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 토요일,
무얼 할까 고민하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그냥 내 방 침대에 누운 채
하루를 다 보내버렸다.
나, 지쳐있었던 걸까?
꿈조차 꾸지 않을 만큼
단잠인지 쓴잠인지도 모른 채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해가 지고 내 방에서
이름 모를 애벌레처럼 기어 나와
멍하니 거실 소파 밑에 기대앉아
새카만 티브이 화면을
초점 잃은 눈으로 쳐다봤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빨강도 아니고
파랑도 아닌
뭔가 표현하기 힘든
회색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