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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May 07. 2021

<화학과 인생>을 시작하며

화학 법칙? 세상 돌아가는 거랑 조금 비슷한 거 같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화학과 10여 년간 같이 살았어요. 어릴 적 과학은 다 좋아하다 보니 화학을 전공하게 됐지요. 그러다 화학에 빠져 살다 보니 제 뉴런의 시냅스는 그쪽으로 발달했고, 그곳으로 빠르게 신호를 보내게 됐어요. 예를 들어 Cu 편의점을 본다면 Copper(구리)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다른 말로 하면 직업병(2년간 구리촉매를 쓰다 보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기존의 뉴런들과 이리저리 연결되어 결국은 제 뉴런의 시냅스 연결은 여러 방향으로 다 연결된 거 같아요. 그냥, 잡생각이 많다는 말이죠.


  그러다 보니 화학을 배울 때마다 사람 사는 거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때는 꼬꼬마 시절 백과사전을 탐독할 때였어요.


  보어 원자모형을 보면 마치 태양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하지요. 태양은 원자핵, 지구 같은 행성들은 전자처럼 보이죠. 더 나아가 태양에 살지 않지만 지구에 사는 인간이 원자핵의 소립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백과사전만 본 꼬꼬마적 생각이라 맞지는 않아요. 본격적으로 잡생각 따윈 못하게 하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이후로는 그런 생각은 하지 못 했어요. (해서는 안 되니깐)


  하지만 대학에서 화학을 배우는 동안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교수님 말에 의하면 '화학을 공부하다 보면 세상이 화학의 눈으로 보인다'라고 하셨어요. 어느덧 저도 화학적으로 생각하게 됐지요. 하지만 더 나아가 세상살이, 인간관계도 그와 비슷하게 느끼게 됐어요. 뭐,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인간도 마찬가지이니 그럴 수밖에'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 같은 화학도에게는 한 번쯤 느꼈을 생각과 감정일 거예요. 하지만 모르는 이들에게는 어느 드라마 대사 짤처럼 '이건 뭔 개소리야'라는 말이 적절할 거예요. 다른 이들과 이런 생각,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지만 화학은 생활과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반대로 시도해보려 해요. 제가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보여드리고 왜 그런지, 이유를 알려주면 '더 알려고 하지 않을까? 궁금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인들에게 화학에 관해 설명할 일이 종종 있어요. 요즘 주식이 핫한데 화학 관련주에 대해 저에게 묻곤 해요. 그래서 설명하면 '생각보다 쉽네'라고 해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말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겪어 봤을 이야기를 섞으면 금방 다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미 화학과끼리는 세상살이를 화학에 비유하며, 이번에는 새로운 여친 혹은 남친에 'SN1이냐? SN2냐?'라고 농담하면서 재밌어해요. 그건 서로 아는 내용이니까, 긴 말이 필요 없으니까 가능한 것이겠죠.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 사람들은 외계어를 한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글까지 쓰는 건 쉽게 화학을 알려주고 싶고 정말 우리 생활에 녹아 스며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왜냐면 화학은 재밌거든요. 화학으로 일하기 싫다고 도망 나온 이가 아직도 재밌어하는 이야기이거든요. 재밌는 건 나누어야 더 재밌지요.


  재밌는 이야기를 재미없고 틀린 내용으로 하니 재미가 없지 않겠어요? 한 예시로 제가 대학 다닐 땐 고등학교에서 배운 화학은 머릿속에서 지우라 해요. 학교 교육이 재미없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얼마나 잘 못된 개판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런데 요즘 중학교 교과서는 올 컬러에 쿼크까지 나와 있는 걸 보고 너무나 부러웠어요. 그래서 과거 고등학교까지 더럽게 재미없이 배운 화학을 적어도 요즘 교과서보다는 재밌게 전하고 싶어요. 제가 재미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목표를 높이 잡지는 못 하겠네요. 그래도 '음...... 계속 읽을 만 한데' 정도는 되어야겠지요.


  우선 학문적인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너무 깊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는 게 학문이잖아요. 그리고 화학계를 떠나 손 놓은 지 몇 년이나 지나서 잊은 내용도 많구요. 화학을 배우면서 '이거 참 인생살이 같네'라고 느낀 이야기들을 전하고, 그 속에서 '화학 꽤 재밌는데, 관심이 가는데, 내 곁에 있는 이야기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저의 잘한 일중 하나가 추가될 거 같아요.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끝나면 여러분은 화학 지식이 늘어나고 저는 글 쓰는 솜씨가 늘어나 있겠죠! ^^ 그리고 저와 외계어 같은 한국어로 대화하는 거죠!! ^^


  제목이 화학과 인생(Chemistry And Life)이니 화학과 생활 이야기도 조금 섞어가며 글을 진행시킬 생각이에요. 정말 과마다 생활이 다 다르잖아요. 그리고 깊이 파고들지는 않아도 마냥 가볍지는 않을 거예요. 생이라는 게 마냥 가볍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꼭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시험 칠 거 아니잖아요. 생을 다 알아야 재밌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재미나게 보세요. 그러다 궁금하면 찾아보면서 지식도 익히고 화학도는 이렇게 뇌가 작동하고 시선이 이렇구나 하면서 다른 인류를 느껴보는 거죠. 찍먹으로 시작해 녹아 스며들기를 바라지만 찍먹만 해도 좋아요.


  그럼 재미없을 거 같지만 읽다 보면 음...... 괜찮은데라고 느꼈으면 하는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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