도전

제대로 사용한 1만 시간의 법칙

카투사 교육대에서 인생의 역전 드라마 같은 일을 경험한 이후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계속 실패만 하다가 처음으로 값진 성공을 경험하며 마인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은 바뀐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입대 전에는 아버지께 "실패한 인생"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패배주의에 빠져서 나는 뭘 해도 아무것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됐다. 나보다 뛰어난 친구들보다 더 독하게 노력하니 그들을 뛰어넘었다. 그 경험을 통해 인생관이 180도 바뀌었다.


자대에 가서도 세 가지 목표를 세우고 모두 이뤄냈다. 영어, 독서, 몸짱 이 세 가지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했다. 영어는 입대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는데 전역할 때쯤엔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할 정도가 되었다. 700점대였던 TOEIC 점수도 900점이 넘었다. 입대 전에는 1년에 책 1권을 읽을까 말까였는데 군대에서만 1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독서 습관이 생겼다. 열심히 몸을 만들어서 몸짱도 되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아니다.     


2년간의 군대 생활을 정말 알차게 보냈다. 어느덧 다시 사회로 돌아올 때가 되었다. 국회에서 비서관으로 일하던 대학 선배가 나한테 국회로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비서관을 거쳐 보좌관이 되는 길을 가보자고 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여전히 행정고시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역하면 26살이었고 다시 고시 준비를 하면 최소 2~3년 정도는 공부만 해야 했다. 28~29살까지 또 고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행정고시 1차가 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 공직 적격성 테스트)라는 시험으로 바뀌어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했다. 물론 입대 전에는 날라리 고시생이어서 다시 준비한다기보다는 새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국회에 가서 일을 배우겠다고 했다. 좋은 기회 같았다.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다시 고시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의견 차이가 있던 와중 어머니로부터 장문의 손 편지가 도착했다. 아직 젊으니 다시 고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께 그렇게 장문의 손 편지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고시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받았다. 1~2장짜리 짧은 편지가 아니었다. A4 용지 4장을 꽉 채운 편지였다. 그런 편지를 받으니 고시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착한 아들이었다. 그렇게 군대를 전역하며 다시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가 두 번째 고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입대 전에 고시 공부를 할 때는 무늬만 고시생이었다. 당시 같이 공부하던 여자 친구와의 연애와 게임으로 1만 시간의 법칙을 엉뚱한 곳에 써서 실패했다. 군대에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가 다른 사람이 된 나는 새롭게 고시에 도전했다. 결심을 하나 했다.     


이번 고시 준비 기간 동안 여자 친구를 사귀면 무조건 떨어진다.
절대로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


첫 번째 도전에서 실패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연애였다. 나라는 사람은 여자 친구가 있으면 흔들리고 집중을 못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절대로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두 번째 고시 도전을 시작했다. 연간, 월간, 주간, 일일 공부 계획을 세우고 미친 듯이 집중하며 계획을 실행해 나갔다. 연간 총 공부 스케줄을 세우며 매월 공부해야 하는 과목을 배분했다. 월간 진도를 짜고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웠다.     


주간 일정

1) 월요일 ~ 토요일 오후 : 공부

2) 토요일 저녁 ~ 일요일 오후 : 휴식 (취미 활동)

3) 일요일 저녁 : 공부 (2~3시간)     


하루 일과

5:00 기상, 헬스장 이동

5:30~6:30 운동

6:30~8:00 아침식사, 샤워, 독서실 이동

8:00~12:00 오전 공부 (4시간)

12:00~13:00 점심 식사, 산책

13:00~18:00 오후 공부 (5시간)

18:00~19:00 저녁 식사, 산책

19:00~23:00 저녁 공부 (4시간)

23:00~24:00 샤워 및 취침     


평일은 하루에 12시간 내외로 공부했다. 13시간으로 하루 공부 일과가 되어 있지만 스톱워치로 측정하다 보면 로스타임이 발생한다. 중간에 10~20분 정도 쉴 때도 있었으니 당연했다. 주말에는 토요일 8시간, 일요일 2시간으로 나눠서 했다. 하루를 온전히 쉬게 되면 월요일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 힘들어 일요일 저녁부터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렇게 3년을 공부하니 1만 시간의 법칙을 다시 달성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했다.     


주중 : 12시간/일 x 20(1개월) x 12개월 x 3년 = 8,640시간

주말 : (토요일 8시간 일요일 2시간) x 52주 x 3년 = 1,560시간

총 10,200시간  


유혹이 없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왜 없었겠는가. 중간에 유혹이 많았다. 한 번은 연예인 소개팅도 들어왔다. 이름은 몰라도 어느 작품에 누구로 나왔다고 하면 대분의 사람들이 아는 분이었다. 거절했다. 연예인 소개팅이라 호기심에 나가볼까 하고 3초 정도 흔들렸다. 결국 안 하겠다고 했다. 고시 공부가 끝날 때까지 절대로 여자 친구는 사귀지 않겠다는 신념을 깰 수 없었다. 물론 그 연예인과 소개팅한다고 내 여자 친구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결정하는 그 3초는 힘들었다.     


연예인 소개팅도 거절할 만큼 굳은 의지로 3년 동안 정말 올인했다. 근데 결국 떨어졌다. 29살 중반까지 준비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행정고시 1차 시험이 PSAT라는 시험으로 바뀌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나한테는 정말 안 맞는 시험이었다. 차라리 예전처럼 헌법, 행정법, 행정학, 경제학 이런 시험이었으면 붙었을 수도 있다. 예전 시험은 그냥 단순 암기였으니까.     


바뀐 PSAT라는 시험은 직무적성능력 시험인데 정말 지문이 너무 길었다. 1과목에 40문제가 나오는데 나는 20문제 정도밖에 못 풀었다. 지문 읽다가 한 세월이었다. 속독 공부도 해보고 암산 연습도 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안 됐다. 반밖에 못 푸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다 핑계다. 안다. 떨어진 자의 비겁한 변명이다.     


2차 시험은 논술이라 자신이 있었는데 시험장에 한 번도 못 들어가 봤다. 1차를 계속 떨어지니 2차 시험은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학원에서 2차 과목의 논술은 모범답안도 쓰고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1차 시험에서 3번이나 고배를 마시며 29살의 늦은 나이에 고시를 접었다. 결국 두 번째 고시 도전도 실패했다.     

그렇지만 첫 번째 도전 때와는 달리 1만 시간의 법칙을 제대로 사용했다.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다. 공부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엉덩이력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한 번 앉으면 3시간 이상 일어나지 않고 공부하게 되었다. 각 과목들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고 해석도 할 수 있는 실력을 얻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이 올라왔다.      


비록 고시에는 실패했지만 인생에서는 엄청난 성장을 경험하게 됐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제대로 해보니 사람 자체가 레벨업이 되었다. 나한테는 두 번째 고시를 준비했던 그 지루했던 3년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군대에 이어 인생의 또 다른 밑거름이 되었다.      


고시를 포기하고 나니 주변 친구들은 이미 다 취업한 늦은 나이 스물아홉이 되었다. 진로를 다시 결정해야 했다. 부모님은 이제 그만 취업하라고 하셨다.


다음 편에 계속...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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